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10-01-12 18:45 조회 : 2319 |
| | | 진주혼식
임 재 문
결혼 삼십주년! 진주혼식이라내요. 은혼식인 줄 만 알고 아내에게 다짜고짜 은혼식이니 어딘가 가자고 했더니 알고 보니 진주혼식!
은 보다는 진주가 더 값나가고 좋은 것이라서 진주혼식이라 불렀는가보다. 그러나 어쩐지 진주혼식은 낯설은 타향이다. 진주가 그렇게 뼈아프게 태어난 것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리라.
그러니까 은혼식 때 지금부터 5년전 신혼 때 들렀던 온양 온천여관을 들른 적이 있었다. 주인은 옛 그대로인데 건물은 많이 개축을 했건만, 날씨 추운 날 가서 그런지 그 옛날과 다름없이 여전히 추위를 느끼게 했다.
여관 주인은 인사말로 금혼식 때도 꼭 찾아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금혼식은 결혼 오십주년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앞으로 20년 후에 금혼식을 맞이 하게 될 것이다. 금혼식을 정말 그렇게 뜻있게 보내게 될지 그 안에 하늘나라로 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떻든 그렇게 결혼식 날짜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세상 이치니 그대로 따를 수 밖에 ㅎㅎㅎ
돌이켜 보면 결혼 삼십주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강산이 세번 변한다는 삽십년이 아니던가?
신혼초 아내와 함께 홍성 뺏뽀 낚시터에 낚시를 갔었다. 자전거에 아내를 태우고 간 뺏뽀 낚시터 그곳에서 낚시를 하던 중, 518 광주 민주화 운동소식을 접하고 부랴 부랴 낚시를 집어치우고 귀가하던 생각이 떠오른다. 비상 근무를 해야 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후 제5공화국시절이 시작되고, 그 덕분에 청송 감호소와 교도소가 개청되어 청송바람을 맛보아야 했다. 거기서 꽃돌에 반해서 시작된 수석 수집이 나를 거의 수석광이 되게 하지 않았던가?
서울구치소 발령을 받아 근무중 서대문 시절! 미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으로 부터 시작된 사건들이 계속 연달아 터지며, 근무를 힘들게 했었다. 거의 구치소에서 퇴근이라는 것을 모르고 생활할 정도였으니까.
내가 그렇게 힘들고 뼈아픈 세월을 보내는 동안 아내인들 오죽 했으랴? 발령이 날때마다 이삿짐은 아내의 몫이요. 나는 발령장만 받아 부임해야만 했다.
수석과 책을 좋아하는 나를 한 번도 싫은 내색 없이 그 무거운 돌과 책들을 다 포장해서 이삿짐을 꾸리던 사랑하는 내 아내!
지금도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책은 아버지께 물려받은 김소월 시집 "진달래 꽃" 초간본이다. 하도 오래되어 표지가 날아갔지만 여전히 내용은 그대로다.
이어서 한용운 저 "님의 침묵" 초간본이 표지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어 사랑을 받고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사 연구초를 비롯하여 자작시 해설서 장만영의 이정표와 .소화 18년에 나온 책, 김안서 역서 동심초도 내게 있다.
그 뿐인가? 고등학고 시절 이어령 교수님 수필에 반해서 구입한 "흙속에 저바람속에" "바람이 불어오는 곳" "한국과 한국인 전 6권 등등을 지금까지 보관하고 조경희 회장님 일주년 추모행사때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님을 만나 회포를 풀었다. 이어령 교수님 덕분에 제가 수필가가 되었노라고,
그래도 결혼 삽십년은 기쁜 일도 있고 슬픈일도 있다. 기쁜일이라면 내가 교도소 신참으로 근무중 공채를 보아 간부로 근무하게 된 것이며 딱 한 번 승진을 하고 근무를 무사히 마치고 정년퇴임을 한 것이라고 해야 한다.
슬픈일을 꼽는다면 아버지 부음을 듣고 달려갔으나 임종을 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신일, 그리고 어머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신 것이 슬픈일이요.
더욱 더 슬픈일은 사랑하는 내 딸을 하늘나라로 보낸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손녀의 재롱을 보며 딸 생각을 많이 했지만, 그 슬픔을 잊을 수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꽃같이 고웁던 아내가 이제 할머니가 되었다. 나도 공공연하게 할아버지라고 하니 세월이 많이 흘러갔다. 사랑하는 손녀가 하늘나라로 간 내 딸의 슬픔을 잊기위해 태어났다면,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손자의 태어남은 우리 부부의 진주혼식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닌가 한다.
이제 아들도 자리를 잡고 직장에 충실하게 근무하고 있고, 손자와 손녀를 다 보았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이제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세상을 즐기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젊은 시절 불꽃같은 사랑은 아닐찌라도 은은한 향기 넘치는 그런 사랑을 서로 베풀며 살아야 할 것만 같다.
아내여 ! 미안하다. 이제 더욱더 당신을 사랑하며 살아가리라. 진주혼식을 맞이해서 우리 진주알처럼 그렇게 모든 세파를 해쳐왔으니 더욱 더 사랑하며 살아갑시다. . 아내여! 사랑하는 내 아내여! |
| 정진철 | 10-01-12 21:47 |  | 축하합니다 진주혼식~ 사실 저도 진주혼식이라는 말 처음 듣습니다만 많이 많이 사랑하십시요 화이팅!!!! | |
| | 임재문 | 10-01-12 22:09 |  | 정진철 선생님 축하 감사합니다. 진주알처럼 그렇게 세파를 해쳐왔으니 더 열심히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좋은 일들만 가득하십시요. | |
| | 임병식 | 10-01-12 22:26 |  | 글속에서 행복한 모습이 비쳐보입니다. 결혼 30주년 축하드립니다. 맛있는 식사라도 드시면서 자축하시기 바랍니다. | |
| | 임재문 | 10-01-13 05:26 |  | 임병식 회장님! 회장님께서도 앞으로 계속 축하의 꽃다발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저도 앞으로 그렇게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살고 싶어집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 |
| | 박원명화 | 10-01-13 12:45 |  | 은근한 화롯불처럼, 마음의 따뜻함이 묻어나는 글 속에서 임선생님의 아내 사랑하는 마음을 읽었습니다. 결혼 해서 예쁜 아이들 낳고 , 그 아이들이 결혼해 손자를 얻고, 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평화로운 모습에서 강물처럼 흘러가는 평범한 삶의 모습이 담겨 있음입니다. 그래도 남은 여생, 더 많이 아내 사랑하시며 지내시기를...... 늘 건강하시고 기원드리며 좋아하느시는 약주는 반드시 아내의 허락만큼만 즐기시기 바랍니다. | |
| | 임재문 | 10-01-14 11:13 |  | 박원명화 사무국장님 늘 우리 작가회를 위하여 애쓰시는 모습이 역역합니다. 이제 나이도 들고 했으니 나이값을 해야지요. 그렇게 젊은 시절처럼 그렇게 살아서는 안되겠지요. 몸도 따라주지를 않으니까요. 더 좋은 소식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 |
| | 이방주 | 10-01-13 15:17 |  | 저도 작년에 3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아내에게 미안하기만 했습니다. 부럽습니다. 결혼 30주년에 은퇴하셔서 한가롭게 지내시고 손주도 보시고 하시는 모습이--------- 저는 아직 두 아이가 짝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고, 저도 아직 이렇게 따분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 분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 |
| | 임재문 | 10-01-14 11:17 |  | 저는 이방주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퇴임하고 세상에 나와보니 세상은 너무나 삭막할 따름입니다. 오라는 데도 없고 퇴임하면 부쩍늙는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부디 현직에 계실때 더욱더 보람찬 나날 생각하며 생활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좋은 일들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우리 모두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살아갑시다.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 |
| | 정동호 | 10-01-13 16:31 |  | 지난 삶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정겨운 모습을 바라 보았습니다. 서너 달 후면 저는 40주년을 맞게 되는데 결혼을 늦게 하신 것 같군요. 앞으로 많이많이 행복하세요. | |
| | 임재문 | 10-01-14 11:21 |  | 정동호 선생님! 감사합니다. 벌써 사십주년이라니요? 저도 삼십주년을 생각하며 세월이 너무나 빨리 가는구나 하고 실감했답니다. 이제 남은 세월 그렇게 모든 욕심 버리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 |
| | 하재준 | 10-01-15 18:00 |  | 세월의 흐름속에 얼굴에는 줄음살이 늘고 희노애락속에 어느듯 인생은 황혼에 이르지만 삶 속에 탐스러운 열매는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합니다.이것이 임회장님이 살아오신 길인듯 하여 의미 깊고 뜻 깊은 글인듯 보고 또 읽고 갑니다. 임회장님 제 글 뒤 써주신 정감어린 내용을 가슴에 담아두고 정이어린 마음으로 읽고 또 읽었습니다. | |
| | 임재문 | 10-01-16 08:26 |  | 하재준 선생님 축하 감사합니다. 건강은 다 회복 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욱 더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를 기도합니다. | |
| | 이진화 | 10-01-16 22:13 |  | 임재문 선생님, 진주혼식 축하드립니다. 정말 인내와 고통을 통해 거듭나는 영롱한 진주와 결혼 30주년은 많이 닮아있습니다. 사모님과 금혼식까지 함께 지내시며 행복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 |
| | 임재문 | 10-01-17 03:33 |  | 축하글 감사합니다. 글쌔요 금혼식을 누리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진화 선생님의 염원처럼 그렇게 축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최복희 | 10-01-17 10:12 |  | 결혼 30주년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진주처럼 힘든 세파를 겪으셨으니 이제 은은하면서도 아름다운 보석 진주 같은 삶을 사시길 기원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행복한 나날 되십시오. | |
| | 임재문 | 10-01-18 08:32 |  | 최복희 이사님 축하 감사합니다. 님께서도 꼭 행복한 나날되세요. 님 이름이 복희이니 복 받으시고 꼭 즐거운 일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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