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칙 청세고빈(淸稅孤貧) / 청세의 가난
曹山和尙, 因僧問云, 淸稅孤貧, 乞師賑濟.
조상화상 인승문운 청세고빈 걸사진제
山云, 稅闍梨. 稅應諾.
산운 세사리 세응락
山曰, 靑原白家酒, 三盞喫了, 猶道未沾唇.
산왈 청원백가주 삼잔끽료 유도미첨진
조산스님에게 한 중이 와서 물었다.
“저, 청세는 외롭고 가난합니다.
스님께서 좀 베풀어주십시오.”
조산스님이 그 중을 불렀다.
“세사리야!”
중 청세가 '네"하고 대답하자 조산스님 가로되,
“그대는 청원 땅의 백씨네 술을
이미 석 잔이나 마셨으면서도,
아직 입술도 적시지 않았다고 하는구나.”
[평창(評唱)]
無門曰, 淸稅輸機, 是何心行, 曹山具眼, 深辨來機.
무문왈, 청세수기 시하심행 조산구안 심변래기
然雖如是, 且道, 那裡是稅闍梨 喫酒處.
연수여시 차도 나리시세사리 끽주처
무문스님 가로되,
청세의 수기(輸機), 이게 무슨 심사인고?
조산의 안목이 건너오는 수작을 벌써 간파했다네.
그렇더라도 어디 말해보라.
대체 어디가 청세가 술을 마신 자리인가?
[송(頌)]
頌曰. 貧似范丹, 氣如項羽, 活計雖無, 敢與鬪富.
송왈, 빈사범단 기여항우 활계수무 감여투부
가난하기는 고결한 선비, 범단(范丹)을 닮았고
기개는 항우와도 같구나.
한 푼도 없어 생계도 못 이끌어 가면서
감히 조산 큰스님과 더불어 부(富)를 다투다니.
[사족(蛇足)]
조산스님(839~901)은 천주태생으로
동산스님의 문하에서 가장 뛰어난 제자로
스승 동산과 함께 조동종을 창설한분이다.
무주(蕪州)의 조산(曹山)에 거주하여 조산이라 불렀고
이름은 본적(本寂)이고 시호는 원증대사(元證大師)라고 불렀다.
어느 때 청세라는 중이 찾아와서
"저는 외롭고 가난하니
스님께서 배고품을 면케하여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여기서 고빈(孤貧)은
외롭고 배고품의 뜻이 아니라
깨닫지 못해 외롭고 배고픈 것으로
조산스님에게 깨우쳐 달라고 애원하는 것이면서
한편으로는 이 뜨내기 중이
스님의 도력(道力)을 시험해보려는
속셈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산스님은 미리 그 뜻을 알고
"세사리야!" 하고 엄하게 부르고,
청세는 자기도 모르게 "네!"하고 대답했다.![](http://cfs5.planet.daum.net/upload_control/pcp_download.php?fhandle=Mzg1V29AZnM1LnBsYW5ldC5kYXVtLm5ldDovMTA4NDMzMDkvMC8xNS5naWY=&filename=15.gif)
그리고는 "청원의백가에서 만든 술을 세되나먹고
아직 입술도 젖지 않았다고 하느냐!" 라고 쏘아붙였다.
심외무법(心外無法)이요 각하조고(脚下照顧)라,
그 의기 또한 높게 보네만은
"세사리야!"
"네!"
이 문답에서 모든 것은 종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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