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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퇴임을 앞두고 올해 교단에서 마지막 스승의 날을 보낸 홍천중 이상민(62) 교사가 제자들에게 보낼 편지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진우 |
“스승의 가장 위대한 특권은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러운 제자가 있다는 것이며 그 마음을 편지로 전하고 있습니다.”
오는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올해 교단에서 마지막 스승의 날(15일)을 보낸 홍천중 이상민(62) 교사는 제자들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이 한층 더 깊어져만 간다.
잔인했던 4월, 세월호에 꽃다운 목숨을 빼앗긴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 37년간의 교직생활 중 이 교사와 소중한 인연을 맺었던 수많은 제자들이 눈에 더욱 밟힌다.
20년간 우편으로 ‘사랑의 편지’를 보내고 있는 이 교사는 ‘교사 초임부터 왜 더 일찍 (편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을까’후회도 한다.
세월호 참사 후, 그는 ‘교직 초반에 만난 나의 제자들은 정말 잘 지내고 있을까’, ‘이름, 얼굴, 목소리가 떠오르는데 어떻게 연락을 해야할까’하는 생각이 매일 맴돈다.
이처럼 늘 제자들과 함께 하길 원하는 이 교사는 ‘영원한 기술 쌤(선생님)’으로 통한다.
이 교사는 기술 과목을 수강하는 중3 학급 재학생에게, 그리고 이 학생들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 관문인 고3의 문턱 즈음, ‘3년 후의 편지’를 다시 보낸다.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러운 제자 송유진(춘천여고 3년)에게. 이제 고3, 인내, 용기, 자신감으로 열공(열심히 공부)해 후회없게 고3을 마무리 하길 바란다. 기적이 아닌 내 노력과 열정으로 기적보다 더 좋고 훌륭한 결과를 기대하기에 후회없는 고딩(고등) 생활에 충실하길 바란다. 30년 후, 나 자신의 모습을 설계해 보고 반드시 그러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매사에 최선을 다하리라는 것을 믿는다.”
이같은 사랑의 편지를 받아본 제자들은 1만여명 가까이 된다. 편지를 받은 제자들은 사제지간에 진심으로 소통하며 20년의 세월을 함께 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시절, 가르친 학생 중엔 조직 폭력배가 된 제자도 있다. 타인에게 ‘험악하다’는 평가만 받던 제자였지만 매년 스승의 날 이 교사를 마주할 때면 “영원한 나의 선생님, 정말 사랑합니다”라며 이 교사에게만은 진실된 마음을 온전히 드러낸다.
이 교사는 그 당시 제자와의 교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내 제자가 지금 어떤 길을 걷든, 마음 속에 따뜻한 마음만은 간직했으면 좋겠다”며 “사회에서 잘된 제자도, 못된 제자도 모두 나에게는 한결같은 사랑스러운 제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년의 세월을 거치며 제자들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 그뿐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이 교사는 편지에 항상 이 문구를 담는다. “청소년기 학창시절은 소중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늘 배우려고 노력하는 현명한 사람, 개구리가 되어서도 올챙이적 시절을 잊지 않는 겸손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 교사는 “제자들에게 편지쓰는 일은 너무 행복하고 자식 같은 소중한 보물인 제자들이 있기에 다시 태어나도 교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편지를 받은 부모가 된 제자들이 ‘기술쌤~3학년 반창회는 언제 하나요?’라고 연락을 해 제자들과 만날때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편지를 받고, ‘공부에 지쳤었는데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 ‘소중한 학창시절을 되돌아보게 됐다’는 제자들의 응원은 오히려 내게 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평교사로 37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감한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그의 곁에는 소중한 제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나는) 영원한 평교사로 남는 것이 좋습니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있기 때문이고 그것만이 내 전부입니다”라며 취재 사진 플래시를 손사래 치는 그의 모습에서 ‘각박한 이 시대에 기억될 참스승’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3개월 후 교단을 떠나는 이 교사는 후배 교사들에게 ‘제자들에게 편지쓰기’를 통한 소통을 적극 권하고 있다.
그는 교권이 추락한 현 시대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사제 지간의 돈독한 ‘정(情)’을 보다 진실되게 나눠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교사는 중3때 가르친 300여명의 고3 제자들에게 보낼 5개월 후의 편지를 다시 준비 중이다. 2015학년도 수능(11월 13일)을 치르는 제자들의 고득점 기원과 후회없는 멋진 인생 설계를 응원하기 위함이다.
그는 “제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제자들을 떠올리는 시간은 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