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로 답사를 떠났다. 한차 가득 그리운 사람들 모여서 가는 남도 답사.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여수 순천 고흥 일대를 말그대로 편력하는 답사. 잘 놀다가 오리라. 그런데 느닷없는 강연요청이 들어와 나는 하루만 답사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강진으로 갔다가 순천으로 가야했다. 잘 놀고 잘자고 강진에 도착해 강연을 끝내고 잠시 작은 산을 넘어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니 카메라가 사라졌다. 어디에다 두고 왔지? 자갈 논 팔아 오백 육십만원이나 주고 산 캐논카메라. 팔이 아파서 몇 년 째 작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신주 단지 모시듯 모시다가 오랫만에 가져온 카메라! 다시 찾으러 가자 하고 찾으러 바닷가에 갔다. 그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바닷가에 가득했다. 사람들에게 물었다. 혹시 카메라를 봤느냐고, 아무도 보지 못했단다. 어떻게 한다. 순천에서 기다릴 일행들이 생각 났다. 혹시라도 보면 알려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서, 어쩌면 도중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왔던 길 돌아가며 눈 부릅뜨고 살펴도 그 길에 카메라는 없었다. 카메라와 나의 인연은 지금까지였구나 하고서 총무에게 이제 출발한다고 전화를 하려고 하자 전화가 없었다. 어디에 있지? 배낭을 뒤져도, 주변에도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 바닷가에다 두고 온 것일까? 땀을 뻘뻘 흘리며 넘어간 바닷가로 돌아갔는데 내 휴대폰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이를 어쩌지, 일행들에게 전화로 이 상황을 알려줘야 하는데. 안타깝게, 그 어떤 사람의 전화번호도 010외에 기억되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집에 있는 아들 딸의 전화번호도.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그때 문득 답사에 함께한 병원에 근무하는 도반 박 아무개. 고아무개가 생각났다. 병원은 휴일에도 근무하고 그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지. 강진군청에 근무한다는 사람의 휴대폰을 빌려서 병원 당직실에 전화를 했다. "내가 여차여차해서 순천에 가지 못하고 바로 전주로 출발한다"고
그래! 너무 오랫동안 내가 길 위에 있다가 보니. 정신줄이 풀어져 이런 일이 생겼 구나. 한 가지도 아니고. 두 가지, 카메라와 휴대폰. 그런데 카메라와 휴대폰에 담긴 6그 아름다운 풍경들과 정보. 그리고 수많은 전화번호. 어떻게 한담, 터덜터덜 풀이 죽은 채로 버스에 올라 의자에 않는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꿈이었다.
휴, 다행이다. 내 옆에 휴대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너 정말 신기한 물건이구나. 너 때문에 울고 웃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