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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92회-1
송강의 대군이 다섯 부대로 나뉘어 개주를 공격하러 출발하자, 개주의 정찰병이 개주성으로 달려가 보고했다. 개주성을 지키는 장수 유문충은 원래 녹림당 출신으로 강호에서 노략질한 금은재물을 모두 전호에게 투자하여 함께 모반을 꾀한 자였다. 송나라의 고을을 점거하고서 추밀사라는 직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삼첨양인도를 잘 썼으며, 무예가 출중하였다.
유문충은 사위장(四威將)이라 부르는 네 명의 맹장을 거느리고, 그들과 함께 개주를 지키고 있었다. 예위장(猊威將) 방경, 비위장(貔威將) 안사영, 표위장(彪威將) 저형, 웅위장(熊威將) 우옥린이었다. 또 이 네 명 위장 수하에 각각 네 명의 편장(偏將)이 있어, 도합 16명의 편장이 있었다. 양단, 곽신, 소길, 장상, 방순, 심안, 노원, 왕길, 석경, 진승, 막진, 성본, 혁인, 조홍, 석손, 상영이었다.
유문충은 그런 장수들과 3만 병력을 거느리고 개주를 지키고 있었는데, 근래에 능천과 고평을 잃었다는 것을 듣고 한편으로 관군을 맞을 준비를 하고 다른 한편으로 위승과 진녕에 구원을 요청하였다. 송군이 당도했다는 보고를 받고, 예위장 방경에게 편장 양단·곽신·소길·장상과 병력 5천을 이끌고 성을 나가 적을 막게 하였다. 성을 나갈 때 유문충이 방경에게 말했다.
“장군은 조심하게. 내가 곧 뒤따라 나가서 접응하겠네.”
방경이 말했다.
“추밀상공께서 분부하지 않으셔도 알고 있습니다. 저 두 성은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적의 속임수에 빠진 것입니다. 제가 오늘 몇 놈이라도 죽이지 않으면, 맹세코 성으로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방경은 갑옷을 입고 말에 올라, 병력을 거느리고 동문으로 나갔다. 송군의 전대가 방경을 맞이하여 진세를 벌렸다. 북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는 가운데, 반군의 문기가 열리면서 방경이 나섰다. 네 명의 편장이 좌우를 호위하였다. 방경은 머리에 권운관(卷雲冠)을 쓰고, 몸에는 용린갑(龍鱗甲)과 푸른 비단 전포를 입고, 왼쪽 어깨에는 활을 오른쪽 어깨에는 화살을 멨다. 황종마를 타고 혼철쟁을 들고서 큰소리로 외쳤다.
“물가에 사는 도적들아! 감히 속임수로 우리 성을 뺏을 수 있겠느냐!”
송군 진영에서 손립이 소리쳤다.
“역적을 돕는 반적아! 이제 천병이 왔는데, 아직도 죽을 줄을 모르느냐!”
손립은 말을 박차고 나가 방경에게 달려들었다. 두 장수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30여 합을 싸웠는데, 방경은 점점 힘이 달렸다. 반군 진영에서 방경이 손립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본 장상이 활을 들고 진 앞으로 나가 손립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손립이 이미 간파하고 말 머리를 돌렸지만, 화살은 말의 눈에 명중하였다. 말이 곤두서자, 손립은 땅에 내려서 쟁을 들고 방경에 맞섰다. 말은 아픔을 참지 못해 북쪽을 향해 몇 걸음 뛰다가 쓰러졌다.
장상은 자신이 쏜 화살이 손립을 쓰러뜨리지 못하자, 칼을 들고 말을 달려 싸움을 도우러 갔다. 그때 진명이 달려 나가 장상을 가로막고 싸웠다. 손립이 본진으로 돌아가 말을 바꿔 타려고 했으나, 방경이 쟁으로 계속 공격을 하여 몸을 빼낼 수가 없었다.
그걸 본 화영이 노하여 욕을 했다.
“적장이 감히 몰래 화살을 쏘았으니, 이번에는 내 화살 맛을 보아라!”
화영을 방경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화살은 바람을 뚫고 날아가 방경의 얼굴에 명중하였다. 방경은 몸을 뒤집으며 말에서 떨어졌다. 손립이 달려가서 쟁으로 끝장을 내고, 급히 말을 바꿔 타러 본진으로 돌아갔다.
장상은 진명과 싸우면서 낭아곤을 막아내기에 급급하였다. 그러다가 방경이 말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겁이 나서 점점 몰리고 있었다. 그러자 반군의 진에서 곽신이 쟁을 들고 장상을 돕기 위해 말을 박차고 나갔다. 진명을 두 장수를 대적하는 데도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세 필의 말이 ‘丁’ 자로 벌려 서서 진 앞에서 싸움을 벌였다. 화영이 다시 두 번째 화살을 메겨 장상의 등을 향해 쏘면서 소리쳤다.
“받아라!”
유성처럼 날아간 화살은 장상의 등을 뚫고 들어가 화살촉이 가슴으로 튀어 나왔다. 장상은 투구가 벗겨지고 두 다리가 허공으로 치솟으면서 말에서 떨어졌다. 곽신은 장상이 화살에 맞는 것을 보고 파탄 난 척하면서 말을 돌려 본진을 향해 달아났다. 진명이 바짝 추격했다.
그때 손립은 이미 말을 갈아타고, 화영·삭초와 함께 병력을 휘몰아 적진으로 쳐들어갔다. 반군은 혼란에 빠졌고, 양단·곽신·소길은 그 기세를 당할 수가 없어 급히 퇴각하였다. 그때 반군의 뒤편에서 함성이 크게 일어났다. 방경이 실수할까 염려하여 유문충이 안사영과 우옥린에게 각각 5천 군마를 이끌고 두 길로 공격하게 한 것이었다.
화영 등 네 장수는 급히 병력을 나누어 대적하였다. 그러자 양단·곽신·소길은 병마를 돌려 다시 공격해 왔다. 반군은 삼면에서 협공을 해 왔고, 화영 등 네 장수는 힘을 다해 싸웠지만 점점 포위되어 가고 있었다.
그때 이번에는 동쪽에서 함성이 천지를 진동하면서 반군이 혼란에 빠졌다. 왼쪽에서는 동평을 비롯한 일곱 장수가, 오른쪽에서는 황신을 비롯한 일곱 장수가 일제히 돌격해 왔다. 반군은 대패하여 죽은 자가 아주 많았다. 안사영과 우옥린 등은 급히 퇴각하여 성으로 들어가, 성문을 닫아 버렸다. 송군은 성 아래까지 추격하였으나, 성 위에서 뇌목과 포석이 쏟아져 내려 퇴각하였다.
잠시 후, 송선봉의 대군이 당도하여 성에서 5리 떨어진 곳에 하채하였다. 송강은 소양에게 일러 화영의 공을 첫째로 기록하게 하였다. 홀연 한 줄기 괴상한 바람이 일어나 흙먼지를 날리며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었다. 깃발들이 모두 요동치는 것이 이상하였다. 오용이 말했다.
“이런 바람이 부는 걸 보니, 오늘 밤 필시 적군이 우리 영채를 기습할 것입니다. 빨리 준비해야 합니다.”
송강이 말했다.
“이 바람은 참으로 심상치 않소.”
명을 내려, 구붕·등비·연순·마린은 3천 병력을 이끌고 영채 왼쪽에 매복하게 하고, 왕영·진달·양춘·이충은 3천 병력을 이끌고 영채 오른쪽에 매복하게 하였다. 노지심·무송·이규·포욱·항충·이곤은 5백 병력을 이끌고 영채 안에 매복하게 하였다. 포성을 신호로 하여 일제히 적을 공격하라고 하였다. 배정을 마치고, 송강은 등불을 밝혀 놓고 오용과 군사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
한편, 유문충은 두 장수를 잃고 군사를 점검해 보니, 2천 명을 잃었다. 장막 안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비위장 안사영이 계책을 내놓았다.
“상공께서는 마음 놓으십시오. 송강의 무리는 몇 번 승전했기 때문에 교만해져서 필시 아무런 준비가 없을 것입니다. 오늘 밤 제가 병력을 이끌고 나가 적의 영채를 기습하겠습니다. 반드시 승전하여 오늘의 원수를 갚겠습니다.”
유문충이 말했다.
“장군이 가겠다면, 나도 병력을 거느리고 접응하겠소. 우옥린과 저형, 두 장수에게 성을 굳게 지키게 하겠소.”
안사영이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상공께서 친히 나서신다면, 반드시 송강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밤 10시쯤 안사영은 편장 심안·노원·왕길·석경과 함께 5천 군마를 거느리고, 병사들은 가벼운 갑옷을 입고 말방울을 떼고 성을 나갔다. 군사들이 모두 함매하고 질주하여 곧장 송군의 영채 앞에 당도하여, 함성을 지르면서 일제히 영채로 돌진하였다.
그때 영채 문이 활짝 열리면서 등불이 휘황하게 밝혀졌다. 안사영은 계략에 빠졌음을 알고 급히 퇴각을 명했다. 그 순간 영채에서 포성이 울리면서 왼쪽에서는 연순 등 네 장수가, 오른쪽에서는 왕영 등 네 장수가 일제히 쳐들어왔다. 영채 안에서는 이규 등 여섯 장수가 방패수들을 이끌고 튀어나왔다.
반군은 대패하여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심안은 무송의 계도에 베어져 죽었고, 왕길은 왕영에게 죽음을 당했다. 송군은 안사영·노원·석경의 인마를 포위하였다. 반군이 위급에 처해 있었는데, 유문충이 편장 조홍·석손과 함께 병력을 거느리고 구원하러 왔다. 양군은 한바탕 혼전을 벌이다가 각자 병력을 철수하였다.
다음 날, 유문충이 군사를 점검해 보니, 천여 명을 잃었다. 그리고 심안과 왕길, 두 장수도 죽었음을 알게 되었다. 석손도 중상을 입어 겨우 숨만 쉬고 있는 상태였다. 유문충이 고민하고 있는데, 홀연 위승에서 사신이 명령을 가지고 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유문충은 황망히 말에 올라 북문을 나가 사신을 영접하였다.
사신이 성으로 들어와 명령을 전했는데, 근래에 사천감(司天監)에서 밤에 천문을 보니 강성(罡星)이 진(晉) 땅을 침범하였으니, 성을 굳게 지키라는 내용이었다. 유문충이 사신에게 말했다.
“송나라 조정에서 보낸 송강의 병마가 연이어 두 성을 깨뜨리고 이미 여기까지 당도했습니다. 어제 싸움에서 장수 다섯을 잃었습니다. 구원병이 빨리 와야만 성을 지킬 수 있습니다.”
사신이 말했다.
“제가 위승을 떠날 때만 해도 그런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오는 도중에 송나라 조정에서 군대를 보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유문충은 연회를 열어 사신을 대접하고 예물을 주어 전송하였다. 한편으로 뇌목과 포석, 강궁과 쇠뇌, 불화살과 화기(火器) 등을 준비하여 성을 굳게 지키면서, 구원병이 오기를 기다렸다.
한편, 연순과 왕영 등의 장수들은 영채를 기습한 적병을 물리치고 돌아왔다. 다음 날, 송강은 명을 내려, 성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기계들을 준비하라고 하였다. 임충·삭초·선찬·학사문은 1만 병력을 이끌고 동문을 공격하고, 서녕·진명·한도·팽기는 1만 병력을 이끌고 남문을 공격하고, 동평·양지·단정규·위정국은 1만 병력을 이끌고 서문을 공격하게 하였다. 북문은 남겨 두었는데, 만약 구원병이 오면 성안에서 적군이 나와서 양쪽으로 협공을 당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진·주동·목홍·마린은 5천 병력을 이끌고 동북쪽의 높은 언덕 아래에 매복하고, 황신·손립·구붕·등비는 5천 병력을 이끌고 서북쪽의 밀림 속에 매복하게 하였다. 만약 적이 보낸 구원병이 당도하면, 양쪽에서 협공하게 하였다. 화영·왕영·장청·손신·이립은 마군 1천을 거느리고 네 성문을 왕래하면서 정탐하게 하고, 이규·포욱·항충·이곤·유당·뇌횡은 보병 3백을 거느리고 화영 등과 서로 호응하게 하였다.
배정이 끝나자, 장수들은 명에 따라 떠나갔다. 송강은 노준의·오용 등과 함께 영채를 성 동쪽 1리 밖으로 옮기고, 이운과 탕륭에게 운제(雲梯)나 비루(飛樓) 같은 것들을 만들어 각 부대로 보내게 하였다.
한편, 임충 등 네 장수는 성 동쪽에서 운제와 비루를 성벽에 접근시켜 날랜 군사들로 하여금 기어오르게 하고, 밑에서는 함성을 질러 위세를 도왔다. 하지만 성 위에서 불화살이 메뚜기 떼처럼 쏟아져 성벽을 오르던 군사들은 피하지 못하고 화살에 맞고 떨어져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운제와 비루도 불에 탔다. 서문과 남문도 마찬가지였다. 연이어 6~7일을 공격했지만 성을 함락하지 못했다.
송강은 성을 함락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노준의·오용과 함께 남문으로 가서 군사들을 독려하였다. 그때 화영을 비롯한 다섯 장수가 서쪽에서부터 동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성루 위에서 우옥린이 편장 양단과 곽신을 데리고 군사들의 방어를 감독하고 있었다. 화영이 성루에 접근해 오는 것을 본 양단이 말했다.
“지난번에 저놈의 화살에 우리 장수 둘을 잃었다. 오늘은 그 원수를 갚아야겠다!”
급히 활을 들어 화영을 향해 바람처럼 화살을 날렸다. 화영은 시위소리를 듣고 몸을 뒤로 젖히면서 날아오는 화살을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그 화살을 입에 물고서, 쟁을 안장 고리에 걸고 왼손으로 활을 잡고 오른손으로 입에 물었던 화살을 메겨, 양단을 향해 쏘았다. 양단은 목줄기에 화살을 맞고 뒤로 자빠졌다.
화영이 소리쳤다.
“쥐새끼 같은 놈들이 어디 감히 화살을 날리느냐! 네놈들을 한 놈 한 놈 모조리 죽여주마!”
화영이 오른손으로 다시 화살을 꺼내 쏘려고 하자, 성루에 있던 적군들은 함성을 지르며 모두 아래로 도망쳤다. 우옥린과 곽신도 놀라서 얼굴이 흙빛이 되어 몸을 피하기에 급급하였다. 화영이 냉소하며 말했다.
“오늘에야 비로소 신전장군(神箭將軍)을 알아보겠느냐!”
송강과 노준의는 갈채하여 마지않았다. 오용이 말했다.
“형님! 우리도 화영장군과 함께 성을 돌면서 형세를 살펴봅시다.”
화영 등은 송강·노준의·오용을 호위하여 성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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