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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온주장(玉韞珠藏)
옥구슬이 바위 속에 박혀 있고 진주가 바다 속 깊숙이 감추어져 있는 것으로, 즉 군자가 그 아름다운 자질을 깊이 간직한다는 뜻이다.
玉 : 구슬 옥(玉/0)
韞 : 감출 온(韋/10)
珠 : 구슬 주(玉/6)
藏 : 감출 장(艹/14)
마음은 백일(白日)처럼 드러내고 재주는 옥돌처럼 감추어라
군자의 마음가짐(마음씀)은 푸른 하늘과 밝은 해처럼 사람들로 하여금 알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되며, 군자의 재주와 지혜는 감춘 옥돌과 숨긴 구슬처럼 사람들로 하여금 쉬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
논어(論語) 자한편(子罕篇)에
子貢曰(자공왈)
有美玉於斯(유미옥어사)
韞櫝而藏諸(온독이장저)
求善賈而沽諸(구선가이고저).
자공이 여쭈었다. "여기에 아름다운 옥이 있다면 궤에 넣어 보관하시겠습니까, 좋은 상인을 구하여 파시겠습니까?"
子曰(자왈)
沽之哉(고지재) 沽之哉(고지재)
我待賈者也(아대가자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팔아야지, 그것을 팔아야지! 나는 상인을 기다릴 것이다."
과연 언변에 뛰어났던 자공이다. 만약 자공이 직설적으로 "선생님은 왜 벼슬하지 않으십니까?"라고 여쭈었다면 공자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그런데 자공은 스승을 귀한 옥에 비견(比肩)하여 넌지시 에둘러 여쭈었던 것이다.
제자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스승 또한 속 시원하게 답하고 있으니, "팔아야지, 아무렴 팔고 말고!" 두 번이나 연거푸 강조하여 자신의 현실참여 의지를 밝히고 있다.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의 차이는 감출 것과 드러낼 것을 명확히 하는 데서 확연히 구별된다. 소인은 감출 것을 드러내고 드러낼 것은 감추는 법이다.
군자의 마음가짐은 언제나 푸른 하늘에 밝게 빛나는 태양처럼 일점의 의혹도 없이 공명정대하여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과 지혜는 바닷속에서 남몰래 자라나는 진주처럼 감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은 자기 PR 시대라 하여 그다지 대수롭니 않은 재주를 이용해 인기와 명성과 돈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도 많다. 그들은 겸양지독을 농경시대의 처사의 가치관으로만 알고 있다.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이들 중에는 자신의 특기가 인정을 받아 하루 아침에 대중의 우상이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인격적으로 미숙한 사람은 무절제한 생활로 자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러므로 재주를 내세우기 전에 인격도야가 앞서야 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가짐은 인간됨의 바탕(體)이며 그가 가진 재주는 쓰임새(用)인 것이다.
마음가짐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사람됨의 기본이며, 재주를 감추는 것은 처세(處世)의 지혜이다. 마음가짐이 편안한 사람은 그 사람됨이 밝은 빛처럼 빛나며, 여기에 진실함을 겸비한 사람은 자신과 남을 진실하게 대한다.
교육자인 타오싱즈(陶行知)는 일찍이 핑라오징(平老靜)이라는 늙은이를 일러 “평범하면서도 위대하다”고 칭송한 적이 있다. 핑라오징은 찐빵가게 주인이다. 그는 도금한 팔찌를 전당포에 맡겼다가 돈을 갚으면서 진짜 팔찌로 돌려받자 이내 전당포로 달려가 돌려준 적이 있었다. 이에 사람들은 핑라오징이 진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모두들 그의 가게에서 찐빵을 사먹었다. 가게는 크게 번창하였다.
마음가짐이 편안한 사람은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고, 이는 성공의 토대가 된다. 하지만 성공을 바란다면 ‘봉망필로(鋒芒畢露)’를 피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봉망필로’는 “자기 재주를 모두 드러낸다.”는 의미이다. ‘봉망’의 본래 의미는 ‘칼끝’으로, 사람이 드러내는 재주를 의미한다. ‘봉망’을 갖는다는 것은 본래 좋은 의미이다.
그러나 ‘봉망’은 남을 해칠 수도 있고, 자신을 해칠 수도 있다. 따라서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주를 너무 드러내 남의 질투와 원한을 일으키고 나아가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 재주를 감춘다는 것이 영원히 감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무기(武器)를 감추어 두었다가 때가 되면 움직이는 것이다. 즉 일단 자신을 보전하고 때가 성숙되면 총명, 재주, 지혜를 발휘하여 큰일을 하는 것이다.
무등을 보며 /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靑山)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의 때가 오거든/ 내외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도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이 시는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가 6.25 피난시절, 다형(茶兄) 김현승(金顯承)의 도움으로 어린 자식들을 이끌고 잠시 광주에 머물었던 그때, 굶기를 밥 먹듯이 했던 그 극단적 궁핍의 시기에 지은 작품이다. 나는 이 시의 마지막 대목에서 언제 어디서 읽은 기억조차 아슴한, '옥돌은 진흙 속에 묻혀 있어도 결코 그 빛을 잃지 않는 법이다'라는 옛 잠언(箴言)을 떠올렸다.
君子之心事는 天靑日白하여 不可使人不知요
(군자지심사는 천청일백하여 불가사인부지요)
군자의 마음가짐은 하늘이 푸르고 햇빛이 밝은 것과 같이 남들이 모르게 해서는 안되며
君子之才華는 玉韞珠藏하여 不可使人易知라.
(군자지재화는 옥온주장하여 불가사인이지라.)
군자의 재주와 지혜는 옥돌이 바위속에 숨겨져 있고 진주가 바다 깊이 감추어져 있는것 처럼 남들이 쉽게 알게 해서는 안된다.
마음은 드러내고 재주는 감춘다.
음흉한 마음은 그 모습을 감추고 비밀이 많은 마음은 곁눈질을 하고 눈치를 살핀다. 그러나 떳떳한 마음은 항상 맑은 하늘처럼 분명하다. 분명한 마음은 당당하고 걸림 없다.
군자는 누구인가? 마음을 항상 드러내 놓고 사는 자이다. 사랑하고 돕고 보살피는 마음만 쓰는 자를 군자라고 하는 게다. 해롭게 하려고 하면 마음은 숨어야 하고 자기 이익을 노리면 마음을 감추어야 한다.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한다면 마음속은 밝은 대낮 같다.
군자의 마음 바탕은 푸른 하늘과 밝은 햇살 같다는 게다. 제 욕심이 없는 까닭이다. 이러한 마음 바탕은 세상에 널리 알려질수록 좋다. 간디 같은 사람, 슈바이처 같은 사람, 테레사 수녀 같은 사람, 등등이 군자 같은 분이다.
군자에는 성별이 없다.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군자도 되고 소인도 된다. 소인은 제 재주를 자랑하고 군자는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군자는 행복을 베풀고 소인은 행복을 훔쳐 제 것으로 소유하려고 한다. 소유할수록 불행이 겹치고 베풀수록 행복은 함께 한다.
君子之心事(군자지심사)는 天靑日白(천청일백)하여 不可使人不知(불가사인부지)요.
君子之才華(군자지재화)는 玉韞珠藏(옥온주장)하여 不可使人易知(불가사인이지)라.
자신의 마음가짐은 하늘처럼 푸르고, 대낮같이 밝게 해서 어느 누구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자신의 뛰어난 재능은 옥돌이 바위 속에 깊이 박힌 듯이 물속에 깊이 잠긴 듯이 남이 쉽게 알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자신의 신조에 거리끼는 점이 없으면 매사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며 자신있게 말할 수가 있다. 그런 사람이 하는 말에는 거짓이 없고 자신감이 있기에 남들이 신용하게 되는데, 신용이란 이렇게 해서 얻어지는 법이다. 이에 반하여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식의 목랑청(睦郞廳)이 된다면 실로 곤란하다. 그런 본심이 남에게 알려질 경우, 그 사람은 조직 속의 리더가 되어 남을 다스릴 자질이 없음을 입증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것이 군자의 마음이니 굳이 마음의 문을 닫을 게 무엇인가? 땅을 굽어 보아도 떳떳한 삶이니 남의 평판 따위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마음을 활짝 여는 것과 자신의 재능을 떠벌이는 것과는 다르다. 예로부터 재능이 많은 사람은 경박하다고 일러 왔다. 옥은 바위 깊숙한 곳에 자취를 숨기고 있으며 진주는 바다 깊이 자태를 숨기고 있어 더욱 값진 것이 아니겠는가.
사기(史記)에 '좋은 상품은 깊이 간직하여 아무것도 없는 양 가장하는 것이 뛰어난 상인이다(良賈深藏苦虛/양고심장고허)'라는 노자(老子)의 말이 있다. 사실 훌륭한 학식과 재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을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세상 사람들이 자연히 알게 되고 또 인정해 주는 법이다.
19세기 초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장편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하나의 재능을 갖고 하나의 재능을 위해서 태어난 자는, 그 속에서 그의 가장 아름다운 생존을 발견해 낸다.' 그리고 러시아 소비에트 문학의 기수로 일컬어지는 막심 고리키는 재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재능이란 것은 자기 자신을, 즉 자기의 힘을 믿는 것이다.' 독일의 시인 하이네의 말 한마디를 더 들어보자. '재능은 고독 속에서 이루어지며, 인격은 세상의 거친 파도 속에서 이루어진다.'
君子之心事 天靑日白 不可使人不知
군자지심사 청천일백 불가사인부지
君子之才華 玉韞珠藏 不可使人易知
군자지재화 옥온주장 불가사인이지
군자의 마음 씀은 마치 하늘이 푸르고 해가 밝은 것처럼 남이 알아보지 못하게 아니하며, 군자의 재주와 지혜는 주옥같이 깊숙하게 감추어둠으로써 남이 쉽게 알게 하지 아니한다.
채근담(菜根譚)에서 말하는 군자(君子)는 관념(觀念)을 모두 깨부수어 버려 마음이 텅 비어 고요해진 사람을 뜻한다. 그런 군자(君子)의 마음은 이미 텅 비어 고요해졌기(虛靜) 때문에 숨기거나 감추어야 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도 전혀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인도의 깨달은 자들은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고 살았던 사람들도 아주 많다. 마하비라가 그랬고, 심지어는 인도의 카슈미르(Kashmir) 지역의 랄라(Lalla)라는 여성도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랄라에게서 음욕을 품은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그녀를 찬양하고 사랑했으며, 그녀의 알몸에서 사람들은 초월적인 아름다움과 순진무구함을 보았던 것이다. 알몸을 내보이면 창피하다는 것도 인간이 스스로 만든 관념(觀念)에 불과한 것이다.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군자(君子)는 도(道: 眞理)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 세상 그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이 그것을 알고 있다고 떠벌리지 않는다. 그런 군자(君子)들은 자만심(自慢心)과 우월감(優越感) 등 마음 심(心)자가 들어가는 모든 마음이 사라진 사람들이다. 한자(漢字)에는 마음 심(心)자가 들어가는 단어가 966개 있다. 君子의 마음에는 966개나 되는 모든 마음이 모두 사라지고 그저 마음이 텅 비어져 있을 뿐이다.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갓 태어난 갓난 아이의 마음은 君子(聖人)의 마음과 같이 텅 비어져 있지만, 자라면서 부모에 의하여, 학교 교육에 의하여, 사회 규범에 의하여 또는 자신의 경험에 의하여 관념(觀念)들이 쌓여서 하나의 인격체를 이루고 그 인격체를 자기 자신이라고 여기면서 살아간다.
그런 觀念들은 한 인격체가 살아가면서 옳고 그름 및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옳고 그름 및 좋고 그름을 판단함으로 끊임없이 이원성(二元性)이라는 모순과 갈등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그런 모순과 갈등은 인간을 고통스러운 삶으로 빠트리는 번뇌(煩惱)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觀念을 깨부수어 버려 마음이 텅 비어 고요해진(虛靜) 君子(聖人)는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二元性은 사라지고, 항상 일원성(一元性)에 머무르게 되어 그 어떤 모순과 갈등도 만들어지지 않고, 따라서 모든 煩惱가 사라진 천국(天國)의 삶을 살게 된다.
중국 법계의 삼조(三祖)인 승찬대사(僧璨大師)는 그렇게 一元性으로 머무르는 ‘깨달음(道/진리)’을 얻는 방법에 대하여 너무나도 쉽게 설명하고 말하고 있다. ‘至道無難 唯嫌揀擇 但莫憎愛 洞然明白(지도무난 유혐간택 단막증애 통연명백), 즉 지극한 道(眞理)는 어렵지 않은데 무엇을 가리어 택하는, 즉 분별심만 없으면 되는데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만 없다면 막힘 없이 환하게 밝아질 텐데’라고 말이다.
무엇을 가리어 택하는, 즉 무엇을 분별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 곧 一元性으로 머무르는 것이고, 그런 一元性의 마음에서는 사랑과 미움이 나뉘어지지 않아 그 어떤 환경에서도 마음이 항상 고요하고, 그렇게 고요한 마음을 가진 사람의 삶은 막힘 없이 환하게 밝아지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깨달음(道/진리)’을 얻게 되어 완전한 自由와 지극한 행복(至福)만이 존재하는 참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시점이 죽음을 바로 앞둔 순간이어서 완전한 自由와 지극한 행복(至福)만이 존재하는 참 삶을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고 마는 것이다.
예수와 釋迦가 天國의 삶, 열반(涅槃)의 삶을 얼마나 강조하였던가? 우리 자신이 天國의 삶 또는 지옥(地獄)의 삶을 사는 것 또한 우리의 생각이 만들 뿐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일으키는 기준은 곧 우리 스스로가 쌓아 만든 觀念이다.
그러나 그런 觀念들을 모두 깨부수어 없애버리면 생각이 일어나지 않게 되고, 생각이 일어나도 그 생각에 조금의 모순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 우리의 생각에 모순이 존재하지 않으면 모순으로 만들어지는 煩惱 또한 만들어질 수가 없다. 그렇게 모든 煩惱가 사라진 삶, 그것이 바로 예수와 釋迦가 그렇게 강조했던 天國의 삶인 것이다.
▶️ 玉(구슬 옥)은 ❶상형문자로 세 개의 구슬을 끈으로 꿴 모양으로, 중국 서북에서 나는 보석을 말한다. 처음에는 王(왕)으로 썼으나 나중에 丶(점)을 더하여 王(왕)과 구별하였다. ❷상형문자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쓸모 있게 만들어야 값어치가 있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구슬이란 호박이나 옥을 뜻했다. 옛사람들은 옥도 가공해야 장신구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구슬을 뜻하는 玉자는 가공된 여러 개의 보석을 끈으로 연결해놓은 모습으로 그려졌다. 갑골문에 나온 玉자를 보면 지금의 王(임금 왕)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해서에서는 王자와의 구별이 어려워지게 되어 점을 찍은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주의해야 할 것은 玉자가 부수 역할을 할 때는 여전히 옛 글자인 王자로 표기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珍(보배 진)자나 班(나눌 반)자처럼 王자가 부수로 쓰여 있다 할지라도 모두 '구슬'로 해석해야 한다. 그래서 玉(옥)은 (1)빛이 곱고 아름다운 광택(光澤)이 나며 모양이 아름다워 귀(貴)하게 여기는 돌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구슬 ②옥(玉) ③아름다운 덕(德) ④미칭(美稱), 상대편의 것을 높여 이른 말 ⑤옥(玉)과 같은 사물의 비유 ⑥아름답다 ⑦훌륭하다 ⑧가꾸다 ⑨소중히 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구슬 주(珠), 구슬 원(瑗), 구슬 경(瓊), 구슬 선(璿), 구슬 벽(璧),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돌 석(石), 쇠 철(鐵)이다. 용례로는 옥으로 만든 도장을 옥인(玉印), 옥으로 만든 패물을 옥패(玉佩), 옥으로 만든 함을 옥함(玉函), 옥과 같이 보배롭고 귀한 그릇을 옥기(玉器), 임금이 앉는 자리를 옥좌(玉座), 옥으로 만든 술잔을 옥배(玉杯), 옥과 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시내를 옥계(玉溪), 옥에도 티가 있고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나 물건이라도 한 가지의 흠은 있다는 옥하(玉瑕), 옥같이 희고 고운 팔이라는 옥완(玉腕), 윗사람의 딸을 높여 이르는 말을 애옥(愛玉), 구슬과 옥을 주옥(珠玉), 옥을 갊으로 지덕을 닦음을 공옥(攻玉), 옥과 돌이 함께 뒤섞여 있다는 뜻으로 선과 악이나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함께 섞여 있음을 이르는 말을 옥석혼효(玉石混淆), 옥과 돌이 함께 불타 버린다는 뜻으로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 함께 망함을 이르는 말을 옥석구분(玉石俱焚), 옥과 돌이 함께 부서진다는 뜻으로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함께 망함을 이르는 말을 옥석동쇄(玉石同碎), 옥계에 흐르는 맑은 물을 일컫는 말을 옥계청류(玉溪淸流), 옥과 돌이 한 궤짝 속에 있다는 뜻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이나 혹은 똑똑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이 한데 섞여 있는 경우를 일컫는 말을 옥석동궤(玉石同匱), 귀한 분의 걸음걸이와 몸이란 뜻으로 남의 건강을 비유하는 말을 옥보방신(玉步芳身), 빛이 썩 희고 고결하여 신선과 같은 뛰어난 풍채와 골격을 일컫는 말을 옥골선풍(玉骨仙風), 아주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음 또는 그러한 의복과 음식을 일컫는 말을 옥의옥식(玉衣玉食), 옥녀와 같이 아름다운 여자를 일컫는 말을 옥녀가인(玉女佳人), 아름다운 얼굴에 영걸스러운 풍채를 이르는 말을 옥안영풍(玉顔英風), 아름답고 얌전한 신랑이나 젊은이를 일컫는 말을 옥인가랑(玉人佳郞), 맑고 깊은 바다와 단단한 산이라는 뜻으로 고상한 인품을 비유하는 말을 옥해금산(玉海金山) 등에 쓰인다.
▶️ 韞(감출 온, 감출 운)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가죽 위(韋; 가죽)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昷(온)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韞(온, 운)은 (1) '감출 온'의 경우는 ①감추다 ②싸다 ③활집(부린 활을 넣어 두는 자루) ④상자(箱子) ⑤주황색(朱黃色: 빨강과 노랑의 중간색) ⑥붉은빛 ⑦적황색(赤黃色: 붉은빛을 많이 띤 누런색) 따위의 뜻이 있고, (2) '감출 운'의 경우는 ⓐ감추다 ⓑ넣다 ⓒ땅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옥구슬이 바위 속에 박혀 있고 진주가 바다 속 깊숙이 감추어져 있는 것으로 즉 군자가 그 아름다운 자질을 깊이 간직한다는 이르는 말을 옥온주장(玉韞珠藏) 등에 쓰인다.
▶️ 珠(구슬 주)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구슬옥변(玉=玉, 玊; 구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朱(주)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❷형성문자로 珠자는 '구슬'이나 '진주'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珠자는 玉(구슬 옥)자와 朱(붉을 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朱(붉을 주)자는 '적심목(赤心木)'이라 부르는 나무를 뜻하지만, 여기에서는 발음 역할만을 하고 있다. 珠자는 둥근 형태의 보석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이다. 그래서 珠자는 진주(珍珠)나 구슬처럼 동그란 모양의 보석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珠(주)는 ①구슬 ②진주(眞珠) ③방울 ④붉은색 ⑤붉다 ⑥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구슬 원(瑗), 구슬 경(瓊), 구슬 선(璿), 구슬 옥(玉), 구슬 벽(璧)이다. 용례로는 구슬과 옥을 주옥(珠玉), 주판으로 하는 셈을 주산(珠算), 구슬과 같이 아름다운 꽃봉오리를 주뢰(珠蕾), 오리 형상으로 만든 구슬을 주부(珠鳧), 구슬을 박아서 만든 비녀를 주전(珠鈿), 구슬로 꾸민 비녀를 주잠(珠簪), 구슬을 달아서 꾸며 만든 채찍을 주편(珠鞭), 구슬과 옥 따위로 아름답게 꾸민 옷을 주복(珠服), 구슬처럼 떨어지는 눈물을 주루(珠淚), 구슬땀으로 구슬처럼 방울방울 맺힌 땀을 주한(珠汗), 구슬이나 구슬 모양의 물건을 꿰어 만든 발을 주렴(珠簾), 구슬을 꿰어 만든 갓끈을 주영(珠纓), 고운 빛이 나는 아름다운 구슬을 명주(明珠), 보배로운 구슬을 보주(寶珠), 염불할 때에 손으로 돌려 그 수효를 세는 기구를 염주(念珠), 이슬 방울을 노주(露珠), 좋은 구슬과 옥을 상주(上珠), 깨어진 구슬 조각을 쇄주(碎珠), 신기한 구슬을 신주(神珠), 구슬을 꿰어 맴을 철주(綴珠), 관이나 갓의 끈에 꿴 구슬을 영주(纓珠), 수를 셈하는데 쓰는 구슬을 산주(算珠), 물 속에 들어가 진주를 캐냄을 채주(採珠), 구슬처럼 흘러나오는 눈물 방울을 누주(淚珠), 구슬을 뀀 또는 꿴 구슬을 연주(聯珠), 공자가 구슬을 꿴다는 뜻으로 어진 사람도 남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말을 공자천주(孔子穿珠), 수후의 구슬로 새를 잡는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손해 보게 됨을 이르는 말을 수주탄작(隨珠彈雀), 쌀은 구슬 보다 비싸고 땔감은 계수나무 보다 비싸다는 뜻으로 물가가 치솟아 생활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미주신계(米珠薪桂), 보배로운 구슬을 어둠속에 던진다는 뜻으로 어떤 귀한 선물도 도리에 벗어난 방법으로 주면 도리어 원망을 산다는 말을 명주암투(明珠闇投), 늙은 방합에서 구슬이 나온다는 뜻으로 총명한 아들을 둔 사람에게 그를 기려 축하하는 말을 노방생주(老蚌生珠), 큰 바다에 남아 있는 진주라는 뜻으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현자나 명작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창해유주(滄海遺珠), 금을 산에 버리고 구슬을 못에 빠뜨린다는 뜻으로 재물을 가벼이 보고 부귀를 탐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연금침주(捐金沈珠), 금과 은과 구슬과 옥이라는 뜻으로 온갖 귀한 보물을 이르는 말을 금은주옥(金銀珠玉) 등에 쓰인다.
▶️ 藏(감출 장)은 ❶형성문자로 蔵(장)은 통자(通字), 匨(장)은 고자(古字), 蔵(장)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臧(장)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臣(신)은 눈을 지그시 감은 모양으로 신하와 臧(장)은 무기로 죽이는 일로서, 臧(장)은 전쟁에 져서 잡혀 눈을 상처내거나 입묵(入墨)을 당하거나 한 노예(奴隸)를 말한다. 그러나 이 글자는 善(선; 좋다)의 뜻으로 쓴 예가 많다. 나중에 넣어두다, 감추다, 곳집의 뜻으로 쓰는 것은 음(音)이 비슷한 裝(장; 물건을 싸다, 넣어두다), 莊(장; 풀이 무성하다, 물건이 괴어서 모이다), 倉(창; 물건을 넣어두다, 곳집)과 결부되었기 때문이다. 藏(장)은 莊(장)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 속체(俗體)이다. ❷회의문자로 藏자는 '감추다'나 '숨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藏자는 艹(풀 초)자와 臧(착할 장)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臧자는 臣(신하 신)자와 戈(창 과)자가 결합해 있던 글자로 노예의 한쪽 눈을 멀게 하여 저항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臧자에 '착하다'라는 뜻이 있는 것도 사실은 저항하지 못하는 노예를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노예를 뜻하는 臧자에 艹자를 결합한 藏자는 도망친 노예가 풀숲에 숨었다는 의미에서 '숨다'나 '감추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藏(장)은 ①감추다 ②숨다 ③곳집(곳간(庫間)으로 지은 집) ④광 ⑤서장(西藏)의 약칭 ⑥오장(五臟)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서적을 간직하여 둠 또는 그 서적을 장서(藏書), 겨울에 얼음을 떠서 곳집에 넣어 둠 또는 그 얼음을 장빙(藏氷), 넣어 둠이나 간직하여 둠을 장치(藏置), 보관하여 둔 서적을 장판(藏版), 자기의 변변하지 못한 점을 감춤을 장졸(藏拙), 감추고 숨김을 장닉(藏匿), 물건을 간직하여 지킴을 장수(藏守), 숨은 행습을 장습(藏習), 몸을 감춤을 장신(藏身), 물건을 쌓아서 간직하여 둠을 저장(貯藏), 사물을 유용한 곳에 활용하지 않고 넣어 둠을 사장(死藏), 물건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싸서 간직함을 포장(包藏), 간직하여 둔 물건이나 물건을 간직하여 둠을 소장(所藏), 안에다 간직함을 내장(內藏), 비밀히 감추어 두거나 간직함을 비장(祕藏), 묻어서 감추는 것을 매장(埋藏), 자기 집에 보관함 또는 그 물건을 가장(家藏), 보존되도록 갈무리 함을 보장(保藏), 물러나서 자취를 감춤을 퇴장(退藏), 머리는 감추었는데 꼬리는 드러나 있다는 뜻으로 진실을 숨겨두려고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말을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를 감추고 꼬리를 숨긴다는 뜻으로 일의 전말을 확실히 밝히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장두은미(藏頭隱尾), 종적을 아주 감춘다는 말을 장종비적(藏蹤祕迹), 공부할 때는 물론 쉴 때에도 학문을 닦는 것을 항상 마음에 두어야 한다는 말을 장수유식(藏修遊息), 웃음 속에 칼을 감춘다는 뜻으로 말은 좋게 하나 마음속으로는 해칠 뜻을 가진 것을 비유하여 일컫는 말을 소리장도(笑裏藏刀), 일자리를 얻었을 때에는 나가서 자신이 믿는 바를 행하고 버리면 물러나 몸을 숨긴다는 뜻으로 나아가고 물러섬이 깨끗하고 분명함을 이르는 말을 용행사장(用行舍藏), 지식인이 시세에 응하여 벼슬에 나아가기도 하고 물러설 줄도 아는 처신의 신중함을 이르는 말을 행장진퇴(行藏進退), 꼬리는 드러낸 채 머리만 숨긴다는 뜻으로 잘못을 숨기려 해도 결국 드러나게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노미장두(露尾藏頭), 솜 속에 바늘을 감추어 꽂는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부드러운 듯하나 속으로는 아주 흉악함을 이르는 말을 면리장침(綿裏藏針), 새를 다 잡고 나면 활은 창고에 넣는다는 뜻으로 이용 가치가 없어지면 버림을 받게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조진궁장(鳥盡弓藏), 하늘이 감추고 땅이 숨겨 준다는 뜻으로 세상에 드러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천장지비(天藏地祕)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