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1 수요일
(2351 회)
- 권력자(權力者)의 노욕(老慾)을 비판한 시골처녀 -
옛날 시골 마을의 한 가난한 집 처녀(處女)가 천상의 선녀(仙女)처럼 아름답게 자랐다. 심성(心性)도 착하고 영리하였다.
처녀(處女)의 미모(美貌)와 총명함은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듯 급기야 황제(皇帝)의 귀에 들어갔다.
황제(皇帝)는 지체 없이 뚜쟁이 노파를 처녀의 집으로 보냈다.
노파는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다며 황제(皇帝)의 명에 따라 처녀(處女)의 마음을 잡기 위하여 애를 썼다.
처녀가 물었다.
'황제(皇帝)께서는 올해 나이가 몇이며 처첩은 몇 명이나 됩니까?'
'올해 일흔이시며 처첩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지.' 노파는 신이라도 난 듯 의기양양(意氣揚揚) 대답하였다.
노파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던 처녀(處女)는 당찬 목소리로 어렵게 말하였다.
'그렇다면 저는 20마리의 이리와 30마리의 표범, 40마리의 사자와 60마리의 노새, 70근의 면화와 80장의 나무판자를 예단으로 원합니다.'
처녀(處女)의 황당한 요구(要求)에 노파는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별다른 수없이 황제(皇帝)에게 돌아가 이 말을 전하였다.
황제(皇帝)도 의아해하며 당시 분위기를 묻는 등 뚜쟁이 노파의 입을 주시했지만 별다른 말이 있을리 없었다.
이때 곁에 있던 한 대신(大臣)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였다.
'그런 것들은 사냥꾼, 목동, 농부, 목수에게 준비(準備)시키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황제(皇帝)를 가까이서 모시는 시종 하나가 그 말에 살며시 입을 가리고 고개를 돌리더니 키드 키득 웃었다.
황제(皇帝)는 시종을 불러 왜 웃었느냐고 물었다.
시종이 머뭇거리자 안달이 난 황제가 다시 시종을 다그쳤다.
시종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제가 웃는 까닭은 저 분의 말씀이 틀려서입니다.
그 처녀가 요구(要求)한 예물에 담긴 뜻은 이렇습니다.
사람이 스무 살이 되면 마치 이리처럼 용감하고 민첩(敏捷)해지고, 서른이 되면 표범처럼 몸과 힘이 강해지며, 마흔이 되면 사자처럼 위풍당당(威風堂堂)
해 집니다.
하지만 예순까지 살면 나이든 노새처럼 힘이 빠지고 일흔이 되면 몸이 솜처럼 물렁물렁해 집니다.
그리고 여든까지 살면 다른 건 다 필요(必要) 없고 널빤지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겁니다.
죽으면 들어갈 관(棺)을 짤 나무가 필요(必要)하다는 말이지요.
총명(聰明)한 그 처녀의 말인즉 지금 폐하께 필요한 것은 처녀(處女)가 아니라 시신이 들어갈 나무판자라는 것이지요.
그런 것도 모르고 정색을 하고 예물(禮物)을 준비(準備)하려고 하시니 웃은 것입니다.'
시골 처녀는 늙은 황제(皇帝)가 백성(百姓)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으면서 노욕(老慾)을 부린다고 판단하여 절묘한 요구(要求) 사항으로 황제의 욕심(慾心)을 마음껏 조롱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시골 처녀가 요구(要求)한 예물의 뜻을 조정의 대신(大臣)들은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고 천한 시종만이 눈치 챘다는 사실이다.
아니면 대신(大臣)들은 알면서도 제대로 말하지 않고 듣기 좋은 말만 했다는 사실(事實)이다.
욕심(慾心)과 욕망(慾望)은 인간의 본능(本能)이다.
하고자 하는 마음(慾心)이 생기면 그것을 바라게 되는 마음(慾望)이 발동(發動)한다.
이 두 감정(感情)은 거의 동시에 발동(發動)하기 때문에 '일란성 쌍둥이'이다.
여기에 유혹(誘惑)이 따르면 이 두 본능(本能)은 즉시 합체(合體)한다.
욕심(慾心)이 없으면 발전(發展)도 없다.
그러나 욕심이 정도를 지나치면 자신(自身)읕 망치는 것은 물론 주위 사람까지 해친다.
지나친 욕심(慾心)이 권력(權力)과 결합(結合)하면
그 해악은 한 나라를 거덜 낼 정도로 커진다.
자제력 없는 욕심을 '탐욕(貪慾)'이라 하고 늙어서 부리는 욕심을 '노욕(老慾)'이라고 한다.
건강한 욕심은 자제력(自制力)이 전제되어야 한다.
다행히 인간에게는 욕망(慾望)을 통제할 수 있는 이성적(理性的)인 판단이 존재(存在)한다. 원활한 신진대사야말로 사회(社會)를 건전하게 발전(發展)시키는 밑거름이 아닌가?
시골 처녀(處女)의 지혜(智慧)가 참으로 날카롭게 우리 사회(司會)의 아픈 곳을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