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작은 문제라도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문제로 번져 엄청난 희생과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의미다. 사회의 기본질서, 공동체의 가치 등이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으면 작은 문제라도 여론화되고 정책 어젠다로 연결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작동원리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대형 사건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미봉책 마련에 급급한다.
▼“상점의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불량배들은 그 상점이 폐업한 것으로 보고 나머지 유리창까지 모조리 깨뜨리게 된다. 그리고 상점에 남아있던 물건마저 훔쳐간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주변 상가도 망가지고 결국 도시 전체가 무질서해져강력범죄도 많이 발생한다.” 미국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의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 Windows Theory)'이다. 유리창 한 장이 한 도시를 망가트릴 수 있다는 결론이다.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1994년 취임 후 이 법칙에 착안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세계적인 도시 뉴욕이 우범지대로 변하고 강력사건이 급증하는 것을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우선 범죄 온상지로 전락한 지하철 내 `낙서 지우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스프레이로 도배된 온갖 낙서를 지워나간 결과 무임승차와 쓰레기 무단투기 등이 사라지고, 범죄도 없는 쾌적한 뉴욕의 지하철로 재탄생했다. 또 우범지대 곳곳에 CCTV 감시망 체제를 구축해 5년 만에 중범죄가 75%나 줄어든 안전한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심각한 안전사고가 1건 일어나기 전에 29건의 경미한 사고가 발생하고, 29건의 경미한 사고 전에는 300건이나 되는 위험요소가 나타난다고 한다(1대29대300 하인리히 법칙). 작은 바늘구멍으로 새는 물이 결국에는 뚝을 무너트린다. 우리 사회의 작은 허점부터 메워나가야겠다.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는 해법이다.
최병수논설주간·cbsdmz@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