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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코스모스 축제에 가다
아침에 뉴스에서 그랬던가.
구리시는 코스모스로 만발 했다고
도시에 오래 동안 각종 오염에 갇혀있던 사람들에게
이 보다 더 기쁜 소식은 없으리라.
등을 간질이고 눈 부실정도로 대지를 달구는
보석처럼 따스한 햇살
줌 랜즈로 잡아당긴 듯 먼발치의 산들까지도
너무 가까이 보인다.
이런 전형적인 가을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도 축복이며
이런 날씨를 보기도 힘들며 청명하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청명함을 말로 할 때와 느낌으로 느낄 때가 다르듯이
파란 하늘을 보노라면 미소를 띠며 기도를 올리는 행복감보다도
더 기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오늘 집 사람과 함께 제 14회 구리시 코스모스 축제에 갑니다.
축제장에 이르니 코스모스 이외에 해바라기, 금숭화, 사르비아,
백일홍, 서숙, 수수 등 이름 모를 꽃들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전이
새 색시 마냥 먼저 우리를 반긴다.
하늘에는 흩어 진 빗살무늬 구름과 파란 창공이
흰색과 파란색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공존 해 있고
대지에는 살포시 내려앉은 바람이
빨강, 분홍, 흰 코스모스의 물결을 어루만지니
미풍에도 하늘거린다.
인파도 그 속에서 추억을 남기려고 안간 힘을 쓰며
연신 사진을 찍으며 일렁거린다.
우리도 따라 무리 속에서 그들이 했던 것과 같이 하며
무리 속에 끼어든다.
걷고 또 걸었습니다. 코스모스가 보이는 끝까지
꽃에 묻히다 보니 황홀함에 모든 감각이 마비된 듯합니다.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코스모스 한 가운데에 원두막이 드문드문 보이고
지붕 위에는 박도 보여 농가에 온 느낌입니다. .
저 멀리 흰 색의 아파트 건물들이 보입니다.
아무리 시골의 풍경 속에 들어와 자연에 묻혀
나목이 되려고 발버둥 처도 벗어나지 못하고
도심 그 자리에서 맴맴 헛돌고만 있구나.
꽃밭 옆으로 자전거가 지나갑니다.
그 길이 자전거 길이라서 쉴 사이 없이
자전거가 지나갑니다.
저 멀리 암사교가 보인다.
암사교를 보니 기욤 아폴리네르의 널리 알려 진 시
미라보 다리가 생각납니다.
기욤 아폴리네르는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흐르네.
우리들의 사랑을 내 기억하여야 하리
기쁨은 항상 고통 위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시간이여 울려라
날들은 가고 나는 머무네. 중략
이렇게 읅고 나니
암사교 다리가 그렇게 멋진 다리가 아닐지라도
암사교 다리 아래 한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흐르네. 라고
멋진 사랑의 꽃을 피우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아니한가.
그래 어디 누구 한 번 멋진 사랑의 꽃 피워서
사랑의 다리로서 영원히 남기고 싶은 생각은 없더란 말인가.
오늘도 한강은 말없이 잔잔히 흐른다.
너무나 잔잔히 흐른다.
꽃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에 쌓였던 근심, 걱정의 응어리는
어느 듯 삶은 감자처럼 뭉개지고
마르지 않는 기쁨의 샘물은 줄기차게 넘쳐흐른다.
10월은 상달입니다.
여행이나 나들이하기, 사랑 나누기, 운동하기, 독서하기,
우정 나누기 좋은 계절이라서 상달이라고 부르는 가 봅니다.
겨울로 들어서기 전에 10월을 유용하고 멋지게 보냅시다.
들어 올 때 눈여겨보지 않던 텐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 속의 부모님과 아이들의 모습이
화목하고 다정하게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부모님의 품이 대지처럼 소박하게 열려 있고
빵처럼 부드럽고 선량하게 느껴졌습니다.
귀로길 물론 꽃도 아름다웠지만 꽃 보다 더 아름답기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할머니 품으로 달려드는
손자의 해 맑은 웃음이 그 어는 꽃보다도 아름다웠습니다.
오늘은 좋은 날
좋은 곳에서 집 사람과 보낸 좋은 하루였습니다.
2014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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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