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입시설명회까지 사교육업자가?
지난 11월에 지자체 주최 입시설명회를 사교육 종사자에게 맡기는 문제를 보도했었는데, 중고등학교에서 여는 입시설명회에도 학원강사를 부르는 것이 20건이나 확인됐어요. 아니, 공교육기관에서 입시설명회를 사교육 종사자에게 맡기다니요. 아, 진짜 이건 아니죠!
우리 단체는 2014년부터 이 문제를 교육청에 제기했는데 여전히 이를 어기는 학교들이 있네요. 사교육업체 연사는 자사 홍보물이 수록된 자료집과 상품할인권 등을 배포하고 있으니, 학교가 사교육 홍보 대행해준 꼴이죠. 이 조사는 정부 전수조사도 아니고 우리 단체가 직접 파악한 것이니, 실제로는 더 많은 학교 설명회에 사교육연사들이 초빙되었을 거예요. 게다가 어떤 고등학교 진행된 설명회 발표자료에는 ‘지금 ‘노력’할래? 늙어서 ‘노숙’할래?‘같은 자극적인 문구가 쓰여 있었어요. 웃자고 그러시나본데 하나도 안웃기거든요. -.-;;
사실, 입시설명회 연사가 부족한 건 현실이에요. 그래도 공교육의 자존심이 있지, 알맞은 연사를 찾으려는 최선의 노력을 한 결과인지 묻고 싶네요. 교육부는 학교별 입시설명회 실태 전수조사는 물론 사교육업자가 설명회를 못하도록 감독을 해야 해요. 그리고 입시설명회 연사풀도 확보할 대책 마련, 정말 시급합니다!
권고 따위 우습지, 사립초 영어 방과후학교 주당 19시간까지 늘려
지난 3월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후수업을 주당 5차시 이내에서 허용됐어요. 우리 단체는 과도한 영어교육이 부활해 교육불평등이 이어질 거라 내다보고 보완책을 마련하라 교육부에 요구했었죠. 아니나 다를까, 서울시 9개 사립초에서 5개 학교는 8차시에서 19차시까지 영어 방과후 수업을 학년 전체가 참여하는 의무 방과후학교로 만들어 사실상 정규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대부분 학생들이 이용하는 하원 셔틀버스도 영어 방과후수업 이후에 운행하고요. 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3학년 영어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강제하는 분위기에요.
뿐만 아니라, 상당수 사립초들은 ‘슬기로운 생활’도 영어로 가르치고 있어요. 특히, 초중등 교육법상 정규수업에서는 반드시 국내에서 발간된 국정, 검·인정 교과서를 채택해야 함에도 사립초에서는 미국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더란 말이죠. 교육과정도 무시하고, 수준별 반편성은 물론이고 레벨테스트나 토플(주니어)시험 등을 진행하면서 과도학 학습과 선행교육을 부추기고 있고요(말만 들어도 머리 아파;;) 초등 1,2학년이 영어연극축제, 창의과학 영어캠프는 웬 말인가요.
이런 문제가 뻔히 예상됐는데도, 교육부는 5차시 이내 권고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아요. 교육청은 당장 사립초 특별전수감사를 실시하고, 교육부는 보완 법령을 마련하셔야 한다는 거, 우리가 꼭 얘기해야 아시는 거예요?
영재학교 재학생이 의대가면 1500만원 학비 환수, 먹힐까요?
서울시교육청은 서울과학고 졸업생의 의학계열 진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과학고 재학생이 의대에 지원하면 3년간 지원받은 교육비(약 1,500만원)와 장학금을 환수하는 방안을 발표했어요. 하지만 이 학교 재학생의 90%가 서울·경기 지역 출신이고, 서울 지역의 40%는 강남구 출신, 50%가 대치동 특정학원 출신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에게 1,500만원 환수가 위협적일까요? 의대 합격증과 맞바꿀 만큼?
기존에도 의학계열 진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반납받고 추천서를 써주지 않는 등 억제 방안을 펼쳐왔지만 여전히 졸업생의 20% 이상이 의대에 진학학고 있어요. 핵심은 선발주체인 대학에서 영재학교 출신 지원자를 환영하고, 수학·과학 특기자 전형을 통해 이 학교 출신을 선발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어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한국과학영재학교는 10여 년 전부터 의학계열 진학시 졸업 자체를 취소해요. 학교설명회를 통해 설립취지와 의대진학이 부적합함을 충분히 설명하고, 진학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받아요. 2016년에 발생한 의대진학생에게 교육비를 회수하고 졸업자격을 박탈해 의대 진학이 취소되어 이 학생은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학교가 이겼어요.
자, 그럼 결론은 자명한 거죠. 이공계 인재를 키우기 위해 쓰이는 국민의 세금이 개인의 이익에 쓰이지 않도록 서울과학고 측에서 자체적으로 의대 진학을 막거나, 의대에서 서울과학고 재학생을 받지 않거나 2가지 방법이 중에 택일하면 되는 거예요. 어렵나요? 이게 왜 어렵죠???
이상 정책언니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