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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악양선(隱惡揚善)
남의 나쁜 점은 덮어주고, 남의 좋은 점은 널리 알리자.
隱 : 숨길 은(阜/14)
惡 : 나쁠 악(心/8)
揚 : 드날릴 양(扌/9)
善 : 착할 선(口/9)
요 임금과 순 임금이 다스린 요순(堯舜) 시대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태평성대였다. '중용'(中庸)에는 "순 임금은 크게 지혜로운 사람이다. 묻기를 좋아하고 사소한 말이라도 잘 살펴 은악양선했다"(舜其大知也歟 舜好問而好察邇言 隱惡而揚善)는 구절이 있다. 상대방의 허물은 숨겨 주고(隱惡) 선행은 드러내는(揚善) 것으로 백성을 다스려 태평성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은악양선(隱惡揚善)은 덕치의 요체인 것이다.
당(唐)나라의 정치가 한유(韓愈)는 사대부들이 서로 헐뜯기를 일삼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는 글인 '원훼'(原毁)에서 순 임금과 같은 점은 좇고, 순 임금과 같지 않는 것은 멀리해야(就其如舜者 去其不如舜者) 정치가 안정되고 백성들의 다투는 마음이 없어진다(政平而民無爭心)고 했다. 정치가들의 은악양선이 정치를 안정시켜 백성을 편하게 한다는 뜻이다.
조선의 명재상 황희(黃喜)의 일화도 있다. 하루는 소 두 마리를 몰고 밭을 가는 농부를 보고 "어느 소가 일을 더 잘 하오"라고 물었다. 농부가 황희의 귀에 대고 "누렁소가 더 잘 합니다"고 했다. 황희가 농부에게 "왜 귓속말로 하오?"라고 하자 농부는 "말 못하는 짐승도 욕하고 흉을 보면 기분을 상하게 됩니다"고 했다. 황희는 다시는 남의 장단점을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不言長短).
태종이 양녕대군을 세자에서 폐위하려 하자 황희는 반대했고, 남원으로 유배되었다. 양녕대군을 대신해 즉위한 세종은 자신을 반대했던 황희를 다시 불러들여 24년이나 삼정승으로 삼았다. 정치에는 소신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배려와 관용으로 인간관계에서는 두루 원만했기에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요즘 정치에 네 탓 공방이 난무한다. 어린이 안전에 관련한 법마저 외면하고 서로 네 탓이라 헐뜯고 있다. 그래 놓고는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한다. 정치가 상대의 약점을 물어뜯는 양악(揚惡)이라 해도 금도는 지켜야 백성이 편하다.
은악양선(隱惡揚善)
맹자(孟子)께서 "다른 사람의 좋지 못한 점을 말하다가, 마땅히 뒤에 닥치는 문제를 어떻게 하겠는가?(言人之不善, 當如後患何)"는 말을 했다.
주자의 제자가 "뒤에 닥칠 문제(後患)라는 것이, 말한 그 상대에게 죄를 얻는다는 말입니까? 아니면 그 상대도 말한 사람의 잘못을 말한다는 것입니까?"고 물었더니, 주자는 "두 가지 사례 모두 해당된다"고 대답했다.
남의 좋지 않은 점을 말하다가 두고두고 단단히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필자가 군 복무 중 절실하게 체험한 적이 있다.
부대장의 신임을 얻어 쌀 창고를 담당하던 사병이 부정을 저지른 혐의가 있어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 그 직후 어느 날 부대장이 저녁 때 돌아온다고 하고 작업장으로 갔다. 행정실에 사병들만 남아 부대장 험담을 하고 있었다. 필자는 행정실에서 문 쪽을 바라보고 앉아 있고, 쫓겨난 그 사병은 행정실 문턱에 걸터앉아 안으로 쳐다보고 부대장의 온갖 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눈을 들어보니 부대장이 그 사병 뒤에 서 있었다. 빠뜨린 물건이 있어 가지러 금방 돌아온 것이었다. 내가 그 사병에게 신호를 보내도 눈치 못 채고 계속 욕을 했다. 그 사병이 제대할 때까지 부대장에게 온갖 보복을 당하는 것을 단단히 보았다.
맹자의 이 말이 정말 절실하게 와닿았다.
꼭 뒤에 생길 문제 때문에 남의 말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될 수 있으면 남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며 따라 배우고, 나쁜 점은 덮어주면서 자기는 저렇게 하면 안 되겠다고 반대로 배우면 역시 교훈이 된다.
예기(禮記) 중용편(中庸篇)에 "순(舜) 임금은 크게 지혜로운 분이신저! 묻기를 좋아하고 가까운 주변의 말을 잘 살피고, 좋지 못한 것은 덮어주고 좋은 것은 널리 알리시며, 그 두 쪽을 잘 조절하여 백성들에게 적절한 방법을 쓰시네. 이런 점이 순 임금이 순 임금 되신 까닭인 듯하구나(舜其大知也與! 舜好問, 而好察邇言, 隱惡而揚善, 執其兩端, 用其中於民, 其斯以爲舜乎)!"
순 임금이 성인(聖人)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쁜 점을 덮어주고 착한 점을 널리 알려 점점 퍼지게 한 점이다. 그렇게 되면, 세상은 점점 착한 사람이 많아지고 나쁜 사람은 줄어드는 것이다.
퇴계 선생께서 말씀하신 "원하는 바는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라네(所願善人多)"도 바로 이런 뜻이다.
내가 남의 나쁜 점을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도 가만있지 않고 나의 나쁜 점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을 그냥 두지 않고 욕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은 파당이 생기고,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남송(南宋) 말기의 학자 진력(陳력)은 "남의 나쁜 점을 덮어주는 것은, 충실하고 후한 도리이고 해로움을 멀리하는 도리이다"고 했다.
최근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좋지 않게 이야기한 것이 공개가 되어 여당이 혼란에 빠져 있다. 남의 좋지 않은 점을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덮어주는 것이 좋다.
은악양선(隱惡揚善)
사람은 누구나 크든 작든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위인도 단점이 전혀 없지 않고, 천하 없는 악인이라도 찾아보면 얼마간의 장점은 있다. 이처럼 세상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관점에 따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살아가면서 사람이나 세상사의 단점을 주로 들추어내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가급적 장점을 찾아내 칭찬하는 것이 좋은가? 빤한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는 우리 역사상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얼마 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에 있는 포은 정몽주(鄭夢周) 선생의 묘소를 답사할 때였다. 묘 앞에 세워진 우암 송시열(宋時烈) 선생이 쓴 신도비문 가운데 퇴계 이황(李滉) 선생이 언급한 다음 구절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포은 선생을 두고) 퇴계 이 선생에게 묻자 대답하기를, ‘허물이 있는 가운데서도 마땅히 허물이 없는 것을 찾아야 하지, 허물이 없는 데서 허물이 있는 것을 찾아서는 안 된다(當於有過中求無過, 不當於無過中求有過·당어유과중구무과 부당어무과중구유과)’라고 했으니 참으로 지당한 말씀이다.
포은에 대한 퇴계의 평가를 소개하면서 우암 자신은 이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하면, 퇴계와 우암은 포은에 대해 그가 나라를 위해 보인 충성심과 성리학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無過·무과)를 높이 받들 뿐이지, 고려말 우왕과 창왕을 섬긴 그의 처신(有過·유과)을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데 전적으로 견해를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두 분의 이러한 견해는 요순(堯舜)시대 이래의 오래된 지혜를 잘 대변하는 것이다. 순임금은 허물은 덮어주고 착한 것은 드러냈기에(隱惡而揚善·은악이양선) 요임금으로부터 천자 자리를 물려받았다(‘중용’ 6장). ‘은악양선’, 즉 허물은 덮어주고 착함을 드러내는 일은 천자 자리까지 물려줄 정도의 덕목이니 우리가 일상 속에서 실천한다면 무슨 일인들 못 이루겠는가?
그러면 무엇부터 실천해야 할까? 먼저, 착한 것을 드러내는 ‘양선(揚善)’부터 실천해 보자. 어떻게 할 것인가? 개개인의 선행을 찾아내 되도록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것이다. 칭찬을 누구에게나 언제나 비슷하게 하거나 건성으로 하면 차라리 아니 하느니만 못할 수 있다. 칭찬은 육하원칙에 따라 분명하게 하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영철이가(누가) 어제저녁 7시경 퇴근 시간에(언제) 집 현관으로 들어오다(어디서) 방에서 동생의 신음이 들리자(무엇을) 재빨리 업고 나와서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어떻게). 그들은 형제간 우애가 남달랐기 때문이다(왜)”처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칭찬하면 여러 가지로 이롭게 된다.
첫째, 여러 사람의 기분이 좋아지고 인간관계가 더욱 돈독해진다. 앞의 예를 가지고 말한다면, 우선 칭찬을 들은 영철이가 매우 기분 좋을 것이고, 영철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칭찬하는 본인도 즐거워지고, 옆에서 듣는 가족이나 이웃도 흐뭇해 할 것이다.
둘째,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경제적 어려움도 점차 해소될 수 있다. 가정이 화목해지고 회사에서 일이 잘되고 마을에서도 다툼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되니 우리가 겪는 사회적 갈등도 줄어들고 사회적 자본, 즉 구성원 간의 신뢰도 되살아나 경제 성장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셋째, 개개인에게 미치는 가장 큰 효과로,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은 예전보다 스트레스를 훨씬 더 많이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상대의 단점을 지적하지 않고 장점을 칭찬한다면 다툼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상대의 장점을 찾으며 칭찬하려 할 때 내 몸에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이 가득하게 될 것이니, 이처럼 좋은 건강 비법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세로토닌문화연구소 이시형 소장은 선비정신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필자도 옛 선비들이 훌륭한 사람(聖人·성인)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실천했던, 상대와 내가 하나라는 물아일체(物我一體) 정신을 되살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상대와 내가 하나이니, 이러면 자연스레 남의 좋은 일은 내가 한 것처럼 여기고(見善如己出·견선여기출), 남의 안된 일은 내가 병 걸린 것처럼 여기게(見惡如己病·견악여기병) 될 것이다. 바로 퇴계 선생이 즐겨 옆에 두었던 송나라 유학자 장사숙의 좌우명 가운데 한 구절이다.
이와 반대로 남의 단점과 흉허물을 들춰낸다면(揚惡·양악) 어떻게 될까? 지적받은 사람은 당연히 상대를 싫어하며 미워할 것이고, 제3자도 곱지 않게 바라볼 것이다. 그리되면 인간관계도 틀어지고 협조도 잘 되질 않으니 점차 일의 성과도 얻기 어렵고 건강도 스트레스로 인해 악화할 것이 틀림없다.
오늘날 먹고사는 생활수준이 나아졌음에도 우리들 삶이 이전보다 점점 외롭고 쓸쓸해지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할 것인가? 세상 탓, 남 험담만 할 것인가? 상대를 늘 나무라고 지적만 할 것인가?
길은 하나뿐이다. 나에게서 사람의 향기가 물씬 풍기도록 하는 길밖에 없다. 먼저 자신을 성찰하고 비운 다음, 그 속에 감사한 마음을 채우자. 그리고 말할 때마다 남의 허물은 덮어주며 착한 것은 앞장서서 칭찬하는 은악양선을 실천하자. 이렇게 사는 것이 나와 내 가족, 우리 사회 모두를 살맛 나게 하는 가장 훌륭한 삶이다.
▶️ 隱(숨을 은)은 ❶형성문자로 隠(은)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㥯(은)으로 이루어졌다. 언덕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것을 뜻한다. 전(轉)하여 '숨다, 가리다'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隱자는 '숨다'나 '음흉하다', '수수께끼'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隱자는 阜(阝:언덕 부)자와 㥯(삼갈 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㥯자는 '삼가하다'나 '조급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조급함을 뜻하는 㥯자에 阜자가 결합한 隱자는 조급히 산속으로 숨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隱(은)은 성(姓)의 하나로 ①숨다 ②점(占)치다 ③가엾어 하다 ④근심하다(속을 태우거나 우울해하다) ⑤음흉(陰凶)하다 ⑥쌓다 ⑦무게 있다 ⑧기대다 ⑨수수께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숨을 둔(遁), 숨을 찬(竄), 숨을 칩(蟄), 숨을 암(闇),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나타날 현(現), 볼 견(見), 나타날 현(顯)이다. 용례로는 가리어 숨김이나 덮어 감춤을 은폐(隱蔽), 숨김이나 감춤을 은닉(隱匿), 숨어 있어서 형적이 나타나지 않음을 은밀(隱密),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세속의 일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삶을 은퇴(隱退), 세상을 버리고 숨음을 은둔(隱遁), 세상을 피해 숨어 삶을 은거(隱居), 세상을 피하여 조용히 살고 있는 선비를 은사(隱士), 속엣것이 흐릿하게 보임을 은은(隱隱), 숨은 그림을 은화(隱畫), 숨겨 비밀로 함을 은비(隱祕), 동아리끼리 저희들만 알도록 특정한 뜻을 숨겨 붙인 말을 은어(隱語), 숨어서 나오지 않음을 은폐(隱閉), 몸을 숨김을 은신(隱身), 뚜렷하지는 않으나 어딘지 모르게 모양이 드러남을 은연(隱然), 딱하고 가엾게 여김을 측은(惻隱), 앉아서 은둔한다는 뜻으로 바둑을 달리 이르는 말을 좌은(坐隱), 백성이 시달려 생활하는 데 겪는 괴로움을 민은(民隱), 엎드려 숨음을 복은(伏隱), 죄인을 숨겨준 죄를 용서함을 용은(容隱), 스스로 감추고 나타내지 아니함을 자은(自隱), 속이고 감춤을 기은(欺隱), 도망쳐 숨음을 도은(逃隱), 밖으로 드러내지 아니하고 참고 감추어 몸가짐을 신중히 함을 이르는 말을 은인자중(隱忍自重), 속세를 떠나 산 속에 숨어들어도 어버이 섬기기를 게을리 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은불위친(隱不違親), 속세를 피하여 혼자 지내면서 품고 있는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함을 이르는 말을 은거방언(隱居放言), 나쁜 점은 숨기고 좋은 점은 드러냄을 일컫는 말을 은악양선(隱惡揚善), 서로 염려하는 마음이 미침을 일컫는 말을 은지상급(隱志相及), 남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측은지심(惻隱之心), 자식은 아비를 위해 아비의 나쁜 것을 숨긴다는 뜻으로 부자지간의 천륜을 이르는 말을 자위부은(子爲父隱), 스스로 은둔하여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자은무명(自隱無名), 머리를 감추고 꼬리를 숨긴다는 뜻으로 일의 전말을 확실히 밝히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장두은미(藏頭隱尾), 어진 마음으로 남을 사랑하고 또는 이를 측은히 여겨야 함을 이르는 말을 인자은측(仁慈隱惻) 등에 쓰인다.
▶️ 惡(악할 악, 미워할 오)은 ❶형성문자로 悪(악)의 본자(本字), 僫(악, 오), 悪(악, 오)은 통자(通字), 恶(악, 오)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마음 심(心=忄;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亞(아, 악)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亞(아, 악)은 고대 중국의 집의 토대나 무덤을 위에서 본 모양으로, 나중에 곱사등이의 모양으로 잘 못보아 보기 흉하다, 나쁘다의 뜻에 쓰였다. ❷회의문자로 惡자는 '미워하다'나 '악하다', '나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惡자는 '악하다'라고 할 때는 '악'이라고 하지만 '미워하다'라고 말할 때는 '오'라고 발음을 한다. 惡자는 亞(버금 아)자와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亞자는 사면이 요새처럼 지어진 집을 그린 것이다. 惡자는 이렇게 사방이 꽉 막힌 집을 그린 亞자에 心자를 결합한 것으로 '갇혀있는 마음'이라는 의미에서 '악하다'를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惡(악할 악)은 (1)도덕적(道德的) 기준에 맞지 않는 의지(意志)나 나쁜 행위 (2)인간에게 해로운 자연 및 사회 현상. 부정(不正), 부패(腐敗), 병, 천재(天災), 또는 나쁜 제도나 풍속(風俗) 따위 (3)삼성(三性)의 하나. 남이나 자기에게 대하여, 현세(現世)나 내세(來世)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 올 성질을 지닌 바탕. 오악(五惡), 십악(十惡) 따위 등의 뜻으로 ①악하다 ②나쁘다 ③더럽다 ④추하다 ⑤못생기다 ⑥흉년 들다 ⑦병들다, 앓다 ⑧죄인을 형벌로써 죽이다 ⑨더러움, 추악(醜惡)함 ⑩똥, 대변(大便) ⑪병(病), 질병(疾病) ⑫재난(災難), 화액 ⑬잘못, 바르지 아니한 일 ⑭악인, 나쁜 사람 ⑮위세(位勢), 권위(權威) 그리고 ⓐ미워하다(오) ⓑ헐뜯다(오) ⒞부끄러워하다(오) ⓓ기피하다(오) ⓔ두려워하다(오) ⓕ불길하다(오) ⓖ불화하다(오) ⓗ비방하다(오) ⓘ싫어하다(오) ⓙ어찌(오) ⓚ어찌하여(오) ⓛ어느(오) ⓜ어디(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흉할 흉(凶), 사특할 특(慝),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착할 선(善)이다. 용례로는 나쁘게 됨을 악화(惡化), 나쁘게 이용함을 악용(惡用), 불쾌한 냄새를 악취(惡臭), 남이 못 되도록 하는 나쁜 말을 악담(惡談), 나쁜 버릇을 악습(惡習), 무섭거나 기괴하거나 불길한 꿈을 악몽(惡夢), 몸에 열이 나면서 오슬오슬 춥고 괴로운 증세를 오한(惡寒), 가슴속이 불쾌하면서 울렁거리고 토할듯 한 기분을 오심(惡心), 오한을 수반하지 아니하고 심하게 열이 나는 증세를 오열(惡熱), 바람을 쐬면 오슬오슬 추운 병을 오풍(惡風), 몹시 미워함을 증오(憎惡), 싫어하고 미워함을 협오(嫌惡), 좋지 못한 거친 옷과 맛없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변변치 못한 의식을 이르는 말을 악의악식(惡衣惡食), 어려운 싸움과 괴로운 다툼이라는 뜻으로 강력한 적을 만나 괴로운 싸움을 함 또는 곤란한 상태에서 괴로워하면서도 노력을 계속함을 이르는 말을 악전고투(惡戰苦鬪), 나쁜 나무는 그늘이 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좋지 못한 사람에게서는 바랄 것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악목불음(惡木不蔭), 더워도 나쁜 나무 그늘에서는 쉬지 않으며 목이 말라도 도란 나쁜 이름이 붙은 샘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곤란해도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음의 비유하는 말을 악목도천(惡木盜泉), 나쁜 입과 잡된 말이라는 뜻으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온갖 욕을 함을 이르는 말을 악구잡언(惡口雜言), 죄 지은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았다는 뜻으로 나쁜 짓을 한 사람과 함께 있다가 죄 없이 벌을 받게 된다는 말을 악방봉뢰(惡傍逢雷), 악처는 남편의 일생을 망칠 뿐 아니라, 가정의 평화를 파괴하고 자손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침을 이르는 말을 악부파가(惡婦破家), 나쁜 짓이나 못된 소문은 금세 세상에 퍼진다는 말을 악사천리(惡事千里), 좋지 못한 얼굴빛으로 서로 대함을 일컫는 말을 악안상대(惡顔相對), 남을 헐뜯는 나쁜 말을 하기 쉬움을 일컫는 말을 악어이시(惡語易施), 못된 소리로 서로 꾸짖는 짓을 일컫는 말을 악언상가(惡言相加), 못된 소리로 서로 다툼을 일컫는 말을 악언상대(惡言相待), 비길 데 없이 악독하고 도리에 어긋남을 이르는 말을 악역무도(惡逆無道), 악질 노릇을 하여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악질분자(惡質分子), 좋은 결과를 얻는 일을 방해하는 사악한 지식을 일컫는 말을 악지악각(惡知惡覺), 악한 원인에서 악한 결과가 생긴다는 뜻으로 악한 일을 하면 반드시 앙갚음이 되돌아온다는 말을 악인악과(惡因惡果), 오한이 나고 머리가 아픈 증세를 일컫는 말을 오한두통(惡寒頭痛), 사람은 미워 하더라도 그 사람의 착한 점만은 버리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오불거선(惡不去善) 등에 쓰인다.
▶️ 揚(날릴 양)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昜(양; 오름, 위)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손으로 위로 올리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揚자는 '오르다'나 '칭찬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揚자는 手(손 수)자와 昜(볕 양)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昜자는 햇볕이 제단을 비추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볕'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데 금문에서는 태양이 제단을 비추는 곳에 두 손을 높이 들고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제단은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곳이다. 그러니 금문에 그려진 것은 신을 찬양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揚자는 '(손을)쳐들다'나 '칭송하다'라는 뜻으로 쓰였었지만, 후에 '오르다'나 '올리다'라는 뜻이 확대되었다. 두 손을 들고 신을 찬양하던 모습은 후에 昜자가 모습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揚(양)은 (1)화살이 과녁의 위를 맞힌 것을 이르던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날리다 ②하늘을 날다 ③바람에 흩날리다 ④오르다, 올리다 ⑤쳐들다 ⑥나타나다, 드러나다 ⑦들날리다, 알려지다 ⑧말하다, 칭찬하다 ⑨누그러지다, 고르게 되다 ⑩밝히다, 명백하게 하다 ⑪불이 세차게 타오르다 ⑫슬퍼하다, 애도하다 ⑬도끼, 부월(斧鉞) ⑭고대(古代)의 구주(九州)의 하나 ⑮눈두덩 ⑯흉배(胸背: 학이나 범을 수놓아 붙이던 사각형의 표장表章) ⑰이마(앞머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높이 들 게(揭),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누를 억(抑)이다. 용례로는 이름을 드날림을 양명(揚名), 닻을 감아 올림을 양묘(揚錨), 방울을 울림을 양령(揚鈴), 미천한 사람을 벼슬자리에 올려 씀을 양루(揚陋), 의기가 솟음을 양기(揚氣), 뜨게 하거나 뜨는 힘을 양력(揚力), 물 속에 잠겨 있는 물건을 뭍으로 건져 올림을 양륙(揚陸), 물을 끌어 올림을 양수(揚水), 득의한 마음이 얼굴에 나타나는 모양을 양양(揚揚), 뱃심 좋게 하는 말을 언양(揚言), 들어서 빛냄을 양휘(揚輝), 접본을 옮겨 심은 후에 접목하는 일을 양접(揚椄), 치거나 던진 그물을 끌어 올림을 양망(揚網), 소매를 올림 또는 춤추는 모양을 양몌(揚袂), 돛을 올림을 양범(揚帆), 먼지를 일으킴을 양진(揚塵), 어떤 물건을 들어 던짐을 양척(揚擲), 아름다움을 기리고 착함을 표창함을 찬양(讚揚), 가라앉은 것이 떠오르거나 떠오르게 함을 부양(浮揚), 더 높은 단계로 오르기 위하여 어떠한 것을 하지 아니함을 지양(止揚), 높이 거는 일을 게양(揭揚), 권위나 명성 등을 드러내어서 널리 떨치게 함을 선양(宣揚), 북돋우어 드높이는 것을 고양(高揚), 기운이나 감정이 몹시 움직이어 일정하지 않은 상태를 격양(激揚), 혹은 억누르고 혹은 찬양함을 억양(抑揚), 드러내어 찬양함을 표양(表揚), 생각이나 주장을 드러내어 밝혀서 널리 퍼뜨림을 천양(闡揚), 높이 받들어 올림을 거양(擧揚), 대등함이나 필적함을 대양(對揚), 바다에 있는 것을 뭍으로 올림을 육양(陸揚), 세력이나 지위가 높아서 드날림을 등양(騰揚), 이름이나 지위를 세상에 높이 드러냄을 현양(顯揚), 양주의 학이라는 뜻으로 속된 욕망을 한 몸에 다 모으려는 짓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양주지학(揚州之鶴), 뜻과 같이 되어서 몹시 뽐내며 끄덕거림을 일컫는 말을 양양자득(揚揚自得), 활과 화살을 높이 든다는 뜻으로 승리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양궁거시(揚弓擧矢), 모래가 날리고 돌멩이가 구를 만큼 바람이 세차게 붊을 형용하여 이르는 말을 양사주석(揚沙走石) 등에 쓰인다.
▶️ 善(착할 선)은 ❶회의문자로 양(羊)처럼 순하고 온순하며 부드럽게 말(口)하는 사람을 나타내어 착하다를 뜻한다. 옛날 재판에는 양 비슷한 신성한 짐승을 썼다. 신에게 맹세하고 한 재판이란데서 나중에 훌륭한 말이 훌륭함, 좋다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善자는 '착하다'나 '사이좋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善자를 보면 양과 눈이 함께 그려져 있었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답은 '양의 눈망울과 같은'이다. 뜻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우리식으로는 '사슴 같은 눈망울'로 해석될 수 있겠다. 보통 착하고 선한 사람을 일컬어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졌다고 말하곤 한다. 善자는 그러한 뜻을 표현한 것이다. 금문에서는 目자 대신 言(말씀 언)자가 쓰이게 되었는데, 이것은 정감 있는 대화를 나눈다는 의미였다. 이후 善자는 변화를 거듭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善(선)은 (1)착하고 올바르고 어질고 좋음 (2)정리(正理)를 따름. 양심이 있고 도덕을 갖춤 (3)도덕적 생활의 최고 이상(理想)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착하다 ②좋다 ③훌륭하다 ④잘하다 ⑤옳게 여기다 ⑥아끼다 ⑦친하다 ⑧사이좋다 ⑨착하고 정당하여 도덕적 기준에 맞는 것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악할 악(惡)이다. 용례로는 착한 것과 악한 것을 선악(善惡), 선량한 마음이나 착한 마음을 선의(善意), 좋은 길로 올바르게 인도함을 선도(善道), 착하고 어진 벗을 선우(善友), 깨우치고 이끌어서 착하게 되도록 만듦을 선화(善化), 친절하게 잘 대접함을 선대(善待), 착하고 바른 덕행을 선덕(善德), 착한 마음을 선심(善心), 이웃 또는 이웃 나라와 사이 좋게 지냄을 선린(善隣), 잘 막아냄을 선방(善防), 착하고 어짐을 선량(善良), 좋은 방법으로 알맞게 처리함을 선처(善處), 착하고 어진 행실을 선행(善行), 유종의 미를 거둠을 선종(善終), 잘못을 고쳐 좋게 함을 개선(改善), 가장 좋음이나 가장 적합함을 최선(最善), 자기 혼자만이 선으로 생각되는 바를 행하는 일을 독선(獨善), 본심에서가 아니라 겉으로만 하는 착한 일 또는 그것을 함을 위선(僞善), 착한 일을 여러 번 함을 적선(積善), 최선의 다음 정도를 차선(次善), 더할 수 없이 착함이나 지극히 착함을 지선(至善), 선의를 베풂을 자선(慈善), 서로 친하고 사이가 좋음을 친선(親善), 착하지 아니함을 불선(不善), 친구 사이에 옳은 일을 하도록 서로 권함을 책선(責善), 나쁜 짓을 고쳐 착하게 됨을 천선(遷善), 착한 남자와 착한 여자라는 뜻으로 불교에 귀의한 남녀 또는 신심이 깊은 사람들을 이르는 말을 선남선녀(善男善女), 잘한 뒤에 처리한다는 뜻으로 후환이 없도록 그 사물의 다루는 방법을 정한다는 말로서 뒤처리를 잘하는 방법을 일컫는 말을 선후처치(善後處置),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다 나의 스승이라는 뜻으로 세상일은 무엇이나 내 몸가짐에 대한 깨우침이 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선악개오사(善惡皆吾師), 남을 공경하여 오래 잘 사귐을 이르는 말을 선여인교(善與人交), 부처에게 아무리 공양을 잘 하여도 아무 공덕이 없다는 뜻으로 남을 위하여 힘써 일을 하였으나 그것에 대한 소득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선공무덕(善供無德),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잘함을 일컫는 말을 선시선종(善始善終), 착한 원인에 착한 결과라는 뜻으로 선업을 닦으면 그로 말미암아 반드시 좋은 업과를 받음을 이르는 말을 선인선과(善因善果), 사람의 타고난 성품에 따라서 여러 가지 선하고 공교롭게 쓰는 수단이나 방법을 일컫는 말을 선교방편(善巧方便), 이웃 나라와의 친선을 꾀하여 취하는 외교 정책을 일컫는 말을 선린외교(善隣外交), 뒷 갈망을 잘 하여야 하는 계획 또는 뒤처리 방법을 일컫는 말을 선후지책(善後之策), 선과 악이 서로 반씩 섞임을 이르는 말을 선악상반(善惡相半), 백성의 사정을 잘 살펴서 정치를 잘 함을 일컫는 말을 선치민정(善治民情), 이웃 나라 또는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며 잘 사귄다는 뜻으로 외교 상 이웃 나라와 우호 관계를 맺는 일을 이르는 말을 선린우호(善隣友好)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