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울산광역매일]울주군 소호 분교 개교 100주년의 의미와 가치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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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매일] <기고> 울주군 소호 분교 개교 100주년의 의미와 가치

 요즘은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를 아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20년~30년 전만해도 산골 오지마을의 대명사격으로 `쇠야동골`로 불리웠다. 숲이 우거지고 물이 많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마을 이름 소호(蘇湖)에서 그런 분위기가 아직도 물씬 풍긴다. 


 소호분교가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3월에 개교 기념행사를 치뤘다. 다행스러럽게도 울산시의회가 지난 5월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 지원조례`를 제정해 현재 다양한 기념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전교생이 모두 37명에 불과한 소호분교로선 더 없이 반가운 일이다. 


 소호분교는 1923년 3월 3일 부락민이 초가 1동을 무상 제공해 사설강습소가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이 시기를 전후해 서울주 지역에는 중남면 신화리 노동야학(1917년), 길천리 노동야학, 중남 평리 노동야학 등이 생겼고, 두서면 구량리 보신강습소(1920년), 삼남면 거리 양정강습소(1922년), 하북면 궁근정 유신강습소(1922년), 두서면 인보리 두북강습소(1923년) 등이 설립됐다.  


 당시 사설 초등교육 기관은 강습소와 야학 두 종류가 있었는데 전자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 교육을 받기 어려운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후자는 노동자ㆍ농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또 주ㆍ야 강습소는 주간에는 강습소로, 야간에는 야학으로 불렀다. 1920년대초 강습소는 주로 지방 유지ㆍ청년회ㆍ개량적 노동운동 단체ㆍ종교단체 등에 의해 설립됐다. 당시 교습 교과목은 보통학교와 비슷하게 조선어ㆍ일본어ㆍ한문ㆍ산술 등이었다. 그러나 당시 사설강습소는 학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자.농민과 그들의 자녀들에게 최소한의 신교육을 보급하는 역할을 했다.  


 현재 울산지역 초등학교 가운데 개교 100주년이 넘은 학교로는 병영초(1906년 설립), 울산초(1907년 설립), 언양초(1906년), 방어진초(1909년), 온양초(1922년) 등이고 두동초(1923년)와 소호분교가 올해 100주년을 맞이했다.  


 소호분교는 일제치하에서 헐벗고 굶주리더라도 아이들만은 신학문을 배우게 해야 한다는 마을 선조들의 열정으로 사설강습소가 만들어져 지금까지 그 맥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소호리처럼 산골 오지마을에 있는 학교가 개교 100년을 맞이한 경우가 드믈다는 점에서 소호분교 개교 100주년은 상북면뿐 아니라 울산으로서도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소호분교가 오늘날까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2000년초까지 마을에 거주하는 분들의 자녀가 어느정도 학교를 채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엔 여러 차례 폐교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그 때마다 마을에 이주한 젊은 학부모들의 반대가 이어지고 산촌유학센터, 아동센터 등이 설립돼 위기를 극복했다. 그런 연장선에서 올해 100주년 행사는 소호분교가 향후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일조했다고 볼수 있다. 소호분교가 단순히 청정지역 소호에 있는 조그마한 학교가 아니라 무려 100년의 기나긴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학교로서 마을주민들이 지켜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 갈 학교라는 것을 적극 홍보함으로서 경쟁교육과 사교육을 배제하고 자연과 함께 배움을 원하는 전국의 많은 학부모들에게 한 걸음 다가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구감소로 인해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이 너무나 많다. 이런 상황때문에 전국 지자체들은 단 한명의 인구라도 더 유치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때문에 소호분교는 앞으로 외부 인구의 유입이 이어져 소호리 마을의 인구 증가뿐만 아니라 매년 인구감소로 광역시 지위까지 위태로운 울산시에까지 인구증가의 한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8년전 고향 소호로 들어와 살면서 소호분교 학생들이 밝은 얼굴로 서로 인사하고 활기차게 생활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대도시에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성공의 방정식에 따라 반강압적인 사교육과 경쟁교육에 찌들려 생활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비교된다. 소호마을의 고헌산, 백운산 자락의 울창한 숲과 소호천의 맑은 물과 함께 분교의 아이들이 마을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