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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002/0002303862
세면대 수도꼭지를 교체하거나, 욕실 환풍기를 수리하는 일은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자니 사소하고 직접 하기엔 어려운 집수리다.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인터넷에 검색해 호기롭게 스스로 해보기(DIY)를 도전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하면 결국 동네 철물점을 찾아야 한다. '철물점 아저씨'로 대표되는 집수리 영역에 여성 기술자들이 모여 주택 수리서비스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라이커스'(LIKE-US)라는 이름을 가진 기업이다.
<프레시안>은 지난 4일 서울시 구로구의 한 가정집에서 라이커스 대표이자 4년째 주택수리 기사로 일하고 있는 34살 안형선 씨를 만났다. '여성주택수리서비스 LIKE-US'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안 씨는 각종 공구와 자재가 들어있는 가방과 연장벨트, 사다리를 들고 수리 현장을 찾았다. 그는 화장실 세면대를 분리해 수도관을 살피고, 콘센트와 조명을 분리해 전기작업을 했다.
'라이커스'는 형선 씨의 두 번째 사업이다. 택배 회사 영업관리직으로 일했던 그는 물류 업계의 유리천장을 몸소 경험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등 일련의 사회적 이슈를 보면서 "여성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미션이 마음 속에 자리 잡았다. 2018년 다니던 택배 회사에서 퇴사를 결심하며 첫 사업으로 자신이 경험했던 물류 업계의 유리 천장을 깨고자 여성들로 구성된 물류팀을 만들어 물류 창고를 운영했다.
2019년 신림동의 한 빌라에서 집 안으로 들어가던 20세 여성을 뒤쫓은 남성이 침입을 시도했던 주거 침입 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1인 여성가구의 불안함을 자극한 이 사건은 형선 씨가 라이커스(LIKE-US)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된다. '여성을 위해, 여성이 만든 여성 주택수리 서비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인 여성 가구가 맘편히 집수리를 받을 수 있는 여성기술자로 구성된 주택수리서비스를 론칭했다. 기존 수리 서비스들과 다르게 시공 비용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방문 손잡이 교체 : 1만1000원', '싱크대 수전 부속(코브라/자바라/헤드) 교체 : 1만1000원', '세면대 교체 : 7만7000원' 등이다. 형선 씨를 포함해 여성 기술자 5명이 소속되어 있다.
"라이커스는 '우리와 같은' 여성을 위해서 만든 서비스라는 뜻을 담고 있다. 1인 여성 가구로 살면서 겪은 여러 불편한 경험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집수리는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불편한 경험 중 하나였다. 집수리를 하고 싶으면 백이면 백 남성 기술자가 오는데 우리가 그 분에 대해 아는 것은 핸드폰 번호 정도 밖에 없다. 성함도 모르고, 연령도 모르고 어디 사는 누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분은 우리 집 주소를 알고 내 연락처를 알고, 또 내가 혼자 사는 집인지 아닌지도 알 수 있다. 그런 것에 우리가 느끼는 불안 요소들이 있는데, 이 불안이 개선된 서비스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2019년 10월 '라이커스'를 설립했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바로 여성 기술자의 부재였다. 여성 기술자가 적어서 함께 하기 어렵다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0명'이었다. 이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선배나 롤모델을 찾는 일도 어려웠다. 여성 기술자를 찾지 못하자 대표인 형선씨가 직접 기술을 배워 수리기사로 일하게 됐다.
"사실 처음 라이커스를 시작했을 때, 제가 직접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활동하는 여성 기술자 분들을 모시려고 했다. 여성 기술자를 주축으로 팀을 꾸리고 확장하는 식으로 생각을 했는데 영입할 여성 기술자가 없었다. 정말로 '0명'이었다. 여성 선배 기술자를 찾아서 경험을 듣기도 어려웠다. 여성 선배 기술자가 있다면 현업에서 뭐가 어려운지 등을 물어보고 싶은데, 한 분도 안 계셨다. 그래서 유관 분야인 타일이라던가 기술 교육을 해보셨던 분이나 과거에 용접하셨던 분 등 이런 여성분들을 물어물어 찾아다녔다. 그러다 여성 주택수리기사는 안 계시니까 우리가 직접 배워야겠다고 결정하고 배우게 됐다."
기술을 배우는 과정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기본적인 기술을 배우기 위해 찾았던 사설교육기관에서 형선 씨는 유쾌하지 않은 칭찬을 들어야 했다. 그는 "저는 공구를 잘 다뤄서 수업을 잘 따라갔는데 제 옆에 계신 남성분이 서툴면 선생님께서는 '옆에 안형선 씨는 여자 분인데도 잘 하는데, 남자분이 왜 이렇게 못하냐'며 비교를 했다"며 "저를 칭찬하려고 하신 말씀이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말이라 그 말을 듣고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설 기술 교육은 경험이 자산이 되는 직업으로, 경험을 전수해주는 도제식 교육이 특징이다. 특히 집수리 분야의 경우 전문 자격증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 부딪히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이제 막 기술 교육을 마친 개인 여성 기술자가 어디서 일을 구할 수 있을까. 그래서 라이커스는 정식 서비스 오픈전,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집수리 체험단을 모집했다. 10명만 신청해도 많이 신청한 것이라 예상했으나, 이틀만에 100명의 고객이 신청하며 여성들의 니즈를 실감했다.
하지만 남성 기술자가 정상 표본이라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살아남는 매일이 도전이었다. 형선 씨는 "경험이나 힘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말은 수용할 수 있지만 '여자라서' 못하는 것 아니냐고 책망할 때면 속이 상한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힘이 되는 건 소비자들의 응원이다. 그는 체험단에 참여한 고객이 남겨주신 피드백 중 '살아 남아 달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소개하며 "그런 응원에 우리는 계속 해야 한다는 용기를 얻기도 한다. 고객들에게 연대를 느낀다"고 말했다
"저희가 어떤 분들에게는 유일한 대체제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원룸에 살면 방에 등이 하나인데, 몇 년 동안 못 고치고 사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개인적인 경험 등으로 인해 남성 기술자가 오는 게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무서워하시는 분이었다. 마음이 무겁기도 하지만 그나마 우리라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한다."
4년째 사업을 꾸려가는 형선 씨가 여전히 갈증을 느끼는 부분은 '여성 기술자의 부재'다. 그는 "경력직 여성 기술자를 채용할 수 없고 무조건 신입으로만 채용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성이 주택 수리업에 적은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적 차별이 기인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일이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닌데 건설관련 기능직, 기술직과 관련된 일을 생각하면 힘을 먼저 떠올린다. 같은 교육기관에서 배출한 똑같은 수준인 여성과 남성이 있다면 남성을 더 선호한다. 또 기술자들이 취업을 하더라도 내부에서 관계유지 방법 중 하나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성적인 농담을 할 줄 아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는 것 같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여성이 적응하거나 살아남기 어렵다.
당장 일거리를 쥐고 있는 사람들은 남성이고 여성이 느끼는 차별과 불편함에 공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을 하려면 그런 분위기를 참아야만 한다. 업계의 남성 중심적인 관행들이 여성의 설 자리를 없게 만들고 이미 진입한 여성도 생존하기 어렵게 만든다. 예를 들어 여성 도배사 분이 계신데, 반장님 비위를 맞춰야 일감을 얻어낼 수 있으니까 기분이 나빠도 나쁜 티를 낼 수가 없는 거다. 일감을 쥐고 있는 자들이 권력자니까."
형선 씨는 여성 기술자들이 적은 한국사회에서 라이커스를 통해 여성 기술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면서 여성 인력을 배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누군가 '여자도 전업으로 집 수리를 할 수 있는 일이야?'라고 의심했을 때 살아있는 반박자료로 더 많이 알려지고 싶다고 말했다. 형선 씨는 "라이커스는 정말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집이 고장났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서비스가 됐으면 좋겠다"고 포부와 자부심을 드러냈다. 아래는 안형선 씨와 나눈 주요 인터뷰 일문 일답.
프레시안 : 본인과 하는 일을 소개 해달라.
안형선 : 여성 수리기사가 방문하는 마음편한 집수리 서비스, 라이커스를 운영하고 있는 주식회사 왕왕 대표 안형선이다. 나이는 34살이며 수리기사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사업 운영도 하고 있고 기술 워크숍을 할 때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프레시안 : 주택수리기사가 하는 일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급하게 집 수리를 할 때 부르는 철물점 사장님 같은 분이 떠오른다. 적당한 비유인가.
안형선 : 그렇게 이해하면 딱 적절하다.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기엔 사소하고 내가 하기엔 어려운 소수선 영역을 담당한다. 저희는 하루에 여러 집을 가기 때문에 그게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집을 방문해서 고객을 만나야 된다는 부분이 정신적인 피로감을 좀 줄 수 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분들한테는 천직인 것 같다.
프레시안 :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일주일에 얼마나 일을 하나.
안형선 : 정규직으로 일하시는 수리기사들은 오전에 사무실 와서 그날 혹은 다음날까지 필요한 수리 부품을 차량에 싣고 업무를 나간다. 수리 물품 재고나 수리 내용에 따라 그 다음날도 사무실로 출근했다가 바로 출장을 가는 경우가 있다. 저는 소속된 수리기사로만 일하는 게 아니라 회사 대표이기 때문에 주 6-7일 일하고 있다.
프레시안 : 라이커스의 수리기사들은 모두 여성 기술자로 구성되어있는데, 이들은 정규직으로 일을 하나.
안형선 : 현재 계신 수리 기사들도 그렇고 앞으로 들어오실 분들을 다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게 목표다. 도배나 건설업 내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인데, 이 업계가 진입하는 것도 어렵지만 진입하고 나서 쭉 생존해나가는 것도 어렵다. 내가 일 할 자리를 계속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직이 취업구조가 불안정한 프리랜서 형태이지 않나. 총 급여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경험치도 쌓고 성장해나가는 기반을 제공하고 싶다. 아직 작은 회사이지만 정규직으로서 이런 기반을 마련하면 여성 인력 배출을 조금이라도 더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프레시안 : 하루 일당은 어느 정도인가.
안형선 : 하루 평균 시공건수가 3건이라고 치고 기술자가 개별수입으로 가져간다면 20만~25만 원 선이 되겠다. 보통 건설업체 숙련공에 준하는 일당이다. 오래 일하시는 분은 35만 원까지도 받으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저는 이 일이 비전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 목표는 하루 세 건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분들을 채용할 수 있을테니까.
▲<프레시안>은 지난 4일 서울시 구로구의 한 가정집에서 라이커스 대표이자 4년 째 주택수리 기사로 일하고 있는 안형선 씨를 만났다. ⓒ황지현
프레시안 : 주택수리기사를 직업으로 삼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안형선 : 부모님께서는 약간의 걱정은 하셨지만 구태여 반대하지는 않으셨다. '괜찮겠냐 몸으로 하는 일인데'라고 여전히 걱정은 하신다. 가끔 방송에 출연하거나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 일 년에 한두 번씩 연락하는 친구가 "방송 봤다 나도 너처럼 살겠다"는 응원의 연락을 준다.
프레시안 : 주택수리기사를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안형선 : 택배 회사에서 영업관리직으로 근무했다. 그러다 창업하고 싶어 퇴사하고 창업 교육을 받게 됐다. 교육받으면서 여성에 대한 개인적인 미션이 커져서 여성을 위한 사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커리어를 살려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물류업 내에도 유리 천장이 공고하니까 여성들도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해서 첫 사업으로 여성 물류팀을 만들고 운영하게 됐다. 풀필먼트라고도 하고 물류대행업이라고도 하는데, 물류창고에 물품을 상시로 보관하고 포장하고 택배도 보내는 사업이다. 그 이후에 라이커스를 시작했다. 라이커스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라고 할까 그런 부분이 더 좋아서 물류업은 중간에 접고 라이커스에 매진하게 되었다.
프레시안 : 언제 라이커스를 만들게 됐고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나.
안형선 : 2019년 10월 법인을 설립했고 이후 몇 개월 정도 집수리 기술을 배우고 운영 체계를 짰다. 사실 처음 이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제가 기술을 직접 배우는 게 아니라 활동하는 여성 기술자들을 모시려고 했다. 여성 기술자를 주축으로 팀을 꾸리고 확장하는 식으로 생각했는데 영입할 여성 기술자가 없었다. 정말로 '0명'이었다. 여성 선배 기술자를 찾아서 경험을 듣기도 어려웠다. 여성 선배 기술자가 있다면 현업에서 뭐가 어려운지 등 물어보고 싶은데, 한 분도 안 계셨다. 그래서 유관 분야인 타일이라던가 기술 교육을 해보셨던 분이나 과거에 용접하셨던 분 등 이런 여성들을 물어물어 찾아다녔다. 그러다 여성 주택수리기사는 안 계시니까 우리가 직접 배워야겠다고 결정하고 배우게 됐다.
나도 좀 더 공부해서 여기서 일해보고싶다
비데랑 led전등 교체까지 가능쓰
므찌다..,.
존나 멋져 나도 하고프다ㅠ
저 회사 커져서 여성수리기사 양성까지 해줬음 좋겠다.. 기술 절대 여자한테 안가르켜줄라하는 사회라…
와 나도 생각만 한거...지금 하고있는 일 그만두고싶어서 생각해본건데..완전 응원합니다
다른 지방에도 해주면 좋갰다 취업하고싶다 여기
멋있어
나 화장실 등 고칠때 불렀는데 너무 맘 편하더라
그전에 화장실 문 손잡이 고칠때는 그냥 동네 남수리기사 불렀는데
계속 지켜보긴했는데 혹여나 불법카메라라도 설치하는거 아닐까 엄청 걱정했었음 ㅠㅠ
더 잘되셨으면!!!!
와 멋있다ㅠㅠ나도 배우고싶어
와 멋있다
와.... 좋다.... 나도 하고싶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