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스페이스 2130 IM-28
“지영아. 열수있어. 너가 열어라는 싸인을 보내면 바로 열겠다.”
막을 수 없었다. 지영이가 목숨을 걸고 건너가 제1 니때무네로 들어가려는 것을. 어느 누구라도 아버지가 위험에 처해 있다면 저렇게 할 것이었다. 막는다는 것은 시간낭비임을 지수는 잘 알고 있었다. 지영은 제2 니때무네를 최대한 가까이 접근시킨 후 오토드라이빙 버튼을 누르고 커넥션라인을 발사할 수 있는 라이플을 찾아 어깨에 걸고 캡슐위 통로로 들어가서 햇치를 열었다. 혈액의 강은 온통 붉은색이었다. 그 사이로 티끌같이 흰색과 붉은색 푸른색의 혈구들과 바이러스들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산소마스크를 썻다. 그리고 허리까지 밖으로 내놓고 라이플을 겨누었다. 라이플위에 붙은 조그마한 사각형 첵크스크린에 혈액의 흐름이 나타났다. XT포가 처음에 60%밖에 명중하지 못한 것을 기억하고, 그리고 지영은 제임스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오조준에 대하여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혈액은 우측에서 좌측으로 흐르고 있었다. 혈액의 속도도 나타났다. 지영은 조준경을 목표물에서 우측으로 2클맄하여 옮겼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팍소리와 함께 총알은 정확하게 제1 니때무네의 출입문을 벗어나 우측 상단에 꼿혔다. 총알은 캡슐의 표면에서 흡입판을 둥글게 펴 안전하고 단단하게 흡착되었다. 지영은 지체없이 흡입판에 연결된 밧줄을 타고 건너가기 시작하였다. 혈액의 유속과 압력도 놀라울 정도로 높아서 밧줄을 잡고 건너가는 지영의 몸을 아래로 밀었다.
"지영아. 5초 후면 연락이 되니까 준비해. 그리고 진입하자 곧 햇치닫고 우측 상단의 노란색 레바를 당겨. 소독이 시작된다. 30초. 그리고 발아래 출입구를 열고 진입해. 끈등이 문에 끼이지 않게 조심해. 지영아."
"으흐흐흐. 알았습니다. 지수 지대장님!"
지영은 심각하게 지수의 진행지시를 듣다가 마지막 말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지영은 이내 다시 긴장하여 바깥햇치 앞에서 기다렸다. '다섯 넷 셋 둘 하나'와 동시에 오픈 버튼을 눌렀다. 문은 스르륵 열렸다. 잽싸게 몸을 돌려 스며들듯 안으로 진입했다. 1차 진입은 성공이었다. 천정의 레버를 당기자 운무같은 뿌연 안개가 작은 실내에 가득찼다. 그러길 잠깐 안개는 걷혔다. 고개를 아래로하여 보니 지름 1미터 정도의 회전식 둥근 출입문이 오목한 손잡이를 우측 면에 둔채 기다리고 있었다. 지체없이 손바닥을 넣어 레버를 잡고 들어 올렸다. 전자식 보다는 수동식이 때론 더 안전할 수가 있는 것이다.
기내는 컴컴하였다. 동력이 끊어진 것이 맞았다. 자동산소공급기 레버를 살펴보았다. 락이되어 있었다. 손대지 않은것이다. 락을 풀고 아빠를 먼저 찾았다. 내부는 제2 니때무네와 같았기에 눈감고도 환하였다. 지영은 헬멧에 부착된 뷰파인더로 실내를 훝어보았다. 제임스는 기내 중간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는 산소호흡기를 쓰고 있었다. 놀라서 달려가 엎드려 호흡을 살폈다. 고르지 않은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산소호흡기를 벗겼다. 그리고 귀에대고 불렀다.
"아빠! 정신차리세요. 아빠!"
소리쳐 부르며 두 손바닥을 풀어헤친 점퍼속으로 넣어 가슴을 흔들고 압박하였다.
"아빠. 정신차려. 아빠. 으앙- 어떻해. 아빠. 정신차리세요! 아빠!"
그는 몽롱해졌던 상태에서 흔들고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야 겠다는 욕망으로 손을 휘저었다. 지영이 울음소리였다. 간난아이가 기를 쓰며 우는것은 지영이었다. 온 힘을 다해 소리치는 곳으로 달려갔다.
"지영아! 지영아! 아빠 여기있다. 어디있니 지영아!"
온통 시야는 컴컴하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뛰어가며 답답해 했다. 이 어둠속 어디에서 지영이가 날 부른단 말인가. 속이타고 가슴이 아퍼왔다. 지영이를 생각하니 머리가 멍멍한채 그는 소리나는 곳으로 뛰었다. 울음이 터져나와 목소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 그는 고개를 쳐들고 불렀다.
"지영아! 대답해라. 지영아! 아빠 여기있다. 지영아! 으흐흑. 지영아!"
울던 지영이는 너무 놀라고 기뻐서 제임스 가슴을 막 두드리며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아빠를 바라보았다.가슴이 용트림치며 뜨거운 감동이 솟구쳤다. 아빠가 저렇게 처철하게 자기를 찾아 부르는 절규에 지영은 눈물이 비오듯 쏫아지며 형언할 수 없는 감동으로 몸이 떨렸다.
"아빠- 아빠. 지영이 여깃어요! 아빠. 지영이 아빠 ! 지영이 여기있어요. 아빠 아아앙."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더 이상 기쁠 것이 없을 것 같았다. 가슴속에서 부터 뜨거운 그 무엇인가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빠가 살아 숨쉬고 처절한 목소리로 지영이를 부르며 찾고 있었다. 지영은 온 몸이 소름끼치는, 자지러질듯한 감동을 느끼며 아빠의 두 손을 꼭 쥐었다.
“아빠. 아빠. 지영이 아빠! 지영이가 아빠 곁에 있어요. 눈 좀 뜨세요. 아빠아~”
제임스는 눈을 떳다. 지영이가 바로위에 울고 있었다. 서영이가 울고 있었다. 아내 쎄지로가 울고 있었다. 그는 힘껏 외쳤다.
“지영아! 서영아! 쎄지로!”
“아빠! 저예요. 지영이. 아빠~아~”
뺨에 따스한 손길이 느껴졌다. 그는 두 손으로 그 손을 감싸 잡았다. 그리고 눈을 떳다 감았다 해 보았다.바로 눈 앞에 지영이가 울고 있었다.
“지영아. 너가 어떻게 여기에 있니? 엄마는?”
“으흐흑. 아빠. 이제 정신이 드셨어요? 제가 건너왔어요. 아빠가 정신을 잃고 있었어요.”
지영은 아빠가 정신을 차리고 자기를 알아보자 너무나 반가워 눈물젖은 얼굴을 아빠얼굴에 대고 비볐다. 아빠는 딸을 가슴에 꼭 안았다.
“지영아. 내가 얼마나 이러고 있었니?”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어요. 아빠. 일어나세요.”
지영은 제임스를 안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얼굴과 몸등을 살펴보았다.
“하하하. 지영아. 이제됐다. 동력이 죽어서 내가 정신을 잃었는가 보다. 그런데 어떻게 동력이 다시 들어온거야?”
“으흐흥. 아빠. 이제 저도 안심이예요. 적들이 동력판을 에워싸 동력 공급을 받지못했어요. 제가 밖에서 다 제거하고 안으로 진입한거예요.”
“그랬구나. 고맙다. 자. 어서 언니에게 연락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자.”
그는 지영이를 다시 가볍게 안았다. 그리고 헬멧을 썻다.
“지영아. 미안하다. 지금 어떻게 해야하니?”
“아빠. 으하하하. 이제 됐어요. 얼마나 걱정했다구요.지금부터 지영이는 다시 제2 니때무네로 돌아가야 해요.”
“그리고 제1 제2 니때무네는 보호막을 두르는 작업을 하며 진행하여야 합니다. 지영아. 어서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제대로 할 수 있겠지?”
지수였다. 그도 이제 한숨을 놓고 다시 자신있게 말하였다.
“응. 알았어. 조심할께. 아빠. 이제 제가 돌아가도 되죠?”
지영은 아직도 아빠가 걱정되어 얼굴과 몸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았다. 그녀의 뜻을 안 제임스는 보라는듯이 고개를 돌려보이고 몸을 움직여 보였다.
“자. 봤지? 이제 정상이야.”
“이그~ 뭐 이런 보안관이 다 있을까요. 흐흐흐.”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거주민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제부터 또 다른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 짐작하여 모두가 환호하지 못하였다. 지영은 제임스에게 특히 주의하여야 할 것을 알려주고 왔던 방법의 역방법으로 제2 니때무네로 건너갔다.
"아빠. 저 지영이 제대로 돌아왔어요. 제꺼에도 적들이 동력판에 많이 붙어있어요. 좀 제거해야 겠어요."
"그래. 안심이다. 아빠가 지영이에게 빚 많이졌다."
"으흐흐흐. 맞아요. 아빠. 다 갚아주셔야 해요. 이제 출발하는거죠?"
그때 지켜보고 있던 지수 팀장이 소리쳤다.
"지영아. 니때무네로 적들이 밀어닥치고 있다. 빨리 전투준비해! 그리고 제임스는 네비게이션을 확인하고 진로를 바로 잡으십시요."
지수의 놀란 소리에 정신을 차리며 전방을 보니 꾸역 꾸역 적들이 밀려오고 있었다. 일부는 부딪혀 비껴가고 일부는 표면에 붙었다 녹아 흐르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덜컥 겁이 난 지영은 언니인 서영을 불렀다.
"언니! 서영 언니! 엄마에게 무슨 일있어? 혈액이 굉장히 탁해졌는데 무슨 일이야?"
지영과 제임스의 위기를 숨죽여 보느라 혈압과 혈액농도를 놓쳤던 것이다.
서영은 팀원에게 눈짖으로 속히 확인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크게 놀라지 않은 것은 지금까지의 체크상태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만큼 엄마의 건강상태는 뇌의 통제바를 제외하고는 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