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가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신심미사
마태오 10,17-22
거듭되는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주님께서 반드시 내 인생 여정에 동반하심을 굳게 믿습니다!
때 이른 불볕더위에 한 며칠 주방장 역할을 해보니, 조리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를
뼛속 깊이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머릿속은 차려내야 할 메뉴 거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시간에 쫓기는 강도 높은 노동으로 인해 몸은 상습 피로에 시달립니다.
아침 식사 끝나면 삭신이 노곤해지고, 체력이 바닥을 쳐서, 잠시라도 머리를 바닥에 붙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점심 식사 두 시간 전에는 몸을 일으켜야 합니다.
매일 누군가의 소중한 끼니를 책임져야 하는 이 땅의 수많은 조리 노동자들의 삶이 더없이 감사하면서도,
짠한 마음이 온몸으로 느껴졌습니다.
오늘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축일입니다.
불과 25세의 젊은 사제였던 그가 담담히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그 나이에 그토록 주님을 향한 열렬한 신앙심을 지녔다는 것,
보기조차 끔찍한 사형 집행인의 날카로운 칼날 앞에서도 그리도 의연하고 당당했다는 것, 참으로 놀랍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삶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님을 실감합니다.
신앙의 깊이는 나이나 연륜에 비례하는 것도 절대 아님을 깨닫습니다.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주님께서 내가 어디를 가든 나와 항상 함께 하신다는 주님 현존 의식입니다.
그런 의식의 소유자는 죽음도 결코 두렵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더 이상 대대적인 종교 박해가 없는 이 시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지니셨던 순교 영성을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매일 되풀이되는 일상의 힘겹고 부담스러운 일들을 짜증내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행하는 것,
바로 이 시대 순교입니다.
매일 직면해야 하는 결코 나와 호의적이지 않은 관계나 사건들을 그저 담담히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이 시대 순교입니다.
거듭되는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주님께서 반드시 내 인생 여정에 동반하심을 굳게 믿는 것, 이 시대 순교입니다.
김대건 신부님 관련 글을 읽다 보면 그는 분명 환난도 자랑으로 여겼습니다.
그 환난이 김대건 신부님에게 인내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지니게 도와주었습니다.
그 희망은 그를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가톨릭사랑방 catholicsb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