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념 나의 싸움은 미궁이 되어 심연으로 떨어졌다 삽살개가 되라면 기꺼이 삽살개가 되어 당신의 발가락이라도 핥아주겠노라
더이상 나의 육신을 학대 말라고 하찮은 것이지만 육신은 유일한 나의 확실성이라고 나는 혓바닥을 내밀었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나는 손발을 비볐다
2 . 나는 지금 쓰고 있다 벽에 갇혀 쓰고 있다 여러 골이 쑥밭이 된 것도 여러 집이 발칵 뒤집힌 것도 서투른 나의 싸움 탓이라고 사랑했다는 탓으로 애인이 불려다니는 것도 숨겨줬다는 탓으로 친구가 직장을 잃은 것도 어설픈 나의 신념 탓이라고 모두가 모든 것이 나 때문이라고 나는 지금 쓰고 있다 주먹밥 위에 주먹밥에 떨어지는 눈물 위에 환기통 위에 뺑기통 위에 식구통 위에 감시통 위에 마룻바닥에 벽에 천정에 쓰고 있다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쓰고 있다 발가락이 닳아지도록 쓰고 있다 혓바닥이 쓰라리도록 쓰고 있다
공포야말로 인간의 본성을 캐는 가장 좋은 무기이다라고 3 . 참기로 했다 어설픈 나의 신념 서투른 나의 싸움은 참기로 했다 신념이 피를 닮고 싸움이 불을 닮고 자유가 피 같은 불 같은 꽃을 닮고 있다는 것을 알 때 까지는 온몸으로 온몸으로 죽음을 포용할 수 있을 때까지는 칼자루를 잡는 행복으로 자유를 잡을 수 있을 때까지는 참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