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도에서 바다를 주웠습니다
이대흠 당신은 바다를 오려 주머니 속에 넣었습니다 몇 점의 구름을 똑똑 따내었습니다 어떤 바다는 호리병인 듯 속에서 출렁거렸습니다 풋감 같던 사랑을 우려먹을 때도 있었지 아직은 가을이 설익었어 초되기 전 홍시처럼 노을이 깊어야 하는데 당신의 속눈썹에 샛별이 반짝이고 당신의 젖은 눈은 흘러내리지 않았습니다 검은 산들은 머플러처럼 펄럭였습니다 갯바닥에는 펄이 옷입니다 저마다 펄을 입고 돌아다니는 똘게들은 작은 발소리에도 파장처럼 퍼집니다 게 이빨에 바다가 물리면 팔주령처럼 방울소리가 날 것 같습니다 동그란 바다에서는 맞은편이 가장 멉니다 낭도에서 주운 바다가 내 안에서 엎질러집니다 햇부리에 쪼인 물방울처럼 반짝이는 것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계간 《아토포스》 2023년 겨울호 ----------------------- 이대흠 / 1968년 전남 장흥 출생. 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물속의 불』 『상처가 나를 살린다』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귀가 서럽다』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코끼리가 쏟아진다』, 장편소설 『청앵』 『열세 살 동학대장 최동린』 등이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