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öbius strip (뫼비우스의 띠)
<1> Game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 한 여자의 뺨을 가볍게 스치운다.
그녀의 머리칼은 가볍게 흩날리고 눈동자는 밤하늘을 가를 듯이 매섭게 빛났다.
그녀의 손은 쥐어져 있던 총을 마치 부수기라도 할 마냥 꼭 쥐었다.
주위는 지독하리만치 고요했다.
"분명 여기까지는 똑바로 쫓아왔는데... 금새 놓쳐버린거야? 제길."
"참 질긴 여자네. 여기까지 쫓아왔네?"
낮게 깔린 목소리에 그녀는 움찔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두 손은 이미 들고있던 총을 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재밌네. 그런 것 따위로 날 잡을 수 있을 것 같애?"
휙 하는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린 뒤 그 남자의 목소리는 여자의 귓전에서 속삭여 댔다. 탕 -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총이 큰 굉음을 내며 발사되었다.
"윽."
"여지껏 눈치채지 못 한거라면 굉장히 아쉽군.
이게 뱀파이어들에게만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뱀파이어 헌터용 건이라는 거거든."
그녀의 입꼬리는 말려 올라가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러자 남자는 잠시 뒤로 주춤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다가오지마. 이렇게 된 이상 진짜 널 죽여버릴 수도 있어."
"그 꼴로? 지금 나에게 조심하라고 경고 할 처지가 아닐텐데?"
"글쎄…. 헌터의 직감이라고나 할까?"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와의 거리가 세 네걸음 정도 밖에 남지 않았을 때였다. 그는 뒷걸음질을 치며 입을 열었다.
"제발…."
"뭐... 라고?"
"제발 다가오지마."
"왜... 왜 그래야..."
그녀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그 남자는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눈 앞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허탈감에 휘청거렸다.
고요하기만 하던 그 곳은 그 남자의 은은한 목소리로 가득찼다.
"넌 그래서 문제야."
"……."
"예나 지금이나 마음이 너무 약해서 탈이지."
그녀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렸고, 사방은 낮게 깔린 그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들을 수 없을 정도의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한심해 보이지만 널 잃기는 싫어. 그러니까 제발 날 멀리해 줘."
... "이 이상은 다가오지 마."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그들의 멈출 수 없는 게임은 시작되었다.
*
"반가희. 일찍일찍 좀 다녀라."
"어! 한이 오빠 벌써 와 있었어?"
"지금 시간이 몇신데 벌써냐. 어? 너 얼굴이 왜 이래?"
"어제 그 놈 잡을 수 있었는데 놓쳤어. 교모한 놈. 아마 그 때 난 상처인가봐. 헤헤…."
"여자가 얼굴에 이런 상처나 내고 다니고! 너 때문에 못 산다."
한이 오빠는 말을 마치자마자 나의 얼굴이 부서지기라도 할 마냥 조심스레 뺨에 난 생채기에
약을 발라주고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따끔거렸지만 난 얌전히 앉아있었다.
오빠의 부드러운 손놀림이 좋았다. 마치 아빠가 딸을 걱정하듯이 다그치는 그 말들도 듣기 좋았다.
한이 오빠는 내가 부모님을 잃은 7살 때 부터 나를 친오빠처럼 챙겨주었다.
혼자 사는 내게 뱀파이어 헌터라는 직업을 찾아 준 사람도 한이 오빠이다. 여러모로 나에게는 참 고마운 존재다.
"너 진짜 조심해. 그러다 물리기라도 하면 너..."
쾅 - !!!!!!!!!!!!!!!!!!!!!!!!
"여기서 일 좀 하고 싶은데."
굉장히 요란하게 등장한 사람이 누구인지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을 때, 난 순간 놀라고 말았다.
인간이란 한도 내에 과연 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탄생할 수 있기나 한 걸까.
날카로운 눈매에 강하면서도 사람을 홀려버릴 듯한 눈빛, 곧은 코에 드러나진 않지만 냉소를 머금은 듯한 입가.
거기다 잘 다져진 듯한 다부진 몸매. 거기다 이상하게도 낯설지만은 않은 기운.
"무... 무슨..."
"여기가 뱀파이어 헌터들을 양성하는 곳. 맞지 않아?"
"그... 그건 어떻게..."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그는 막무가내로 한이 오빠를 밀어부쳤고 난 당황한 한이 오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무례한 태도에 화가 나려는 것을 억눌렀다.
대신에, 한이 오빠의 어깨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오빠가 움찔하였지만.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는 게 어딨어요? 적어도 간단한 소개 정도는..."
"내 이름은 주혈호. 뱀파이어에게 습격당해 하나뿐인 가족을 잃었다….
이보다 더 헌터가 되기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까?"
"어... 어, 그런데 그 어깨는...?"
"별 거 아니니까 관심껐으면 좋겠는데."
난 대충 붕대로 칭칭 감겨져 있는 그의 어깨에 시선이 꽂혔고,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그런데 홀연히 나타난 그는 나에게 마치 오래 전부터 악감정이라도 있었던 마냥 날카롭게 굴었다.
"그 쪽이 그렇게 자신있다면 내일 당장이라도 사냥하러 가죠.
마침, 요즘 갑자기 주민들이 죽어나가서 수상한 마을이 한 군데 있거든요."
난 일부러 표독스럽게 말을 내뱉으며 건을 매만졌다.
그 순간, 그 남자는 날 힐끗 보더니 매우 거슬린다는 듯한 표정으로 한 손으로 붕대를 칭칭 매 놓은
자신의 어깨를 살짝 움켜쥐었다. 대체 저 남자의 정체는 뭐지?
ps. 우여곡절 끝에 첫 편이 나왔네요 많은 관심바라고, 업뎃쪽지 원하시는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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