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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하나야 하나야 일어나 지각 하겠다"
"우음 졸려"
"너 또 지각해서 엄마한테 전화오면 어떻게 한다고 했지?"
"우음-"
"윤하나!!!"
"........."
"후우, 윤하나씨 너 또 지각해서 엄마한테 전화오면 어떻게 한다고 했지?"
벌떡
"요..용돈없어!"
가난한 청소년에게 용돈은 목숨이다.
더구나 나에겐 용돈이 없으면 먹을걸 못먹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 엄마가 밥까지 굶긴다는건 아니다.
여기서 먹을 것이란 내가 사랑하는 수많은 군것질들을 말하는 것.
.
.
그러나 졸린건 여전하다.
"얼른씻고 학교가, 딸 엄마 갔다올게"
난 앉아서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일으켜세우며
비몽사몽한 눈을 비비며 손을 흔들었다.
"응 잘갔다와"
"다시 누우면 알지?"
끄덕
"그럼 이 엄만 믿고 간다? 참 다음주 월요일 약속있는거 알지?"
끄덕
"다른 약속 잡지 않도록 조심해"
끄덕
"하나야?"
끄덕
"야!! 윤하나!!'
찰싹!!!
"아악 뭐야!"
"뭐긴뭐야, 엄마의 매운 손이다 방금 졸았지? 천 원 삭감이야"
삭감이란 두 단어는 날 침대에서 나오게 했고 나가려는 엄마를 붙잡으며
매달렸다. 안그래도 물가 올라서 전보다 못 사먹는데 천 원이나 삭감이라니
"엄마! 나 일어났어! 아깐 존거 아니야 난 엄마말에 끄덕인것 뿐이라구!
자, 봐봐 나 쌩쌩하잖아? 나 지금 씻으러 화장실 간다.엄마!
그러니까 용돈 삭감 취소해줘 응?!"
"흐음. 고려해볼ㄲ... 어머!! 너 깨우다 내가 늦겠다! 그럼 저녁에 보자!"
엄마는 시계를 보더니 순식간에 내 눈앞에서 사라졌고
취소를 받아내지 못한 나는 한숨을 푸욱 쉬며 화장실로 향했다.
지각해서 전화오면 오천원은 삭감되고 말테니까
.
.
.
'찰칵찰칵'
"민윤주"
'찰칵찰칵'
"하지마아아아"
'찰칵'
"야!!!!!!! 민윤주!"
오늘로 약 50장, 일주일치를 합하면 약 몇 백장이 될 사진들
윤주는 쉴 새없이 나를 향해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그것도 내 얼굴만 클로즈 업 해서 말이다.
"야, 나 사진 찍는거 싫어하는거 알면서 왜그래!"
사진빨이 상당히 안 받는 나였기에 사진이 어떻게 나왔을지 안봐도 비디오다.
터지기 일보직전인 붕어빵 같은 얼굴이겠지.
언성을 높여도 여전히 윤주를 셔터를 눌러댄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야, 남는건 사진 뿐이라구, 이제 곧 헤어질텐데 많이 찍어놔야지
나랑 이렇게 잘 맞는 친구와 헤어지는게 너무 슬프다. 히잉
너랑 나랑 동네가 너무 멀어서 같은 고등학교 갈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겠지.
"음, 그거야 그렇겠지. 후우, 나 혼자 떨어지는거 아냐?!
진노원 그 자식 몇 달전에 너네 동네로 이사갔으니까
그나마 가능성은 있을거 아니야"
"그래도 난 너가 더 좋다 친구야~"
윤주는 그렇게 말하며 뒤에서 달라붙더니 힘을 점점 가해왔다.
부러질것 같은 나의 허리여
좋긴 뭐가 좋아 괴롭히기 좋다구?
"케엑 유..윤주"
참다못한 나는 살기위해 괴력을 발휘해 윤주한테 떨어졌고 그 바람에
바닥에 철퍼덕 엎어졌다. 그리고 그 틈에 손에 있는 카메라를 빼앗아
윤주가 했던것 처럼 쉴새없이 윤주 쪽으로 셔터를 눌러댔다.
나도 추억은 남겨야 할테니 말이다.
윤주와 나는 집이 꽤 멀어서 학교가 아니면 만나기 힘드니
내년부턴 손에 꼽을 정도로도 만나기 힘들겠지
그 때까지만이라도 잘 봐둬야 겠다.
진노원만큼 윤주도 소중한 친구니까.
"야! 찍지마 이런모습을 찍고싶냐?! 어!?"
"왜? 재밌잖아 풉"
상황은 역전되어 난 이리저리 피해다니며 윤주를 찍어댔고
어느새 복도까지 나와있었다.
"미쳤냐?"
라는 노원이의 말이 있기 전까지 말이다.
"노원아!"
순간 눈이 반짝해진 윤주는 목소리까지 변하며 노원이의 팔에
찰싹 달라붙었다.
"너네 뭐했냐? 복도 끝에서 너네 괴성밖에 안들려 아오
고막 터지겠다"
"윤주랑 사진찍고 있었어- 다음주에 방학이잖아?
그리고 그 날 학교 배정받고 그러다보며 지금처럼 붙어있기
힘들꺼아니야 그래서 많이 찍어놓으려고"
"그래? 봐봐"
"안돼! 잠깐만!!"
윤주의 간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난 간단히 노원이에게 카메라를 건넸다.
방금 전 윤주의 엽사로 가득가득한 카메라를 말이다.
사진을 넘기면 넘길수록 노원이의 입가는 올라갔고 결국-
"풉 완전..민윤주 너 이거 인터넷에 올리면 당장 뜨겠다.한번 떠볼래?"
"야! 진노원!!! 이씨 너 왜왔어! 빨리 가버려!"
방금 전까지 찰싹 붙어있을땐 언제고 이제는 빨리 가라며 노원의
등을 떠미는 윤주. 하지만 떠밀릴 노원이 아니었다.
꿈쩍도 안하며 카메라를 보며 큭큭 대다가 갑자기 고개를 올려
나를 행해 물었다.
"맞다, 어머니 재혼하시기로 결정한거야?"
"아..응"
엄마의 재혼.
다섯 살때 아빠가 돌아가신후 엄마는 나와 살기위해 일에만 몰두했다.
그렇게 지낸지 어느덧 11년. 엄마는 작년부터 같은 회사에 있는 상사와
만나게 되었고 어느새 재혼까지 고려하게 될만큼 깊은 사이가 되었다.
처음엔 엄마의 재혼을 반대했었다. 왜냐하면 아빠가 너무 불쌍하니까
새 남편이 생기면 엄마는 아빠를 잊어버릴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혼자 끙끙댈때 엄마는 말했다. 아빠를 향한 사랑은 변없이 없다고
앞으로도 그럴거고 죽을때까지. 하지만 옆에 기댁 사람이 없는게 엄마는
너무 힘들다고 술에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그 때 깨달았을 것이다. 그동안 엄마가 힘든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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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그 사람이 아빠처럼 편하게 기댈수 있는 사람이라 했다.
그래서 끌린거고 아빠와 같은 감정이 싹튼거라고 말이다.
몇 달 전부터 그 분은 우리집에 자주 놀러오곤 하는데 엄마 말처럼
정말 편안한 분이었다. 정말 엄마가 기대도 될 사람같다고 생각하며
난 엄마의 재혼을 찬성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
.
.
"괜찮냐?"
"그럼- 당연하지! 엄마의 행복을 위한건데! 그런데.. "
"그런데 뭐?"
".........."
"대답해 윤하나"
정신을 차리고 노원이를 바라보니 잔뜩 걱정하고 있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 아니야! 아무것도.
엄마랑 재혼할 분 무지 잘생겼지? 매너도 완전좋아"
"하긴 난 무슨 연예인 인 줄 알았다"
난 교묘히 말을 바꾸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렇게 점심시간은 물흐르듯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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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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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난 신발을 벗으며 무심결에 바닥을 보니
엄마 구두 옆에 검정색 구두가 있었다.
아저씨가 오셨나보다.
몇 달 전부터 엄마랑 재혼 할 아저씨는 나와 친해지고 싶다며
퇴근하고 자주 놀러와서 아저씨와는 그동안 꽤 가까워졌다.
"아저씨!"
"응? 하나왔니?"
언제나 그렇듯 아저씨는 앞치마를 두르며 부엌에서 나왔다
우리엄마? 저쪽 거실에서 밀린 드라마 챙겨보고 계신다.
드라마에 몰두한 나머지 딸이 온 줄도 모르는 우리 엄마를 지나쳐
난 부엌으로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았다.
"아저씨 죄송해요. 손님이 매번 부엌에 들어오게해서
제가 도와드릴께요"
"아니야~ 아저씨 요리하는거 엄청 좋아하거든 그리고
우리 하나가 맛있게 먹어주니까 더 기분좋고
우리 아들녀석은 하나처름 그렇게 맛있게 먹어주지 않거든"
아들?...
"아들이요?"
"응? 아아- 내가 말 안했나 보구나.
아저씨한테도 아들이란게 한 놈 있거든."
"네?! 정말요? 왜 그동안 말 안하셨어요?"
아들이 있다니 그럼 동생이 생기는 건가?
동생이 생긴다는 생각에 두근거렸지만 그 두근거림은
아저씨의 한마디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응 하나보다 한 살 많으니까 음- 하나한텐 앞으로 오빠가 되겠구나"
오..오빠?
오빠가 생긴다고?
그나저나 난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저씨의 아들이 나보다
나이가 많을 거라는 걸 말이다. 아마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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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엄마보다 엄청난 동안이라 그런가 보다.
아니지.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아..아저씨. 그럼 엄마랑 재혼하면"
"두 식구가 합쳐져 네 식구가 되는거지. 다음주 월요일에
나올테니 그 때 보면 되겠구나. 하하하
성질머린 그렇게 나쁜 놈이 아니니까 겁먹지 않아도 된단다 하나야
놀랐나 보구나?"
그걸..지금 말이라고 하시나요 아저씨..
라고 말하고 싶은걸 꾹 참았다.
그리고 그 날 아저씨가 해주신 맛있는 저녁은 그 날따라
아무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왠지모를 불안감 때문에 말이다.
첫댓글 재밌어요~!! 업쪽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