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서 고르고 골라 사온 책을 한 번도 읽지 않고 냄비 바침으로 쓰는 아내가 난 싫다. 가던 길 멈추고 주운 예쁜 나뭇잎을 가져가면 당신이 무슨 사춘기 소년이냐며 쓰레기통에 처넣는 아내가 난 싫다. 가끔 피아노 건반을 두두리며 노래할 때 꼭 봐야 한다며 티브이 볼륨을 크게 켜는 아내가 난 싫다. 외식 약속해 놓고 아무 데서나 그냥 한 끼 때우자며 김치통을 꺼내는 아내가 난 싫다. 관리실에서 조목조목 따지는.... 아이들한테 용돈 아껴 써라 잔소리하는 아내가 난 싫다. 잠잘 때 큰 대자로 누어 드르릉 코 고는 아내가 싫고 화장실에서 휴지 없다 소리치는 아내가 난 싫다. 가끔 내 당신 못 만나으면 우찌 살았겠니? 내 다음에도 여자로 태어나 당신 한데 시집가련다, 어이없어 반색을 하며 현관문을 나서지만 난 어느새 아내의 머리 앞에 앉아 머릿속에 핀 힌먼릴 뽑아낸다 눈가에 잔주름은 왜 이리 많고 곱고 곱던 손은 왜 이리 투박한가 그 예쁘던 몸매는 어디 가고 눈에 안경도수는 왜 이리도 높은고. 살아오면서 그 많은 고생을 맨몸으로 버텨냈구나 아직 첫눈을 못 보았건만 계절 감각을 잊고 사는 아내의 머리녁에 하얀 눈 내렸구나 한가닥 또 한가닥 뽑아내는 아내의 흰머리가 왜 이리 섧게만 느껴지니 왜 이리 내 가슴이 아파만 오나 잃은 청춘을 보상해 줄 순 없지만 숨겨진 눈가의 주름은 무엇으로 감추나
가을! 아~~ 가을은 아내의 이름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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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의 가슴에 숨겨진 뜨거운 사랑의 열매가 찐하네요~
고운 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