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회 353차 산행기 - 성지곡 둘레길
2012년 2월 10일
오늘의 참여자
국은
혜종
연암
중산
백사
흰내
태화
아산
남계
부산의 자연 휴양림, 피톤치드 공장 성지곡 둘레길에 또 왔다.
성지곡 둘레길 - 자연과 사람이 손잡고 만든 부산 제 1의 산책로에서
오늘도 즐거운 Green Walking
30m 가 넘는 수많은 편백나무와 소나무들이 품어주는
산소와 피톤치드의 탱크 속을 2시간 이상 걸었다.
임진년 들어 산삼회장을 맡아 열심히 회원을 이끄는 국은
앞장을 선다.
화명동에서 지하철 타고 만덕역에서 내려
만덕령을 넘어 어린이 대공원까지 걸어 내려온 혜종
(벌써 아침 운동은 했다.)
우리와 다시 올라간다.
올라가면서 들려주는 혜종의 이야기는 옮길만 하다.
용의 해를 맞아 용 이야기다.
주역에 나오는 용의 일생은 4 단계다.
첫째 잠룡 (潛龍) - 물속에 잠겨 있는 용이니 실력을 연마하며 세상에 나갈 때를 기다린다.
둘째 현룡 (見龍) - 이 때 見은 현으로 읽는다. 슬며시 세상에 나타나서 주위를 살핀다.
셋째 비룡 (飛龍) - 기회를 잡아 날아오른다. 입으로 구름을 내뿜으며 그 구름을 타고 하늘을 휘젓고 날아다닌다.
넷째 항룡 (亢龍) - 위세 좋게 뽐내며 나아가는 용이다. (이미 비룡의 시대는 갔는데)
문제는 네 번째다. 하늘에서 내려올 때가 되었는데 내려오기를 항거하는 모습이다. 주역은 亢을 抗 과 같이 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하고 있다.
박희태 국회 의장은 내려올 때를 놓쳤고
이장호 부산 은행 행장은 주위에서 연임을 권해도
후진을 위해서 용퇴하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형기 시의 일절이다.
'물러갈 때를 알고 가는 자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정치의 계절을 맞아 비룡까지는 잘 하다가 마지막 단계를 잘못 밟아 오명을 남기는 항룡들이 많다.
다행히 우리는 모두 좋은 모습으로 물러나
이렇게 여유롭게 숲속을 거닐며 한가를 즐기는 山龍들이 되었다.
三人行 必有我師 - 삼인이 같이 가면 나의 스승이 반드시 있다.
공자님 말씀이다.
하물며 9명이 같이 가며 나누는 이야기니
그 속에 배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캐나다 뱅쿠버 시민들은 거리를 입양한다고 한다.
여기는 내 거리다. 혹은 우리 가족의 거리다.
우리가 책임지고 깨끗이 한다.
그러면 그 거리 이름을 가족의 이름을 따서 지어준다.
소위 입양거리다. (Adopting a street program)
좋은 아이디어라고 캐나다 여러 도시에서 유행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들이 휴일에 같이 거리를 청소하고 꽃을 가꾸고 ~
역시 캐나다 사람들은 1등 국민들이다.
우리 산삼회도 성지곡 둘레길을 입양하여 사랑하고 돌보면
이 길은 산삼길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입양할 길이 어디 성지곡 둘레길 뿐인가.
이기대 길, 금정산 길, 송도길, 태종대 길,
장산길, 삼포 가는길, 해운대 길 ~
부산시내 좋은 길은 모두 우리 자식으로 입양하자.
우리 산삼회 만큼 이 길들을 골고루 잘 다니는 팀도 별로 없을 것이다.
8년동안 부지런히 다녀 오늘로서 353 차!
우리는 길부자다.
부산의 좋은 산길은 모두 우리의 아들딸들이다.
땅부자나 돈부자 못지 않게 길부자도 부자 아닐까.
성지곡 둘레길은 부산에서 가장 큰 피톤치드 생산공장.
부산의 공기 정화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큰 자식으로 입양한다.
큰 자식 집에 놀러가
심호흡을 하며 폐를 정화하고 뼈 속까지 정화한다.
큰 아이는 우울증과 스트레스까지 치료해준다.
숲 속을 걷고 나오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지 않는가.
30 여분 걷다가 어느 나무 의자에 앉아 1차 휴식
연암이 노란 매실주에 정갈하게 깎은 배,
바삭과자를 내놓았다.
한 주일에 네다섯 번 씩 테니스를 치고
아들이 사 준 만보기를 차고 다니며 걷기도 부지런히 한다.
3기 회장님으로 모범을 보여준다.
동기들아 나를 따르라!
겨울날인데도 포근하여 땀이 흐를 지경이다.
편백나무들이 죽죽 서서 키 자랑을 하는 삼림욕장을 지나
호수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앉아 잠시 부산 시내를 내려다본다.
숲, 호수, 저 멀리 해운대 바다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마음이 툭 트인다.
좌회전하여 체육공원까지 내려오다.
공원 옆에는 시비(詩碑) 가 서 있고 시비 앞에는 석천샘터.
시비는 윤선도의 오우가.
내 버디 몃치나 하니 水石(수석)과 松竹(송죽)이라
東山(동산)의 달 오르니 긔 더옥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삿 밧긔 또 더하야 머엇하리
석간수 한 잔 마시고 긴 의자에 앉아 2차 술
남계가 메고 온 생탁 두병을 건빵 안주로 한두 잔씩 마신다.
배고팠던 5~60 년대 즐겨 먹던 추억의 건빵.
12시 반경 맷돌 순두부 집에 안착하다.
작은 계란을 톡 깨어 넣고 저어 먹는 순두부.
안주 좋고 분위기 좋아,
술이 많이 먹히나 보다.
3,5,7,9 로 한다면서 9병을 마신다.
1인 1병이다.
-위하여, 건강을 위하여!
3차 술자리인 셈이다.
그야말로 술 밥간에 배가 만원이 된다.
계산을 치르고 영수증을 받았는데 국은이
두 병 더!
쏜다.
이러시면 회장님, 4찹니다.
다행이다.
한 자리에 앉아서 차수 하나를 더하니
밖에서는 더 이상 차수를 더하지 않고 그냥 사모님께로 직행이다.
오늘도 두 시간 이상 걸었고 많이 배우고
술밥간에 잘 먹고 갑니다.
다음은 자갈치 역입니다.
그 때 까지 안녕히!
첫댓글 남계선생님의 글솜씨는 언제보아도 시원하고 감탄이 나오는 구료. 지나가면서 한 이야기도 쓰면 글이 되고 보는 것은 문장이 되고... 산삼회 회원들의 홍복이로다. 아무튼 산행기 쓰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혜종
나혼자의 글이 아니고 친구들과 같이 쓰는 글입니다. 좋은 이야기들을 귀담아 듣고 메모해두었다가 집에 와서 토닥거리며 쓰는 것도 재미중의 상재밉니다. 오늘 용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이어서 귀중한 지식이 되었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