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가도 끝나고 늦은감은 있지만.....
속리산 북쪽에 자리한 풍치 좋은 두메산골, 괴산은 이즈음에 찾으면 딱 좋다. 언제나 물이 철철 넘쳐흐르는 계곡과 무성한 숲을 거느린 산이 무더위를 씻어주기 때문이다.
괴산엔 금강산 아래 금강산이라는 화양구곡을 위시해 쌍곡구곡, 갈론구곡, 선유동계곡 등 이름만 들어도 신비함이 느껴지는 계곡이 여럿 숨어 있다.
괴산땅으로 가는 길은 다양하지만 중부고속도로 증평 나들목에서 증천교를 건너 592번 도로를 타고 질마재를 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질마재는 제법 험준한 고갯길이지만 주변 경치가 아름답고 아기자기함까지 맛볼 수 있어 운전자라면 한번쯤 넘어볼 만한 길이다.
◆ 트래킹 코스로 좋은 화양동 계곡
질마재를 넘어 처음 만나게 되는 화양구곡은 발길 닿는 곳이 다 절경이고, 곳곳에 소와 담을 두르고 있어 무더위를 달래기에 그만이다.
숲 그늘도 넉넉해 돗자리를 펴놓고 물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기 좋다. 경천벽을 비롯해 운영담, 읍궁암, 금사담, 첨성대, 능운대, 와룡담, 학소대, 파천 따위의 9곡이 사람들의 혼을 빼놓는다. 아담한 계곡길은 자연스러움은 덜 하지만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 트래킹 코스로도 적당하다.
곳곳에 넓은 너럭바위들이 많고 물에 발을 담그면 서늘함이 온몸으로 흐른다. 매표소를 지나 만나게 되는 경천벽은 화양구곡의 제1경이다. 주차장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수중보 다리가 나오고 이 다리를 건너면서 화양구곡이 시작된다. 물이 하도 맑아 구름 그림자가 비춘다는 운영담을 지나면 길 양쪽에 긴 사각 돌기둥이 서 있는데 이름 하여 하마소이다.
화양구곡이란 이름은 우암 송시열 선생이 이곳에 은거하면서 중국의 무이구곡을 본 따 지은 것이라 한다. 화양구곡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은 제4곡인 금사담으로 이름처럼 반짝이는 금빛모래가 깔려 있고, 넓은 암반 위에는 우암 선생이 서재로 썼던 정자인 암서재가 놓여 있다. 우암 선생은 조선 19대 숙종 때의 유학자로 이조판서를 거쳐 우의정과 좌의정을 지냈던 분이다.
금사담과 암서재를 지나면 제5곡인 첨성대와 6곡인 능운대, 7곡인 와룡암이 이어지고, 조금 더 가면 도명산으로 가는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에 올라서면 학이 머물며 노닐던 자리라는 학소대(제8곡)를 볼 수 있고, 보도블록이 깔린 비탈진 길을 따라 10분 정도 더 가면 제9곡인 파천이 나온다. 인적이 뜸해 조용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화양구곡길은 여기서 끝나는데, 주차장에서 왕복 7km의 거리로 2-3시간 정도 걸린다.
◆ 발 딛는 곳마다 절경, 선유동계곡과 쌍곡구곡
화양구곡에서 나와 민박촌을 지나 592번과 517번 도로를 번갈아 타고 선유동계곡으로 들어간다. 퇴계 이황이 이곳에 찾아왔다가 주변 경치가 하도 좋아 제1곡부터 제9곡까지 이름을 붙였는데 선유구곡은 여기서 말미암은 것이다. 신선이 노닐던 곳이라는 선유동문을 위시해 경천벽, 학소대, 연단로, 와룡폭포, 난가대, 기국암, 구암, 은선암 같은 절경은 그 이름만으로도 별스런 분위기를 풍긴다. 구곡이 다 아름답지만 제5곡인 와룡폭포에 이르면 용이 물을 내뿜는 듯이 쏟아내는 물소리가 귀를 쩡쩡 울리고 흩어지는 물은 한순간에 안개로 변해 장관을 연출한다.
선유동계곡 반대편에도 조용하면서도 때 묻지 않은 계곡이 숨어 있는데, 쌍곡구곡이다.
작은 금강산이라 불릴 만큼 절경이 뛰어나며 앞뒤로 군자산, 칠보산, 보배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우리 산수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괴산8경의 하나에 드는 쌍곡구곡은 괴산에서 연풍 쪽 10km 거리인 괴산군 칠성면 쌍곡마을에서 제수리재에 이르는 10여 km의 구간을 말한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소박한 인심이 어우러져 산골 특유의 정감을 풍긴다. 모래 한 알까지 보일 만큼 맑은 계곡물은 냇물(쌍천)을 이뤄 내곡천과 외곡천으로 흘러간다. 조선시대 이름난 학자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많은 학자와 문인들이 이곳에서 산수 경치를 즐기며 머물렀다고 한다.
계곡에 들면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맑은 물과 기암절벽, 그 위에 버티고 선 노송의 조화가 절묘하기 이를 데 없다. 여기서 구곡은 호롱소, 소금강, 병암(떡바위), 문수암, 쌍벽, 용소, 쌍곡폭포, 선녀탕, 마당바위(장암)를 말한다. 구곡 중 처음 만나는 호롱소는 계곡물이 90도로 꺾어져 소를 이루었는데, 부근 절벽에 호롱불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어 호롱소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소금강(제2곡)은 쌍곡구곡 중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는데, 마치 금강산의 일부를 옮겨 놓은 듯하다 하여 소금강으로 불리고 있다. 제3곡인 떡바위는 바위 모양이 시루떡을 자른 것처럼 생겨 붙은 이름인데, 옛날 이 바위 부근에 모여 살면 먹을 것을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전설이 있다.
계곡의 양쪽에 마치 깎아 세운 듯한 10m 높이의 바위가 5m 정도의 폭을 두고 평행으로 이어져 있는 쌍벽도 가히 장관이고, 옛날 용이 승천하였다는 용소는 명주실 한 꾸러미가 다 풀릴 만큼 깊은 소였다고 한다. 반석을 타고 흘러내린 물이 여인의 치마폭을 연상케 한다는 쌍곡폭포를 지나면 선녀들이 달밤이면 목욕하러 내려 왔다는 선녀탕(제8곡)이 반기고, 곧이어 쌍곡의 최상류에 자리한 장암(제9곡)이 나타난다. 40여 미터의 반석은 마당처럼 넓고, 주위가 울창한 송림에 둘러싸여 더위를 싹 잊게 한다.
쌍곡계곡에서 연풍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수옥폭포를 만날 수 있다. 수옥폭포는 700년 전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남하하다.
한 폭의 산수화 같은 경치에 반해 폭포 아래에 정자를 짓고 잠시 쉬어 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3단으로 이루어진 폭포는 그 밑에 깊은 소를 만들어놓았는데, 숙종 37년 연풍현감으로 있던 조유수가 사람을 시켜 물을 모아 떨어지게 하기 위해 파놓은 것이라 한다. 폭포 위로는 조령산이 우뚝하고 그 자락에 들어선 자연휴양림도 깊은 멋을 풍긴다.
◆ 호수와 오지마을을 둔 갈은구곡
칠성면의 갈은구곡도 멋있는 비경을 보여준다. 우리 기술로 지은 괴산수력발전소를 지나면 물빛 청아한 괴산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호수를 끼고 굽이굽이 좁은 아스팔트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호수는 나무숲에 가려 이따금 모습을 드러내고 새소리 바람소리가 지친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자동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외길은 갈론마을 안까지 이어진다. 20여 가구에 4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갈론마을은 노선버스 하나 없는 산간 오지마을이다.
갈론마을과는 별도로 호수 건너편에도 대여섯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괴산호가 생기면서 외톨이가 돼 버린 산맥이 마을이다.
갈은구곡은 마을을 가로지르는 갈론계곡 위쪽에 있다. 제1경인 갈은동문을 지나면 갈천정, 강선대가 나타나는데, 갈은구곡은 이곳 강선대에서 동남쪽과 동북쪽으로 갈라진다.
신선이 바둑을 두며 놀았다는 9곡 선국암(仙局岩)을 비롯해 옥류벽, 마당바위, 병풍바위, 형제바위, 개구리바위 따위의 기암들과 계곡의 푸른 물은 세상사를 잊게 할 만큼 아름답다. 선국암 3평 넓이 너럭바위에 새겨진 사노동경(四老同庚)이란 글씨도 눈길을 끈다. 네 분의 동갑나기 노인들이 바둑을 즐겼다는 뜻이다.
갈은구곡을 둘러싼 군자산과 옥녀봉의 육중하고 넉넉한 모습도 눈길을 오래 머물게 한다. 갈론마을에서 옥녀봉까지는 길이 험하지 않아 작심하고 올라가 볼 만하다. 갈론마을-배티골-사기막재-정상-동릉-사거리 안부-큰골 선국암-칠학동천-고송류수재-구암-금병-옥류벽-다래골 합수점(강선대)-갈론 마을로 원점 회귀하면 되는데, 총 8km 거리에 4시간 안팎이 걸린다.
한편, 괴산읍내를 관통하는 괴강 주변에도 쉴만한 곳들이 많다. 괴강을 따라가다 보면 조곡, 목도, 유창, 이탄 같은 10여 개에 이르는 유원지를 만날 수 있는데, 물이 맑고 주변 경치가 좋아 호젓한 피서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귀로에 읍내에 들러 이곳의 토산물인 청결고추를 사오는 것도 잊지 말자. 껍질이 두껍고 씨앗이 적어 진홍빛을 띠며 단맛과 매운맛이 적절히 농축돼 있어 감칠맛을 낸다. 끝자리가 4일과 9일에 열리는 괴산 5일장도 볼만하다.
▶ 여행수첩(지역번호 043)=
중부고속도로 증평 나들목-증평-증천교-592번 도로-질마재-부흥사거리 직진-금평 삼거리에서 592번 도로 좌회전-화양구곡. 중부고속도로 증평 나들목-청안방면 592번 국도-도원교-화양1교-충북자연학습원 앞 삼거리-송면삼거리(좌회전)-선유동주차장.
증평-34번국도-괴산-연풍면-칠성면 922번 지방도-쌍곡계곡(이정표 있음). 중부고속도로 증평 나들목→도안 삼거리→괴산→칠성 도정 삼거리→외사(수전리)-괴산호-갈론마을, 50분 소요. 동서울터미널에서 괴산행 버스 이용. 1시간 간격(1시간 50분 소요).
청주에서 화양동행 직행버스 이용(15분 간격). 괴산읍내에서 괴산호 아래 외사마을까지 시내버스가 다닌다. 승용차가 없으면 외사 종점에서 갈론마을까지 걸어 들어가야 한다. 5km 거리. 괴산읍내에서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중부고속도로→증평 나들목→괴산 34번 국도→연풍→수옥리(수옥폭포), 중부고속도로→일죽 나들목→충주→수안보 방면 3번 국도→수옥리. 괴산에서 수옥폭포까지 시내버스 9회 운행, 50분 소요, 수안보에서 수옥폭포까지 시내버스 8회 운행 15분 소요. 속리산관리사무소화양분소(832-4347), 쌍곡분소(832-5550), 괴산시외버스터미널(833-3355), 괴산시내버스터미널(834-3352).
▶ 잠자리와 맛집=
선유동계곡이나 화양구곡, 쌍곡계곡 주변에 잠자리가 많다. 화양동 입구에 화양유스호스텔(832-8801), 리버벨리(834-3335), 벨리에서(832-5300), 세느파크모텔(832-9985), 삼화민박(832-4574), 느티나무집(832-4983), 정준웅민박(832-4567), 산장민박(832-4365), 금성민박(832-4351)과 화양민박(832-2136), 삼화민박(832-4574), 선유동계곡 안에 민박 겸 식당인 은선휴게소(833-3871)와 선유동휴게소(833-8008), 쌍곡계곡 입구에 펜션 밸리하우스(832-0955), 칠보산장(832-5594), 보개산장(832-8002), 바위산장(832-9984), 그린하우스(832-4957) 등이 있다.
민박 안내 : 송면농협(833-8015), 청천농협 (832-4095). 수옥폭포 주변에 수옥수목원펜션(833-5155), 수옥파크(833-6594), 새재수옥펜션타운(834-9554), 산그림호텔(833-8818), 작은새재(833-3327) 등이 있고 조령산 기슭에 있는 조령산자연휴양림(833-7994)에서도 숙박이 가능하다. 예약 필수.
화양구곡 안에 산채백반, 토종닭백숙, 도토리묵 등을 내놓는 식당이 여럿 있다. 화양식당(832-4392), 정화식당(832-4310), 청주식당(832-4581) 등. 신토불이가든(832-5376)은 올갱이국이 별미다. 쌍곡계곡에 있는 비악산식당(832-5833)은 주인이 직접 산에서 채취한 싸리버섯, 능이버섯, 먹물버섯, 표고버섯, 밤버섯 등 자연산 버섯으로 요리한 전골 맛이 아주 좋다.
괴산 읍내 괴강교 옆에 있는 우리매운탕(834-0005)은 메기매운탕, 쏘가리매운탕이 맛있고, 괴산호 입구 수전리(외사)에 있는 수전매운탕집(832-4037)도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