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마음으로
삼월 첫 주 수요일은 24절기에서 경칩이었다. 얼음장이 녹은 산간 계곡에는 북방산개구리가 알을 슬어 놓고 울어댈 때다. 그 녀석은 연못이나 논에 자라는 참개구리와 달리 외피가 까무잡잡하고 주름진 모습이었다. 보양식을 즐기는 식도락가는 식용으로도 삼는다고 들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 용추계곡이나 산 중턱 물이 고인 웅덩이에서 이즘에 흔히 볼 수 있었다.
주말부터 비가 내린 날로 시작해 며칠 지속하다가 그친 주중 수요일이다. 날이 밝아온 아침은 흐리긴 해도 그간 내리던 비는 그쳐주었다. 우리 지역은 비가 내렸어도 중부 산간에는 적설량이 제법 될 눈으로 쌓였을 테다. 한동안 가뭄이 심해 당국에서는 산불이 날까 봐 걱정이었는데 염려를 들게 되었다. 비구름을 몰아온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미세먼지를 씻어 대기는 한층 맑아졌다.
새봄이 된 평일이라 자연학교 등교와 함께 오후에는 근교 들녘 초등학교 주변에서 아동안전지킴이 임무가 주어졌다. 어제 오후에는 관할 경찰서에서 지구대와 파출소 소속 봉사자들과 함께 위촉장을 받고 직무 교육에 참여했다. 업무 담당자는 봉사자가 착용할 조끼와 모자를 배부하고 근무 수칙을 주지시켰다. 안전 구호협회 강사로부터 심폐 소생술과 심혈관 질환 예방법을 익혔다.
사실상 근무 구역에서 새봄에 첫 출근 해당한 삼월 초순 수요일이다. 창이대로에서 소답동으로 나가 김해 내외동 터미널로 가는 140번 버스를 탔다. 합성동 터미널을 출발 김해로 다니는 시외버스가 시내버스로 바꾸어 운행해 도중에 국도변 회사로 출근하는 이들이 이용하는 교통편이다. 이른 아침 출근 시간대 승객이 불어나 용강고개를 넘어간 용잠삼거리부터 입석 승객도 생겼다.
먼저 승차한 우선권으로 앉아 감이 서서 가는 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어제 창원 수목원을 둘러본 사진에서 ‘옛터 왕버들’ 시조로 운율을 맞추었다. “하늘로 솟구치며 가지가 옹글어도 / 수령을 가늠하는 나이테 둘렀을까 / 승천할 용틀임이라 연상되는 왕이다 // 창원천 천변 옛터 물길이 달라져도 / 모래흙 내린 뿌리 그대로 살아남아 냇바닥 흔적 없어도 그 자리를 지킨다”
왕버들이 자리한 곳은 파티마병원 곁 창원농업기술센터 청사 뜰인데 오래전 그곳으로 물길이 지났던 모양이었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창원천은 물굽이를 바로잡아 직강이 되면서 천변과 거리를 둔 곳에 노거수 왕버들이 자랐다. 한 수 시조 가락을 맞추는 사이 어느새 버스는 진영에 닿아 부평사거리에 내려 아파트단지를 지난 주호마을에서 주호교를 건너 대산 우암 들녘으로 걸었다.
용등을 앞둔 들판에서 농로를 따라 중포로 향하면서 길섶에 자란 쑥과 냉이를 몇 줌 캤다. 하늘은 흐려도 비는 그쳤고 먼 산꼭대기는 간밤에 내린 눈으로 희끗희끗했다. 대산까지 곧장 가면 1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를 아침나절 근교 들녘 들길을 두세 시간 걸어가려는 속셈으로 빙글 에둘렀다. 토마토나 꽃을 가꾸는 사계절 비닐하우스를 지나면서 양지 켠에 피는 하얀 쇠별꽃을 봤다.
천변에서 국도변 따라 가술에 닿아 추어탕으로 점심을 때웠다. 점심 식후 삼봉 어린이공원 쉼터에서 쑥과 냉이에 붙은 검불을 가리고 마을도서관을 찾아 잠시 머물렀다. 독일에서 신뢰받는 언론인이자 저명한 작가 마티아스 뉠케의 ‘나를 소모하지 않은 현명한 태도에 대하여’를 펼쳤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겸손은 내가 경험한 모든 가치 중에 가장 세심하며 현명한 태도’라고 했다.
오후에 주어진 임무 수행을 위해 열람실을 나와 대산파출소로 나가 함께 근무할 동료들을 대면 인사를 나누었다. 담당자가 지리를 비우면서 메모와 함께 맡겨둔 일지 첫 장을 기재하고 주남저수지에서 멀지 않은 들녘 학교 주변으로 이동했다. 한 해 동안 같은 조원으로 보낼 분은 칠십대 은퇴 경찰관으로 월림마을로 귀촌해 사는 이였다. 울 너머 하굣길 꿈나무들 얼굴은 밝기만 했다. 2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