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급성 백혈병) 투병 팔백아흔(890) 번째 날 편지, 3 (사회, 경제) - 2023년 2월 13일 월요일
사랑하는 큰아들에게
2023년 2월 13일 월요일이란다.
인류의 개인 비서가 된 챗GPT
미국 비영리연구소 '오픈AI'가 선보인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향한 전 세계적 관심이 뜨거운데, 챗GPT가 가져올 일상생활의 변화에 주목하고 산업계는 챗GPT로 인한 시장 내 지각변동에 긴장하고 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AI를 접목한 정보기술(IT) 서비스 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져 구글이 챗GPT의 대항마 격인 '바드(Bard)'를 수주일 내 공개하고, 검색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오픈AI와 협력하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2월 7일 챗GPT 기반 AI 모델을 자사 검색엔진 '빙(Bing)'에 장착했다고 전격 발표했고, 국내에는 네이버가 상반기 내 한국판 챗GPT인 '서치GPT'를 출시할 예정이라네.
챗GPT발(發) 기술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 2016년 '알파고' 이후 AI계는 어떻게 움직여왔나?
알파고의 핵심은 AI 스스로 데이터를 조합·분석해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로, 알파고로 인간 어려운 바둑문제를 AI가 풀었기 때문에 AI계에 굉장한 자신감이 쌓였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이후 이것을 다양한 문제에 적용하기 시작해 과거에는 엄두도 못 내던 글쓰기, 그림 그리기, 작곡 등을 AI가 척척 해내서 하나의 분야에만 국한된 '좁은 AI(Narrow AI)'가 아니라 여러 가지 과업을 해낼 수 있는 '범용 AI(General AI)'로 진화해 이게 요즘 자주 언급되는 '초거대 AI'라네.
전 세계가 챗GPT에 이렇게까지 환호하는 이유도 그 때문인가?
알파고는 바둑이라는 제한된 분야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챗GPT는 학생, 직장인, 주부 등 누구나 활용도가 높아 옆에 개인 비서를 둔 셈인데, 기존에도 AI 챗봇이 있지만, 묻는 말에 간단히 즉답이 가능한 정도였고, 이조차도 대화문맥을 파악못해 엉뚱한 답을 하곤 해 챗GPT만큼 성능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챗GPT는 완전하진 않아도 문맥을 이해한 대화가 가능하고, 보고서 작성, 코딩 작업 등 아주 고도화된 일을 처리한다네.
기존 AI와 챗GPT의 가장 큰 기술적 차이는 무엇인가?
초거대 AI 모델 'GPT-3'를 업그레이드해 상품화에 성공했는데, GPT-3는 '트랜스포머 알고리즘'과 '퓨샷 러닝(few-shot learning)' 기술이 적용됐는데,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은 보고서 수준의 긴 문장을 생성할 수 있는 알고리즘인데, 문장을 생성할 때 저 앞쪽에 있는 문맥까지 고려해 정합성을 갖춘 문장을 내놓는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퓨샷 러닝은 데이터가 어마어마하게 많지 않고, 양이 좀 적어도 학습할 수 있게 한 기술로, GPT-3의 다른 특징은 '생성(Generative)'인데, 기존 검색엔진은 '관악산 높이'를 검색한 뒤 그중에 내가 적절한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했다면, 챗GPT는 바로 관악산 높이에 관한 정보를 생성해주고, GPT-3에 채팅 기능을 최초로 붙인 게(GPT-3.5) 챗GPT라네.
오픈AI가 챗GPT 유료화를 선언했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기존 AI는 무언가 다른 서비스에 접목한 뒤 그 서비스 성능을 개선해 수익을 얻는데, 유튜브에 AI를 적용해 사용자가 더 관심을 가질 법한 영상을 추천하고, 적중률이 높은 광고를 노출시키도록 했고, 유튜브가 해당 AI 개발 기업에 대가를 지불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모델이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하지만, 이제는 AI 자체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는 뜻으로, 오픈AI는 챗GPT를 이용할 수 있는 응용 창을 따로 열어 사용자로부터 직접 수익(B2C)을 얻으려 하는데, 이게 아주 큰 임팩트로, 2중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진일보했다는 의미라네.
챗GPT로 일상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아직 어렴풋한 인상만 있는 것 같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가장 앞서가는 MS 서비스로 파워포인트(PPT)를 만든다고 했을 때 원래는 사용자가 직접 내용을 채워 넣고 디자인까지 해야 했는데, 챗GPT AI 모델이 적용되면, 음성 인식 기능도 조만간 추가될 것이라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그래서 말로 '최근 10년간 한중 관계에 대해 서술해줘' 하면 되고, 'GPT-4'는 말을 이미지나 영상으로 변환하는 것도 가능한데, 이 경우 '선글라스 쓰고 있는 강아지 그림 넣어줘'라고 말하면 PPT 위에 해당 그림이 올라간다네.
산업적 측면에서 AI 모델을 검색엔진 이외에 또 어떤 분야에 적용할 수 있나?
AI를 접목할 만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라면 모두 가능한데, 가전제품 시장도 최근 상황을 예의주시하는데, 이전까지는 굳이 냉장고에 성능이 불확실한 AI를 붙일 필요가 없었으나 챗GPT처럼 고도화된 AI는 사용자에게 확실한 편리함을 줄 것이기에 적용 가치가 생긴 것으로, 사용자가 AI 냉장고에 '남아 있는 재료 목록과 그것들로 만들 수 있는 음식 레시피를 알려줘'라고 했을 때 그에 관한 답을 주르륵 생성해주므로 냉장고의 상품성이 확 뛰게 된다네.
알파고와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을 처음 개발한 구글이 오픈AI에 뒤처진 이유는 무엇인가?
MS와 구글 중 누가 시장의 '절대 강자'가 될 것이라고 보나?
구글이 만든 AI 챗봇이 엉뚱한 답을 하거나 윤리 논란에 휩싸이면, 구글 이미지, 주가 등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구글은 잃을 게 많기에 초거대 AI를 개발하고도 공개 및 상용화를 주저했지만, 오픈AI는 비영리, 스타트업 형태라 잃을 게 별로 없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구글은 완성도를 높여가는 단계였는데, (오픈AI가) 치고 나오니 비상인데, 구글이 공개한 자사 AI 챗봇에 바드(시 쓰는 사람)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100% 완성이 안 된 상태로 공개하니 '이 AI가 생성하는 정보가 전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했지만, 구글이 가진 장점도 많은데, 구글은 지금까지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 90%를 점유하면서 쌓은 데이터양이 어마어마하고, 더 정교한 정보를 생성할 가능성이 크다네.
네이버가 만들고 있다는 서치GPT는 경쟁력이 있나?
서치GPT에 적용되는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는 인간 뇌의 시냅스에 해당하는 파라미터 수(2040억 개)가 있고, GPT-3보다 6500배 많은 한국어 데이터도 갖고 있어 챗GPT(1750억 개) 못지않아 당분간 국내에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국내는 페이스북 메신저나 텔레그램보다 카카오톡을 더 많이 쓰는 것처럼, 한국어 인터페이스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지만, MS나 구글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성능 면에서 네이버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는데, AI는 기계 번역에 가능하므로 이들이 자사 AI 모델로 한국어 데이터를 전부 번역한 뒤 학습하도록 할 것이라네.
국내 기업들이 초거대 AI 모델 개발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GPT, 람다 등 모델을 가져다 쓰고 그를 통해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더 낫다는 지적도 있는데.
은행이나 데이터가 새어나가선 안 되는, 보안이 중요한 곳은 국내 AI 모델을 사용하는 게 더 안전하기 때문에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른데, 내에서도 빅테크에 해당하는 네이버, 카카오 등은 개발 필요성이 있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반대로 중소기업은 어중간하게 만들어봤자 어차피 경쟁력이 약할 가능성이 커 시장의 지배적인 AI 모델을 쓰면서 그것을 적용한 다른 상품을 만드는 게 나을 수 있고, 리가 가정에서 슈퍼컴퓨터를 쓰지 않는 것처럼 초거대 AI가 필요 없는 분야도 많아 그런 곳은 한 분야에 특화된 좁은 AI를 사용하면 된다네.
향후 AI 시장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관건은 무엇인가?
우수한 인재, 방대한 데이터, 똑똑한 AI 모델 3가지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투자로, 오픈AI가 챗GPT를 개발할 수 있었던 데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대규모 투자를 끌어온 덕인데, 올트먼은 원래 'Y콤비네이션이'라는 미국 유명 투자회사에 있던 사람으로, 투자를 받아 상용화까지 한 아주 모범적 사례로, AI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측면이 큰데, 국내도 대규모 투자가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네.
사랑하는 큰아들아
아무튼, 오늘 오후 편지 여기서 마치니, 오늘 하루도 안전하고, 건강하고, 늘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며, 주님 안에서 안녕히…….
2023년 2월 13일 월요일 오후에 혈액암 투병 중인 아빠가
핸드폰에서 들리는 배경음악-[연주곡] Giovanni Marradi-Bells Of San Sebastian(성 세바스챤의 종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