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내용을 삭제하지 마세요!!
(아래 선 아래에 글을 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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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제자들은 가끔 여러명이 무리를 지어 저녁 때 우리집을 방문해 아버지의 강론을 듣곤 하였다. 그때마다
언니는 이미 대학생이 되어 자제되고 만만한 어린 내가 사과를 들고 들어가 깎아 대접하곤 하였다.
아버지를 중심으로 좁은 방에 반원으로 둘러앉아 등을 빳빳히 펴고 정좌하면 아버지는 여러 정치인 학자들을
언급하시며 내가 모르는 열정적인 어려운 강론을 하셨는데 예를 들어 그 중에 자주 언급하시던 케인즈란 어떤
사람인가 나는 늘 궁금하였다.
그들은 늘 오는 같은 얼굴들로 지금도 확실히 떠오르는데 김** 조** 하** 이** 손** 으로 꼭 부산대 정치학과에서
강의를 들었던 사람이 아니더라도 외지인으로 아버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르는 이들이 더 많았다. 위 제자들
중에 한의사는 이름을 똑똑히 기억나는데 영도에서 병원장으로 일하던 의사이름은 아무리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우스개 소리를 잘하는 김 아저씨는 아버지가 안계시면 우리에게 이 두사람들은 한국 도둑놈 서양 도둑놈이다
라며 떠들어 나는 너무 심한 말이다 싶어 그 분들 눈치를 보는데 그들은 아무렇치고 않는 듯 하여 그건 그 말을
인정한다는 것인지 지금도 이상스럽다.
아버지는 제자라며 우리집을 방문하여 얼쩡거린다고 다 제자로 취급하진 않으셨다. 그 여섯명의 제자들은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도 조용히 아버지를 따르며 애국자의 자세로 평생 성실하게 살고 있었고 아버지 이름을 들먹이며 자신의 명예를 올리려는 사람은 없었다.
하루는 아버지가 언니에게 제자들 중 한분을 거론하며 결혼을 종용하셨는데 언니는 당장, "싫어요!"라고 소리를
쳤다. 아버지는 놀래서 왜그러냐 하셨고 언니는 또 "그 사람은 촌스러워요! 얼굴도 시커멓고.." 라 답하자
아버지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셨다. 나는 속으로 아 또 언니는 된통 당하겠구나. 왜 좀 기술적으로 돌려서
답하지 못하는가 '저는 그사람을 남자로 생각해 본 일이 없어요, 시간을 좀 두고 고려해 볼게요'라 우선 적당히
둘러 시간을 벌어놓고 나서 나중에 천천히 아버지를 설득해 나가면 될 것을 매번 매를 버는구나..
예상대로 아버지는 화가 잔뜻 나셔서 반 민족적.. 부르죠아.. 이기적.. 등등의 낱말들로 한참 언니를 다그쳤지만
언니는 아버지의 서슬에 언제나처럼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앉아있었고 나는 알고 있었다. 언니는 결코 승복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부전여전 두 사람의 고집은 항상 막상막하였다.
언니는 글자그대로 천성적으로 부르죠아였던지 부산에 살면서도 자기는 서울 태생이라며 항상 속으로 콧대가
높았고 부산사람들은 촌스럽다고 내려보는 경향이 있었다. 중학교때 이사왔는데도 서울말은 깎듯이 지켜 늘
서울말만 쓰고 있었는데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 그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특별히 속으로 자신이 하는
말에 늘 긴장을 하고 노력하고 있었다는 뜻인데 그건 초인적인 노력이었다는 걸 나는 안다.
아버지가 말한 그 제자는 정말 인격으로나 실력으로나 존경할만한 사람이었는데 본시 생김은 괜찮은 분이었
지만 워낙 외모에 신경을 안쓰고 부산의 강한 햇볕에 얼굴이 타서 그렇게 보였을 뿐이라는 것도 나는 안다.
언니는 부산사대부중 2학년때 부산의 일류명문이라는 부산여고 입시에 당당히 합격했고 1학년을 다니다가 2학년
으로 올라가는 대신 부산대 정치과에 당당히 합격한 천재였는데 그만큼 밤세워 공부하는 초인적인 노력을 하는
범인에 속하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언니의 외모는 결코 상급이 아닌 평범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보였는데 이상하게도 남자들은 언니와 한두마디를
나누면 대번에 정신을 못차리고 빠져들어 그점 나는 아직까지도 최고의 미스테리로 여기고 있다. 무슨 최면술을
쓰는 것이었을까.. 내 평생 내 친구중에 그런 사람을 또 한명 보았는데 결코 미녀는 아니었는데 친구들이 그애를
데리고 자신의 남친을 만나러 가면 그 남친들이 처음보는 그녀에게 너무 빠져 자존심 상한다고 헤어진 경우도
제법 있었다.
나의 아버지와 언니 그 두 거대한 고래사이에서 나는 평생 등이 터지며 살아왔는데 그 얘기는 간단한 것이 아니라서 다음 회에 좀 자세히 써 올리겠다.
첫댓글 주변 거대 고래 싸움에 한반도가 등 터지게 생겻군요..........감사히 잘 읽고 가네요......
정확하게 보셨군요. 우리 가정의 두사람과 나와의
문제는 거대한 주변 국가들과의 이념문제 정치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싫어요 얼굴도 시커멓고.."
아마도 嚴親께서 추천하셨던 분이 水氣가 강한 분이었나 봅니다.
수기가 강한 분들이 대체로 얼굴이 검어요.
대체로 水는 방향으로는 北, 계절로는 冬에 해당하는 체질이니 검은 얼국색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수기가 강한 분들이 知的能力이 탁월한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엄친께서 사윗감으로 낙점을 했는데 언니분이 외모로 퇴자를 놓은 것 같네요.
사람의 체질도 자연을 닮아서 봄기운을 타고난 사람, 여름기운을 타고난 사람, 가을기운을 타고난 사람, 겨울기운을 타고난 사람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각자의 타고난 개성이고 취향은 각자의 몫이니 언니의 선택을 존중해야겠지요.
세월이 지나면 엄친의 말씀을 언니분이 이해를 하겠지요.
그 분은 수기가 강한 분이 맞은 것 같아 항상
진중하고 지적능력이 탁월하여 아버지가
대단히 사랑하셨지요.
언니는 丙寅일주로 활달하고 직선적이라 그를
답답하다 여겼을 거구요.
그러나 그제자들 거의 모두 그리고 아버지와
언니 다 이 세상을 뜨셨으니 세월은 무상할 뿐..
@산비탈양 無常歲月입니다.
一生一死니 겸허하게 받아드리면 그만이나 한줄기에서 뻗어난 가지이니 여운이야 가시지 않겠지요.
인간만사도 다 자연을 닮아 生長成藏하니 받아드리면 쉬우나 생에 대한 애착이 강할수록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 命을 내려놓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요.
자연이 생장성장하듯이 우리 인간도 생장성장의 循環의 반복이니 아쉬울 것도 없는데 이게 쉽지만은 않으니 문제입니다.
무상세월에 가까운 분들과 이별은 필연이고, 누구나 겪을 일이니 준비된 마음이면 인생살이가 훨씬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어요.
점심 즐기시고 즐겁고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_()_
아무튼
다음 이야기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