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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비도 내리고, 잠도 안오고...
음악은 밑천이 떨어져셔(?) 좋은 책 추천하러 왔어요^-^
워낙 마이너 취향인지라 재미 없을지도 모르지만, 시간 날 때 읽어보삼. 후후-
1.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에밀 아자르, 베일에 싸인 프랑스 작가였죠. 필명으로만 활동하면서 이 책으로 콩쿠르상을 수상했지만,
시상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죠. 작가 사후에 밝혀진 바,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
로맹 가리는 아주 유명한 프랑스 작가로 이미 콩쿠르 상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한 사람에게 두 번 주지 않는 콩쿠르 상을 두 번이나 받은 전설의 작가.
(이 책의 수상 소식을 받고 그는 작가의 문체도 구분못하는 콩쿠르상 주최측을 비웃었다죠)
참고로 그의 아내는 유명한 누벨바그 영화 <네 멋대로 해라>의 진 세버그 였습니다.
이혼 후 두 사람 다 자살로 생을 맺은 우울증 부부였죠...
<자기 앞의 생>은 '모모'라는 아이가 본 삶과 죽음, 사랑을 담담히 표현하고 있어요.
우울증에 염세주의자였던 작가의 정신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프랑스 창녀촌 뒷골목의 참담한 현실을
슬프도록 처절히 그래내죠.
모모를 맡아 키워주는 로자 아줌마, 광장에서 구걸하는 하밀 할아버지, 너무도 친절한 트랜스젠더 롤라부인..
그들과 생활하며 끊임없이 어린 소년은 삶에 대해 생각합니다.
동심을 가장해 정곡을 찌르는 작가가 잔인하게 느껴질 만큼, 눈물나게 아름답고 착한 소설.
처음으로 이 작가를 알게 해준 소설. 누구에게든 추천하고 싶은, 혹은 아무도 모르게 나만 혼자 알고 싶은 소중한 책.
한마디로 강추입니다. 다음은 소설 첫 머리에 나오는 하밀 할아버지와 모모의 대화입니다.
잠깐 작가의 세계를 맛보시라고요^-^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이 없이도 살 수 있나요?"
할아버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몸에 좋다는 박하차를 조금 마셨다... (중략)
" 하밀 할아버지, 왜 대답을 안해주시는거죠?"
"너는 아직 너무 어리단다. 사람들이 어릴때는 알고 지내는 것보다 모르고 지내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단다."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이 없이도 살 수 있나요?"
"물론 살 수는 있지."
하고 대답한 할아버지는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드는지 고개를 숙였다. 나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후략)]
2. 유럽의 교육, 새는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위와 동일 인물, 로맹가리의 첫 소설입니다.
실제 전쟁에 참전한 세대로서, 로맹 가리는 전쟁을 매우 끔찍한 일로 여기고 염세주의자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제 2차 세계대전 즈음의 폴란드 국경에서 전쟁을 지켜보는 야네크라는 소년의 성장 소설즈음 됩니다.
사랑과 희망을 배워야 할 시기에 전쟁과 총, 매춘을 배우고 그에 익숙해져 버린 아이들의 절망이 너무 가슴아파요.
어린 아이다운 무력감에 빠진 야네크와 그의 여자친구 모습에 눈물이 글썽.
그럼에도 짐승이 아닌 사람이기에 절망해선 안된다는 메시지가 강합니다.
폴란드 쪽 사람들 이름이 길어서 읽기가 조금 힘들긴 하지만, 진지하게 인간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는 책이에요.
그리고 로맹 가리가 쓴 단편집 <새는 페루에 가서 죽다>는 그의 시니컬한 면이 그대로 각 단편에 스며서,
정말 이렇게 건조하고 냉소적인 소설이 또 있을까, 싶은 책.
하지만 그 이면에 삶과 인간에 대한 작가의 깊은 사랑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장편이 힘드신 분은 단편부터 읽어보세요^-^
3. 보이는 어둠-윌리엄 스타이런
<우울증에 대한 회고>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유명 작가인 저자의 끔찍한 우울증 회고록 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삶이, 생활이 무력해져서 죽음에 가까운 절망감에 시달리던 작가는 급기야 유명한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러 가서도 난동을 부리고 자살 시도를 하죠. 그리고 두려움에 떱니다. 내가 왜 이럴까..
작가는 위에 쓴 로맹 가리, 진 세버그와 알던 사이로, 그들도 자신과 같은 우울증에 걸려 죽는 걸 다 곁에서 지켜보죠.
그리고 자신을 다잡아 우울증 치료를 결심합니다.
<보이는 어둠>이란 증상은 나타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우울증을 표현한 제목입니다.
그리고 우울증이란 병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이 책을 집필하죠.
픽션도, 대단한 체험기도 아닌 담담한 회고록임에도 매 순간 작가의 절망과 슬픔이 느껴져서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아요. 책분량도 매우 적으니 시간 날 때 한 번 읽어 보세요.
4. 향수-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으로 많이 유명한 작가.
유명한 책은 지루하다,고 쉽게 생각하지만, 이 책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망명인인 작가 자신의 체험을 반영해서 망명자의 심리를 아주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그림 한 장, 오래 전 헤어진 엄마, 우연히 마주친 타인...
오랜 시간을 뛰어 재회한 과거가 망명자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주인공 이레나와 조제프를
<참을 수 없는..>의 주인공들의 이후 이야기로 대입해 읽는 것도 재밌어요.
다음은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구절. 역시 소설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내용이에요.
[그리스어로 귀환은 '노스토스 Nostos'이다.
그리어어로 '알고스 Algos'는 괴로움을 뜻한다.
노스토스와 알고스의 합성어인 '노스탈지 Nostalsy' 즉 향수란 돌아가고자 하는 채워지지 않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괴로움이다.
...
체코어 '나는 너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는
'나는 너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견딜 수 없다.'는 뜻이다.
...
율리시스는 타지에서의 안락한 삶과 집으로의 귀환 사이에서 귀환을 택했다.
...
칼립소, 아 칼립소!
그녀는 율리시스를 사랑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페넬로페의 고통을 찬양하고
칼립소의 눈물을 비웃는다..... ]
4. 어느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팀버튼
유명 감독 팀버튼의 엽기 동화집. 그림 반, 글 반으로 한 권을 다 읽는데 오랜 시간도 안걸려요.
게다가 팀 버튼만의 해괴한 상상력에 책을 펴자마자 혀를 내두르게 되죠.
엇나가고 소외된 대상들에 대한 고찰. 혹은 우울했던 자신의 유년기를 반영한 이야기들일지도?
이미지나 글들이 그리 만만한 수준이 아니니 마음 단단히 먹고 읽으세요. 상상력의 한계를 느끼는 분들!
강추입니다.
5. 드라큘라-브램 스토커
너무나 유명한 책인데, 막상 완역판 다 읽은 분은 찾아보기 어렵더라고요.
650페이지가 넘는 책의 무게에 고개 먼저 돌리셨다면, 지금 당장 서점으로, 도서관으로 달려가세요!
너무나 매혹적인 드라큘라라는 캐릭터, 그러나 이 책엔 멋쟁이 백작은 없습니다.
철저히 반 헬싱을 위시한 반 흡혈귀 세력의 입장에서 묘사한 원조 드라큘라는 그저 추할 뿐이군요. 후후..
흔히 생각하는 호러보다는 어드벤쳐 소설 장르가 더 어울릴 만큼 이야기 내내 긴박감이 흐릅니다.
야리야리한 드라큘라 백작과 미나의 로맨스보다, 굵직한 남자들의 모험담이 땡긴다면 영화보단 이 책이 어울릴듯.
일기, 서간문 형식이라 더욱 몰입하기 좋다는 장점도 있네요.
그리고 1800년대 즈음의 영국 사회상도 곳곳에 묘사가 되어있어 쏠쏠한 재미가 있답니다.
6.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앤 라이스
뱀파이어 연대기중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고, 영화까지 만들어진 작품이죠.
작가가 여성이라 그런지 여자들이 생각하는 섹시한 뱀파이어에 대한 묘사가 일품입니다.
영화보다는 조금 더 루이스, 레스타트, 클라우디아의 심리를 알 수 있는 소설.
언제나 빛을 등지고 검은 바다만 바라봐야 했던 그들의 어두운 삶이 안타까움마저 들게 합니다.
어린 시절 뭣도 모르고 읽었다가 흡혈귀에 흠뻑 빠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죠.
7. 레볼루션 No.3-카네시로 카즈키
영화 <고>와 <플라이, 대디, 플라이>의 원작소설 작가이자 재일동포 3세로 유명한
카네시로 카즈키의 데뷔작입니다.(국내에선 <Go>가 먼저 출간됐어요^-^)
좀비, 아메바로 불리우는 공업고의 말썽꾸러기들의 생활을 세 가지 에피소드로 묶었는데,
각각이 단편소설이고 다 합쳐진 장편이기도 합니다.
화자인 '나'와 히로시, 순신, 아기날도, 야마시타...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 역시 매우 생생해서 읽는 즐거움이 커요. 죽음, 연애, 축제...
깊고도 넓은 화두를 작가 특유의 가벼운 문체로 어렵지 않게, 그러나 묵직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에요.
이 소설의 속편 격으로 나온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서 순신역을 이준기가 맡았다죠?
흐음.. 지적이고 강한 순신이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할지 궁금하네요.
(일본에서 만든 영화의 순신-V6멤버라던데-은 제 상상보다 너무 날렵해 보여 놀랐는데, 준기군은 훨씬 더!!!)
전 주인공-순신-아기날드 캐릭터 팬이랍니다. 후후-
8. 마틴과 존-데일 펙
우연히 도서관에서 박희정님의 만화책과 같은 제목이라 보게 된 책입니다. 94년 출간이니 아마도 이 책이 먼저겠지요.
만화와 비슷하게 이 책도 마틴과 존이라는 이름의 남자들이 수없이 등장해 사랑을 하고, 죽고, 이별합니다.
각각이 단편같기도 하고, 다 이어진 장편같기도 한 실험성 짙은 책이지요.
퀴어 문학 장르라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론 섬세한 심리 묘사가 너무 와닿았어요.
이반인 작가 자신의 경험과 트라우마를 고스란히 담은 이야기들..
너무 찡한 기분에 벌써 열 번 이상 읽었답니다. 아마도 박희정님도 이 책을 모티브로 <마틴&존>을 그리신 것 같아요.
이 책은 온라인에서 조차 찾기가 어렵더군요. 운좋게 찾아 읽은 전 행운아인게지요.
헌책방이나 오래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한다면, 주저말고 꺼내 먼지를 털어내고 책장을 펼치셔요.
슬프지만 아름다운 '그'들의 러브 스토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94 미국 구겐하임상 수상작이라네요^-^
[난 일 년도 넘게 너를 알아왔어.
넌 나에게 향신료가 너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요리해주고 내가 새 책을 사주면 읽지도 않아.
내가 어떤 연극이 볼 만하다고 말하면 넌 극장에 가는 대신 해변으로 나를 데리고 가지.
나는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너로부터 대답을 억지로 쥐어짜야 돼.
그런데 너는 언제나 겨우 ‘나도 사랑해’라고 말하는 게 고작이야.
너는 내게서 아무것도 가지려 하지 않고 내게 아무 것도 주지 않으려 해.
너는 내게 떠나달라고 하지도 않지만 있어야 할 이유도 주지 않아.
너는 한밤중에 땀에 흠뻑 젖어 잠이 깨면 나를 부르지.
그러면 나는 전화로 너의 우는 소리를 들어주고
너를 안아서 흠뻑 젖은 네 몸의 땀을 씻겨주었으면 하고 생각해.
나는 아직도 네 모습이 담긴 잡지와 비디오를 사서 태워 없애버려.]
9. 롤리타-블라드미르 나보코프
책보다 '롤리타신드롬'으로 더 유명한 소설..
어린 소녀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험버트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징그럽다고요? 변태라고요? 하지만 전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치명적인 소녀 롤리타, 그 얄밉고도 귀여운, 혹은 섹시한 자태에 책을 읽는 저마저도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험버트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었죠.
돌리, 돌로레스, 롤리, 롤리타- 그가 사랑하는 아이의 이름이랍니다.
세상이 금기시하는 사랑에 빠져 살인(어쩌면 우연이었을지도 모르지만~)까지 저지른 어리석은 험버트.
제레미 아이언스가 분한 험버트에 매력을 느꼈다면,
세상엔 어떠한 종류의 사랑도 가능하다 생각하는 분이라면,
어린 소녀나 소년에게 치명적 유혹을 맛 본 분이라면,
초라한 중년에게 동정심을 가진다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한동안 롤리타의 매력과 험버트에 대한 연민에서 헤어나오기 힘드실거예요.
아아- 롤리타.. 아름다운 악동
아아- 험버트.. 불쌍한 사람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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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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