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크 ]
자동차 열쇠가 사라진다…
'스마트·디지털 키'로 진화
자동차 운전자의 필수품 '키(Key)'가 사라질 날이 임박했다. 정보통신(IT)과 전장부품 기술의 발전으로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거는 자동차 키의 기능이 다른 스마트 기기에 통합될 전망이다.
자동차 키, 돌리는 방식에서 버튼 하나로
BMW 뉴 5시리즈의 디스플레이 키. / 정치연 기자 |
1940년대 후반 미국 자동차 업체 크라이슬러는 키를 돌려 문을 열고 시동을 거는 '턴키 스타터' 기술을 처음 개발했다.
이후 1980년대 초 키를 꽂아 돌리지 않아도 문을 여닫을 수 있고, 시동도 걸 수 있는 '버튼식 무선 키(Remote Keyless Entry)' 기술이 등장했다. 버튼식 무선 키는 1990년대 '이모빌라이저(immobilizer)' 기술과 결합된다. 이모빌라이저를 탑재하면 키와 차량 간 고유 암호가 맞아야 시동을 걸 수 있다.
최근 신차에 탑재되는 스마트 키는 'PASE(Passive Start and Entry)' 기술을 적용했다. 운전자가 키를 꺼내 버튼을 눌러야 하는 기존 버튼식 무선 키와 달리 스마트 키는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지 않고 문을 열 수 있다. 또 시동을 위해 키를 돌리는 대신 버튼을 누르면 바로 출발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 키는 운전석 근처에 허가된 키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고 스티어링 휠도 움직이지 않아 차량 도난을 방지해준다.
더 작고 고급스럽게…디스플레이로 양방향 통신도
재규어가 선보인 손목 밴드형 웨어러블 스마트 키인 '액티비티 키'. / 재규어 제공 |
운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스마트 키는 디자인 면에서도 더 작고 고급스럽게 진화하고 있다. 두께를 대폭 줄인 카드형 스마트 키가 대표적이다.
카드형 스마트 키는 반도체 제조 기술 중 하나인 '수지충전공정(RTM, Resin Transfer Molding)'을 기반으로 한다. 이 공정이 도입되면서 스마트 키는 두께를 기존보다 2mm 이상 줄일 수 있다. 기아차 K9에 적용된 카드형 스마트 키의 경우 두께가 3.4mm에 불과하다.
소재도 고급스러워졌다. 투박한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스마트 키는 알루미늄이나 가죽 등을 사용해 제작된다.
BMW는 스마트 키에 LCD 디스플레이와 양방향 통신 기술을 결합했다. BMW 7시리즈와 5시리즈 등에 제공되는 '디스플레이 키'는 화면으로 소모품의 교환 시기나 주행 가능 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원격으로 주차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재규어는 손목 밴드형 웨어러블 스마트 키인 '액티비티 키'를 선보였다. 액티비티 키를 차량 트렁크 쪽 재규어 로고에 가져다 대면 문을 여닫을 수 있다.
근거리무선통신 기술 활용해 스마트폰과 하나로
스마트폰을 통한 무선 키 관리 시스템. / 콘티넨탈 제공 |
미래의 자동차 키는 '근거리무선통신(NFC, Near Field Communication)'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에 통합될 전망이다.
디지털화된 가상 키를 스마트폰에 삽입하면 키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된다. 자동차 전장부품 제조사인 콘티넨탈이나 현대모비스 등은 이미 NFC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키 시스템을 개발하고 양산을 준비 중이다.
디지털 키는 운전자가 스마트폰을 도어 손잡이에 갖다 대면 NFC 수신기가 스마트폰 신호를 인지해 문을 열게 된다. 운전석에 앉아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시동 버튼을 누르면 무선충전이 시작되고, 블루투스로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결한다.
운행을 마치고 다시 도어 손잡이에 스마트폰을 대면 문이 잠긴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NFC 통신으로 주고받은 차량 상태와 주행기록, 주차 위치 등이 표시된다. 운전자는 디지털 키를 제3자가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수도 있다.
디지털 키는 현재 차량을 공유하는 '카셰어링' 서비스에 활용되고 있다. 카셰어링 이용자는 업체로부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가상 키를 전송받아 저장한다. 이후 예약한 차량에 다가가 내부 리더기와 접촉하면 신분을 확인해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다.
정치연 기자, ⓒ ZUM 허브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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