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의 모래알은 큰 화강암 바위에서 깨어져 나온 꽤 큰 돌덩어리가 개울과 강물을 타고 내려오면서 오랜 세월 동안 반복해 깨어지고 갈라진 것이다. 모래알은 크게는 2㎜에서 작게는 64분의 1㎜의 크기라고 한다. 모래알들은 큰 것은 큰 것끼리, 작은 것은 작은 것끼리 나뉘어 모인다. 이런 작용을 분급(分級)이라 한다(장순근·김웅서 저, '바다는 왜?' ). 해수욕장의 모래밭은 이처럼 작은 모래알 하나하나가 모이고 쌓여 형성된, 자연이 인간에게 준 귀한 선물이다.
모래밭을 밟으면 발바닥에서 보드라운 감촉을 느끼게 된다. 마치 자연의 '하얀 살결'과 맞닿는 기분이다. 다소 '관능적'이다. 그래서 해수욕장은 시인 정한모의 표현처럼 최소한의 옷을 걸치고 '육체가 수줍음일 수 없는 곳'인가. 소설가 김동인은 '행복'이란 글에서 해수욕장을 '젊음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7개의 해수욕장을 품고 있는 부산은 천혜의 땅이요, '젊음의 도시'라고 해도 무방하다.
오늘부터 오는 4일까지 부산지역 해수욕장 7곳이 모두 개장한다. 해수욕장은 추억을 남긴다. 피서객들이 가지는 해수욕장의 추억들 중 '나쁜 것' 한 가지를 들면, 모래찜질하다 담배꽁초와의 조우다. 심지어 닭뼈와 라면 찌꺼기도 있다. 담배꽁초와 닭뼈가 뒹구는 해수욕장에서 '파란 꿈'은 파도 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부산지역의 해수욕장은 금연구역이지만 자율 운영이라 백사장에서 담배꽁초가 사라지기는 힘들다. 야구장처럼 비닐봉투에 쓰레기 담아 모으기라도 펼쳐보면 어떨까.
연갈색 고운 모래를 손으로 비비면서 '모래의 내력'을 더듬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무수한 모래알들이 겪은 긴 시간의 흐름을 말한다. 우리네 짧은 삶에서 맺은 인연들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것 같다. 이는 손끝에 겨우 잡힐 작은 '모래알의 금언(金言)'이다. 깨끗한 해수욕장에서만 들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