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복을 꿈꾸는 로마 시저 황제가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브리타니아는 골칫거리다. 브리타니아의 골족은 마법의 물약을 먹으면 엄청난 힘을 발휘해 시저 군대가 맥을 못추는 탓이다. 그래서 시저는 머리를 썼다. 무력으로 안되니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을 결정한 것이다.
시저는‘신들의 전당’이란 브랜드의 최신식 아파트를 지어 골족들을 이주시키고 마지막 땅마저 빼앗으려 한다. 터줏대감인 골족 전사들이 건설을 방해하지만, 세계 어디에서도 재개발 저지 세력은 성공한 적이 없다. 결국 ‘신들의 전당’은 완공됐고 스투코 건물양식에 라스베가스의 시저스 팰리스를 결합한 아파트 외관에 혹한 로마인들은 분양권을 따기 위해 줄을 선다. 영화는 우리에게 한가지 재테크 교훈을 남긴다. 겉만 화려하게 지은 아파트와 휘황찬란한 브랜드명에 현혹되면 마이너스 프리미엄의 후폭풍에 큰코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성수기인 5~6월, 주말이면 각 ‘건설사 집계’ 모델하우스 방문객이 만명을 넘어선다. 인기있는 지역의 경우는 모델하우스에 들어가기 위해 30분 넘게 줄을 서야한다. 하지만 이 점을 유의하자. 좋은 아파트를 고르려면 나무보다 숲을 보는 침착하고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모델하우스는 가짜 집을 구경하면서 진짜 들어가 살 집으로 착각하게 하는 잘못된 주택관을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인 동기를 제공한 아이템이다. 2004년부터 정식 법적 용어는 ‘견본주택’. 말 그대로 샘플이란 얘기다. 당연히 조금 무리한 마케팅 수법이 동원되‘속이기’의 단계에 도달하는 경우도 있다.
신규 분양을 고려하며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사람들 대부분은 각 평형별 내부 평면관을 다니며 방 구조와 인테리어를 살피기 바쁘다. 하지만 사실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일단 가장 먼저 지도와 조형물을 살펴야 한다. 단지 배치도에서 향과 단지 내 구성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예전에는 저층과 고층별로 분양가가 달랐지만, 지금은 향과 단지배치에 따라 분양가와 프리미엄이 갈린다. 실제로 현재 분양 중인 일부 아파트 중 초역세권을 강조하며 분양가격을 한껏 끌어올렸음에도 인근에 들어설 호텔 및 주상복합 건물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입주시기가 되면 전체 입주가구 70% 이상의 조망권이 사라지는 곳도 있다.
이후 내부평면관에 들어설 때는 먼저 입구에 부착된 평면도를 머리에 숙지하고 들어가야 한다. 인테리어나 마감재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건설사가 만들어 놓은 내부평면은 아파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실내에 설치된 각종 편의시설도 기본으로 제공되는 것은 거의 없다. 분양가 상한제도가 폐지되며 기본 사양으로 제공되던 항목이 요즘은 대부분 옵션 사항이다.
대부분 모델하우스는 실내가 넓어 보이도록 거실과 방, 주방을 모두 확장한 상태인데 시각적으로 더 넓어보이게 하려고 발코니 외관과 창문 밖 풍경에 인테리어 기술을 도입한다. 일부러 소형가구를 사용해 착시현상을 유도하거나 일반 가정의 가장 큰 가구인 장롱을 배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기법이다(아무리 드레스룸이 있어도 장롱은 필요하다). 착시현상 기법은 실제로 침대에 한번 누워보면 무슨 말인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을 게다. 마감재나 면적을 다르게 하면 사기분양으로 법적 문제가 되지만, 그 외 가구나 전시용품은 실제 시공과 무관한 것이므로 이런 것들은 각 건설사 나름의 노하우가 집약된 마케팅 기법이다.
이런 기법에 일반 소비자들이 냉정하게 대처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그러니 모델하우스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다. 도리어 부담스러운 인테리어나 마감재는 이후 매매를 할 때 철거비용만 추가시킨다. 특히 모델하우스가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분양가가 올라간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과거 부산의 아파트는 비싼 모델하우스 때문에 평당 분양가가 200만원이나 올라간 사례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청약을 넣을 단지와 층을 확인한 후 교통망과 학교, 대형마트 같은 편의시설의 전체적 배치를 머릿 속에 그린 후 실제 사업현장을 반드시 방문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장에 들어설 다른 아파트 단지와 주상복합 공사현장을 보며 3년 후 입주 시점의 생활인프라를 그려보면 프리미엄의 규모를 대략은 예상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