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봉 복수초
삼월 첫날을 토요일로 시작해 초순에 두 번째 맞은 주말이다. 자연학교로 떠나는 현장 학습장을 정함에 조금 고심했다. 강가로 가느냐 산기슭으로 향하느냐는 후자로 쉽게 결정했다. 평일에는 강가로 자주 나가 주말은 산을 누빔이 맞을 듯했다. 이즈음 산자락에는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를 만나는데 올해는 지난달 두 차례 추위가 엄습해 와 예년 개화 시기와는 달라졌을 느낌이다.
봄에 완상하는 야생화 가운데 복수초와 바람꽃은 비교적 이르게 핀다. 우리 지역에서 여러해살이 초본 복수초와 변산바람꽃 자생지를 잘 알고 있다. 복수초는 여항산 산세에서 비교적 고산에 해당하는 미산봉을 찾아가야 하고, 변산바람꽃은 의림사 계곡으로 들어 가랑잎을 비집고 피어나는 꽃을 볼 수 있다. 일단 토요일은 복수초를 완상할 요량으로 진전 둔덕으로 가려 마음 정했다.
구산과 진동 방면 농어촌버스 출발지 마산역 광장으로 나가자 노점에는 봄내가 물씬한 각종 푸성귀가 펼쳐졌다. 그 가운데 이른 봄 검불을 뒤집고 새순으로 돋는 쑥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한 아주머니는 딸기를 채워 파는 대야에 쑥을 소복하게 담아 정성스레 진열해 어디서 캤느냐고 여쭈니 난포라고 했다. 그곳이라면 나도 보름께 전 갯가 검불에서 쑥을 캐 와 국을 끓여 먹었다.
정한 시각 여항산 깊숙한 둔덕으로 가는 76번 버스를 탔다. 어시장과 댓거리를 둘러 밤밭고개 넘으면서 시내를 벗어나 현동교차로에서 동전터널을 지났다. 진동 환승장에 들렀다가 옥곡마을에서 진전으로 향해 오서를 거쳐 옛길 국도 2호선을 따라 양촌과 대정을 거쳐 산골로 들었다. 기사는 골옥방에서 한동안 시동을 끄고 기다렸다가 둔덕으로 향해 나를 내려주고 차를 돌려 나갔다.
종점에서 군북 오곡으로 가는 포장된 고갯길을 따라 걸으니 현지 할머니 셋이 아침 산책을 나섰다가 되돌아 내려왔다. 산허리에서 미산령으로 뚫은 임도로 들어 간식으로 가져간 술빵 조각을 떼어 커피와 먹었다. 길바닥 자리를 털고 일어나 고갯길로 오르니 뒤에서 두 아낙이 따라왔는데 그들은 산기슭 식생을 잘 아는지 산자락에 돋는 산나물이 있을런가 싶어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두 아낙을 앞세워 보내고 임도 따라 천천히 걸으면서 길섶을 살펴도 야생화는 볼 수 없었다. 이른 봄에 피는 양지꽃은 때가 이르고 큰구슬붕이도 꽃잎을 펼치지 않았다. 열흘에서 보름은 지나야 야생화를 볼 수 있을 듯했다. 전방 시야에는 발산재를 거쳐온 낙남정맥이 미산봉에서 미산령을 거치는 여항산 암반 지대였다. 나는 고소 공포를 심하게 느껴 그곳으로 등정은 하지 못했다.
미산령을 얼마간 앞두고 산비탈로 올라 복수초 자생지를 살피니 노란 꽃잎을 펼쳐 화사했다. 한두 송이 복수초가 아닌 수십 포기가 군락을 이뤄 한꺼번에 피어 장관이었다. 임도를 걷는 이가 드물뿐더러 그곳 산기슭을 누비는 이는 더더구나 없어 내가 찾지 않으면 복수초는 세상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꽃이었다. 눈 속에도 피어 얼음새꽃으로 불리는 복수초에 눈높이를 맞췄다.
복수초가 핀 현장을 벗어나 아까 임도에서 미산령에 올랐다. 고갯마루 정자에서 남은 간식을 마저 먹고 북향 비탈로 향하니 응달에는 잔설이 남아 희끗희끗했다. 길섶에는 영아자로 불리는 산나물 자생지인데 아직 움이 틀 때가 일러 싹을 볼 수 없었다. 가파른 비탈길을 걸어 골짜기를 빠져나가니 미산마을이었다. 노부부가 곶감으로 깎는 감을 딸 감나무에 두엄을 내느라 분주했다.
미산 동구 밖에서 봉성으로 나가 함안역에 닿아 목포를 출발해 부전으로 가는 무궁화로를 타고 창원중앙역으로 왔다. 객차에서 ‘미산령 복수초’를 남겼다. “영신봉 기점에서 뻗쳐온 낙남정맥 / 발산재 뒤로 하고 무학산 향해 가다 / 여항산 미산령에서 가팔라진 산세다 // 산마루 비탈에서 가랑잎 비집고서 / 몽글한 꽃대 솟아 노랗게 펼친 꽃잎 / 잔설이 남았는데도 봄소식을 전한다” 25.03.08
첫댓글 미산령 복수초가 넘 아름답습니다. 먼길 다녀오신 보람이 있겠습니다!
선배님, 문안 감사합니다^^ 늘 건안하십시오.
ㅎ ㅎ 홀로 산행, 내 마음의 꽃밭을 찾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