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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글 마지막의 일화에 창귀가 다시 등장하죠.
그 부분만 재복붙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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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먹혀 죽은 사람의 영혼은 저승길을 가지 못하고,
'창'이 되어 '범'의 앞잡이가 된다고 하셨다.
'창'은 생전에 자신이 알던 사람들을 찾아가는데, 그 뒤를 '범'이 뒤따른다.
그렇게 '창'이 자신이 살아생전 알던 사람들의 집 앞에 도착하면
그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는데,
아주 간절히 불러서, 누구든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소리라고 한다.
깊은 밤, 그렇게 문 밖에서 누가 간절히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사람들은 '창이 저승길로 부르는 소리'라며 귀를 막았는데,
절대 대답하지 않는 것이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창이 이름을 부르는 소리는 너무나 간절하고 애절하게 심금을 울려서
대답을 하지 않고는 못배기거나,
대답 전에 이미 문을 열고 뛰쳐나가는게 대부분이라고 하셨어.
그렇게 나가면 '창'의 뒤에 숨어있던 '범'에게 홀려 먹힌 뒤에
또다시 '창'이 되는거고.
지금까지 말한 상황이 되풀이 되는 것.
'창'은 정확히 세번 이름을 부르는데,
그 세번 모두 대답을 하지 않으면, 포기하고 돌아간다고 했다. 그럼 사는 거지.
그래서 누가 밤에 부르면 세번째까진 대답하지 않고, 네번째 불렀을 때에야
아 '창'이 아니라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대답을 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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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호랑이에게 잡혀먹힌 원귀가 "창귀"인 겁니다.
중국, 인도에도 비슷한 귀신이 있다는군요.
조선 초기의 수필집 "용재총화". 고려때의 "속요담"에선 상당히 악질적인 귀신으로
묘사되는데 조선왕조실록의 피해상황을 보면 호환의 심각함을 알수 있습니다.
-태종 2년에 경상도에서 호랑이에게 물려가 죽은 사람이 수백명이라는 기록이 있고,
-중종 19년에는 황해도에서 호랑이에게 상한 사람이 40여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영조 19년에는 평안도 강계에서 20여명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으며,
-영조 28년에는 호랑이가 경복궁 후원에 들어왔고,
영조 30년에는 경기도에서 한달동안 호랑이에게 물려죽은 사람이 120여명.
태백산맥의 태백산을 중심으로 사방 200~300리 안에는 화전민이 많았고
이들의 호랑이에 대한 피해는 비일비재 였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작자미상의 "청우기담"에 이르길.
"창귀는 호식[호랑이에게 잡아 먹힌]당한 사람의 영혼으로,
감히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고 오로지 호랑이의 노예가 된다."
사로잡힌 창귀는 10명의 창귀감을 바쳐야만 호랑이에게서 벗어나게 됩니다.
때문에 호환을 당한 집안과는 혼사를 기피하기 까지 했다는군요.
사돈에 팔촌까지 손을 뻗어 아는 사람들 위주로 끌어가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희생물을 데려 오는걸 "사다리" 또는"다리"라 합니다.
어린나이에 죽은 창귀에서도 나왔듯이 이들의 가장 무서운 점은 사람 집에 "초대없이" 들어가는 것.
다른 귀신들에게 통하는 가택신들의 수호가 이 창귀에겐 소용이 없는것 입니다.
홀린 다는건 정신을 빼놓는단 건데 이게 밖에서 소리로 유인하는 정도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말려도 밖으로 나가려 하는 이상행동을 보일정도랍니다.
직접 귀신에 씌었다는 것이죠.
박지원의 "호질"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한명을 잡아먹은 호랑이의 창귀는 "굴각"
:호랑이의 겨드랑이에 붙어다니며 희생자의 부엌에서 솥을 핥으면 희생자는 심한 공복을 느껴
밖으로 나온다.[한옥의 구조상 부엌에 갈려면 나와야 하는 경우가 많음. 특히 작은 초가집들.]
-두명을 잡아먹은 호랑이의 창귀는 "이올"
:호랑이의 광대뼈에 붙어 다니며 사냥꾼이 설치한 덫,강노[호랑이 사냥용 백근짜리 쇠뇌]를
해체하고 벗겨놓음.
-세명을 잡아먹은 호랑이의 창귀는 "죽혼[혹은 육혼]"
:결정적으로 사람을 꾀어내는 역할. 호랑이의 턱에 붙어 살며 사람의 목소리로
희생자를 불러낸다. 이때 세번까지만 사람을 부른다.
사람을 많이 죽여서 창귀가 강해지는게 아니라 식인을 많이 한 호랑이 한테서 무서운 창귀가 나온다는 거.
한번 식인에 맛들린 호랑이 한마리에 인명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반대로 창귀가 호랑이를 미치게 만들어 사람을 죽이게 한단 얘기도 있습니다.
호랑이가 보름밤이나 14년이 넘게 살면 이유없이 미쳐 날뛰는데 그게 창귀가 씌어서라고.
지금도 태백산 부근에선 밤에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네번째에야 대답을 한다고 합니다.
이 이야긴 현재 여러 괴담에 응용되어 전해지죠.
또한 창귀의 특징중 하나가 슬픈노래를 부르는 것이며 사람이 슬픈노래를 반복해 부르면 귀신홀린 취급을 하고
그냥 한번 구슬픈 노래를 불러도 "창귀 들렸나, 청승스럽게..."란 핀잔을 줬다는군요.
아래는 창귀라기 보단 호환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1.
태백시 창죽 조대장터 어귀에 힘이 장사인 김씨가 살았는데 사람들은 그를 `김 장군'이라 불렀습니다.
그는 눈썹이 유난히 길었다. 옛말에 눈썹이 길면 호식(虎食) 당할 상이라 했다고 사람들이 말하니,
그는 크게 웃으며 그런 소리 말라 하였습니다.
까마귀가 몹시 울던 어느날, 김씨는 집앞 개울가에서 나무를 하다가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나 앞발로 김씨의 배를 찍어 당겼습니다.
놀라 일어난 김씨는 호랑이와 혈전을 벌였습니다..
근처에 있던 아내가 달려왔으나 너무 놀라서 떨기만 하다가 마을로 가서사람들을 불러 올려고 했습니다.
김씨는 아내에게 “사람 데리러 갈 것 없이 낫이나 도끼 아무것이나 나에게 던져만 주면 된다!”고 악을 썼지만
아내는 이미 떠난 뒤였습니다..
아내가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달려왔을 때는 이미 늦은 뒤 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곳에서 화장을 한 뒤 돌담을 치고 시루를 엎으니 사람들은 그 자리를
`장군 화장터'라고 불렀습니다..
#2
태백시 문곡동 편뜰에 살던 대(大)씨 집안의 여자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체 몇일을 보냈습니다.
집에서는 아이가 어디 아픈가 하면서도 별일은 없겠지 하며 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저녁 아버지는 장에 다녀와서 잠시 누워있었고, 어머니는 방앗간에서 보리를 찧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방문이 버석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호랑이가 나타나 아이를 눈 깜짝할 사이에 물고 갔고...
사람들이 달려갔지만 장세마골 산등 바위 위에 호랑이가 아이의 머리를 핥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돌을 던지며 소리를 질렀으나 호랑이는 아랑곳 않고 혀로 아이의 머리를 핥아 빗어서
왼쪽으로 가르마를 지어 놓어 놓고는 사라 졌습니다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화장을 하고 시루를 엎어 놓았다고 합니다.
위 이야기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시루를 엎어 놓은 무덤"이 바로 이 "호식총"입니다.
호환에 당한 사람에게 하는 특별한 장례를 "호식장"이라 하며 무덤을 "호식총"이라고 합니다.
치루는 방법은 먼저 유해가 발견된 자리 '호식터'에서 시신을 불에 태웁니다.
그 재를 돌상자에 넣어 호식터에 안치한뒤 그 위에 돌을 쌓고.
돌무덤 위에 시루를 엎어놓고 시루 정중앙 구멍에 물레용 쇠가락을 꽂아 놓습니다.
지역에 따라 식칼을 쓰기도 하고 시루의 9개 구멍에 모조리 쇠가락을 꽂기도 합니다.
재로 만드는건 그 자체로 귀신을 없애는 의미이며
돌을 쌓는건 서낭당에서 처럼 신성을 의미하는 돌무더기로 귀신을 억누르는 것이고.
동시에 접근불허의 터부를 경고합니다.
쇠가락은 "벼락"을 상징하며 제자리에서 도는 물레에 쓰입니다.
때문에 시루에 가둔 창귀가 맴을 돌다 빠져나오지 못하고 제압된다는 주술적 의미가 있습니다.
이게 창귀를 예방[혹은 퇴치]하는 방법의 하나이며 또다른 하나는
원흉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식인 호랑이를 사냥해 피해자 집안의 장손이 호랑이의 심장을 생으로 씹어먹는 것이죠.
사실상 이게 가장 확실한 해결법이자 가장 실현이 힘든 방법이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태백시 철암동 버들골 설통바우밑 화장터 등 태백에 33곳,
삼척시 노곡면 상마읍리 범든골 호식터를 비롯해서 삼척에 53군데,
정선군 북면 유천리 송천 건너 개금벌 속골 호식터 등 정선에 33곳,
영월시 상동읍 구래리 연애골 호식터 등 영월에 5곳 등..
강원도에서 경상북도 일대 산간마을에 이르기까지 파악된 곳만 해도
무려 158곳에 호식총이 있다고 합니다.[그런데 아장살이와 혼재된 곳도 많을듯...]
이 기록과 위의 장군화장터, 호식된 여자아이의 이야기는 루리웹의 백택님 자료를 인용했습니다.
그럼 이런 공포에도 왜 굳이 산간에 화전민으로 살았는가.
그 답은 이미 공자시대때 나와 있습니다.
공자왈,"혹독한 정치와 관리의 횡포, 과중한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 猛於虎)."
전래동화 같은데서 보이는 호랑이의 희극적인 모습은 호식의 공포를 희석하려는 의도라네요.
다시 장산범으로 넘어가서.
옛날부터 사람을 사냥한 호랑이가 사실은 이 와호,범, 하얀번개로도 불리우는 장산범이란
주장이 이전 글에 나왔었는데요.
이런 창귀를 만들고- 이런 원혼을 노예로 속박하고 부리는건 괴물 사이에서도 보통일이
아님.- 이용해 희생자를 늘리는건 애초에 보통의 고양이과 맹수가 할수없는 일이란 것이죠.
'93세 할머니가 겪으신 이야기'처럼 시냇물 소리와 친구 어머니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내는 것도 창귀의 능력으로 보이는데 호랑이에게 이런 힘이 있다고는 믿을수 없다는 겁니다.
이 사람 잡아먹는 '범'과 호랑이가 다르단 주장은 결국 "율곡 이이 이야기의 범은 장산범",
"백호도의 백호도 장산범"이란 가설들로 확대됩니다.
이렇게 무수한 이야기가 난무하던중 주목을 끄는 주장이 등장합니다.
"북청사자 놀음"의 사자가 장산범 이다.
요염함은 없지만....
이제껏 다룬 글에 계속 강조 되어온 "전신을 덮은 길다란 흰색 털".
빛을 내는, 옛 표현으론 화등잔 같은 두 눈이 이 북청사자에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눈 자세히 보시면 술을 달아놓았네요.
이 북청사자놀음 이란, 중요무형문화재 15호로.
함경남도 북청군에서 정월 대보름에 사자탈을 쓰고 놀던 민속놀이로, 사자에게는 사악한 것을 물리칠 힘이
있다고 믿어 잡귀를 쫓고 마을의 평안를 비는 행사로 널리 행해졌다.
....삼국시대 이래 민속놀이로 정착된 가면놀이로..... 음력 1월 14일 밤에 장정들의 횃불싸움으로 시작되어
15일 새벽까지 계속되었고, 16일부터는 초청받은 유지의 집을 돌며 놀았다.
.....사자가 안뜰을 거쳐 안방과 부엌에 들어가서 입을 벌려 무엇인가를 잡아 먹는 시늉을 하고,
다시 마당에 나와 활달하고 기교적인 춤을 추는데 이때 주인의 청에 따라 부엌의 조왕과 집안에 모셔 놓은
조령에게 절을 한다.
.....아이를 사자에게 태우면 수명이 길어진다 하여 사자에 태우기도 하고, 장수를 빌며 오색포편(五色布片)을
사자몸에 달아주기도 한다. 집집마다 돌며 거둔 돈이나 곡식은 마을의 장학금, 빈민구제, 경로회비용 및
사자춤비용 등에 사용한다.
라는군요.
현재는 다양한 색의 털빨을 자랑하는 북청사자 이지만 오리지널은 사진처럼 순백색 이라고 합니다.
결국 사람을 해치지만 실재로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하얀번개 장산범이 신격화되어
사자놀음의 모델이 되었지만 그게 잊혀지면서 불교의 사자란 이름으로.
창귀는 호랑이와 관련되어 현재에 전해졌다는 것이죠.
장산범 관련글 중엔 이빨이 촘촘하단 얘기도 있었으며.
일제시대 호랑이와 함께 이 장산범도 많이 잡혔단 소리도 있습니다.
SBS생방송 투데이에도 나왔는데 전 뭘 설치하라기에 안봤습니다...[컴맹은 이런 설치하란
소리가 두렵습니다.]
http://wizard2.sbs.co.kr/w3/template/tp1_netv.jsp?vProgId=1000537&vVodId=V0000338038&vMenuId=1010900&uccid=10001394313&st=0&cooper=NAVER
참고로 장산범의 사람을 홀리는 능력이 호랑이의 저주파와 비슷한거 아니냔 말이 있어
검색해 봤더니.
호랑이는 울음소리만으로도 상대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호랑이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내는 초저주파는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사람이나 동물의 근육을 진동시켜 얼어붙게 만든다고 합니다.
미국의 동물 음향학자인 무겐탁러는 호랑이 스물네 마리를 대상으로 으르렁거리는 소리,
씩씩거리는 소리 등 호랑이가 내는 모든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이 소리들을 분석한 결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인 20Hz~ 20,000Hz 의 소리와 함께
18Hz 이하의 초저주파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소리는 주파수가 낮을수록 더 멀리 전파되며,
호랑이의 울음소리는 멀리 떨어진 숲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 란 내용이었습니다.
뭐, 호랑이란 맹수 자체도 영물 소리 들을만 하다는거.
장산범은 어디선 미스터리 미확인 생물로, 어떤데선 그냥 괴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결국 최종판단은 읽는 사람의 몫입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리며
약간 길었던 장산범과 창귀 이야기를 마칩니다.
첫댓글 좋은 내용 잘읽었습니다. 현재 네이버에서 연재중인 웹툰인 호랑이 형님에 창귀가 나와서 궁금하던 차였는데 궁금증이 많이 해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