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곳곳에서 떠들썩하게 진행되던 주택재개발사업 대부분이 장기 경기침체 여파로 표류하다 최근 사업 취소 시도까지 나오는 등 거꾸로 가는 모습도 보이면서 주민들의 혼란과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24일 울산시와 지역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중구 B-09 주택재개발구역(반구동 일원)의 정비구역을 해제했다. 이 구역은 지난 2008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됐으나, 주민들 사이에 재개발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려 조합이 설립되지 못했다.
정부가 2012년 토지 소유주 등의 과반 이상 동의가 있을 때 재개발을 해제할 수있는 한시법을 도입하자, 이 구역은 토지 소유자 825명 중 428명의 동의를 얻어 시에 정비구역 해제를 신청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중구 B-03(우정동), B-08(학성동) 등에서도 정비구역 해제를 추진하는 등 최근 울산에서는 사업을 진행하기보다 철회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때 주택재개발사업은 주거환경 개선과 재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도시 낙후지역 주민과 개발업자들 사이에 대세로 인식됐다. 울산만 하더라도 사업이 본격화된 지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51곳이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때마침 닥친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국내 부동산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사업성이 급락했다.
이 같은 상황이 10여 년 가까이 이어오면서 사업 예정지는 슬럼화되고 재산권 제약이 따르면서 주민과 사업자, 지자체 모두에게 골칫덩이가 됐다.
실제로 51개 재개발 예정구역 가운데 사업이 완료된 구역은 단 1곳도 없다. 남구 B-08, 중구 B-04(북정·교동)와 B-05(복산동) 등 3곳에 조합이 설립된 것이 전부다.
하지만 막상 사업을 접으려 해도 쉽지 않아 주민들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책임 공방과 함께 그동안 투입된 매몰비용 처리 문제 등이 대두되면서 소송전에 휘말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무엇보다 건설경기 부진이 가장 걸림돌"이라며 "게다가 넓은 마을 단위의 단독주택지를 대상으로 하는 재개발의 특성상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