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절에도 일찌감치
전을 부치고 송편을 빚으며
추석 맞이 준비에 분주합니다
우리 나라 집집마다 가족들간에
웃음꽃을 피우며 안부를 묻고
자식들 자랑에 가슴에 묻어 둔
지나간 이야기들이 한참일 시간입니다
절에서는 부처님 전에 마지 올리고
절에 웃대 어른 스님들 각령과
영단에 모셔진 영가님들을 위해
합동으로 차례를 올리며
한해 동안 보호해 주심과
무탈하게 지냄을 감사드리고
각자 맡은 역할을 더욱 열심히 하리라
다짐할 것입니다
어느 무리들은 우리 불교를
좋지 않은 말로 가리킬 때
영단에 위패를 모셔 놓은 것을 보고
귀신들의 종합 청사라 한다는데
그 말을 들으면서 빙그시 미소 짓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절에서 모시는 돌아 가신 분들은
영가라는 점잖은 말이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귀신이라는 분들은
자손들에게서 명절이나 제삿날에
밥 한그릇 못 얻어 자시는 분들이
어쩔수 없이 절에서 지내는 제사에는
유주 무주 애혼 고혼들을 다 청하다 보니
자기네 조상들이 모두 절에 가셔서
밥 한그릇에 차 한잔 드시고
배고픔과 목마름을 쉬시는 것을
모르는 까닭에 하는 어리석은 말일 것입니다
요즘 하도 종교적인 문제로
이렇쿵 저렇쿵 말들이 많은데
자기네 조상님들이 절에 가셔서
끼니를 때우시는 줄은 모르고
귀신들의 종합 청사라고 하며
남의 나라 귀신들을 떠 받드니
자기가 자기 부모에게 행한대로
자식에게 고스란히 받는 것을 알면
어서 빨리 절에 와서
부처님전 귀의하고 영단에 삼배 올린 후
자기 집으로 모셔 가야 하는 귀신들입니다
우리야 어차피 밥과 국 한그릇으로
일체 중생을 먹여 살리는 가피가 담긴
변식진언과 감로수진언 유해진언
일자수륜관진언 출생공양진언 정식진언 등이 있어
한량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배고픔과 목마름을
달래주는 법식이 있으니
아무리 많이 오셔도
대접이 소홀할 리가 염려 없지만
그저 말이나 노래로 몇마디 하는 것은
입맛만 다시다 끝나기 쉽상입니다
경전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어제 밤에
만년이라는 아귀를 만났사온데
몸은 아주 깡마른 나무처럼 말랐고
더러운 얼굴에 불은 활활 타고 있었으며
목구멍은 바늘 구멍 같았고
손톱과 터럭이
길고 날카로운 모양을 해가지고
저에게 윽박지르며 하소연하기를,
그대는 3일 후에 죽어
우리같은 아귀 귀신이 될 것이나
항하사처럼 수많은 아귀들을
배불리 먹게 해 주면
그 공덕으로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 아귀의 말을 모두 믿지는 않지만
보통 사람은 어떻게 하면
그 액난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라고 여쭙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아란아, 너는 조금도 걱정하지 말아라.
'무량위덕자재광명승묘력변식진언'
이라는 다라니가 있으니
음식을 깨끗한 소반에 차려 놓고
이 주문을 일곱 번 외우면
그 음식이 수없이 많은 그릇으로 변해서
아귀들이 모두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배도 부를 뿐만 아니라
그 아귀들은 모두 천상에 태어나리라."
고 하셨습니다.
아란 존자는 부처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하였고,
그 날 고통받는 아귀들이 다 천상에 태어났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진언이 우리가 매일 마지를 올리고
요령을 흔들면서 하는 염불 가운데 하나인
무량위덕 자재광명 변식진언입니다.
'나막 살바다타 아다 바로기제
옴 삼바라 삼바라 훔.'
부처님께 마지 한 그릇 올려놓고, "시방세계에 모두 계시는 수많은 부처님,
모두 오셔서 잡수십시오." 라고 말하면 모자라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변식진언을 하면
부처님 천 분이 오시면 천 그릇이 되고,
만 분이 오시면 만 그릇으로 변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분이 오셔도
모자라는 일이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부처님 전 올린 변식진언을
영단에도 올려 모시는 것으로
일체 영가들에게
법의 음식 공양을 베풀어 드리고 나니
부처님 말씀대로 한 아란 존자는
삼일이 지나고도 아무 탈없이
40년여년 동안 건강하게
부처님을 정성껏 시봉했습니다.
불교에서의 시식은
이런 인연이 있어 생긴 것입니다
일단은 그렇게 배부르게 드시게 하고
좋은 법문을 해서
극락에 보내 드리는 의식을 가리켜
법식이라 하니
밥을 자시는 것과 함께
부처님의 법문을 들려 드리는 공덕으로
이고득락을 하시도록 하는
거룩한 의식입니다
산 사람들도
얻어 먹고자 온것을 그냥 쫓아내면
악담을 하고 오히려 해코지를 하는데
귀신이야 더할 나위 있겠습니까?
이번 추석에 가실곳 없는 영가들은
대자대비의 부처님 도량으로 가셔서
평등하게 나누어 드리는
불법의 미묘한 공양 잡수시고
고통스런 세상을 벗어나셔서
극락 세계에 왕생하여 가시기를 기도합니다
추석 제사에 우리 불자님들
변식 진언 칠편만 올려 모시십시요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