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 일찍 가족여행을 떠납니다. 대구서, 구미서, 수원서, 인천서 4남매가 각각 출발하여 인천서 만납니다. 15년 전 어머니 칠순잔치를 마치고 새로 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안면도, 서산, 당진 등 서해안을 2박3일 돌아다닌 게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매년 여름, 선친과 어머니의 생신 즈음에 우리 4남매가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여행을 떠난 게 선친 와병 때 한 번을 제외하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충청도, 전라도, 경남, 강원도, 여기저기 다녀보았지만 경기지역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경기지역은 제가 다녀본 곳도 많지 않아서 준비하는데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02년 첫 여행 때부터 지금까지 여행계획은 제가 다 짰거든요. 주 목표지가 결정되면 인근의 갈만한 곳, 볼만한 것, 먹거리를 찾아보고, 물어보고 책을 보고 후보지를 선정 후 동선을 고려하여 초안을 만듭니다. 메일로 가족들에게 공유하고 추가 의견을 들어 보완 후 확정하게 됩니다. 가장 어려운 것이 숙소를 정하는 일입니다. 휴양림이 좋긴 한데 1달 전에 예약 신청하여 혹 안 되면 답이 안 나옵니다. 그래서 2안, 3안을 만들어 두어야 하니 머리 아픈 일이지요. 올해에는 동생이 인천교직원수련원 숙박을 신청하여 당첨이 되었기에 공짜에 가까운 싼 가격에 편안히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할 일입니다.
여행을 다니며 보고 느끼고 즐기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크지만 제게는 준비하는 과정이 참으로 즐겁고 행복합니다. 우리나라, 이 지역에 이런 곳이 숨어 있었구나, 가족들이 이런 곳을 더 좋아하겠지, 알아가는 재미, 고민하는 즐거움이 큽니다. 육해공군을 골고루 섞은 식단-비록 사 먹는 거지만-을 짜는 것도 힘들면서 재미있는 일입니다. 여행 시작 초기에는 네이버 지도 같은 것이 없었기에 도로전도에서 여행지역 지도 위에 기름종이를 얹고 동선을 따라 그린 후 스캔하여 가족들에게 메일로 보내고 출력하였습니다. 몇 번 국도로 가다가 어디서 몇 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어디로 가서 또 어디로... 거미줄 같은 도로망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우리 가족들이 다 알 수 있게 말로 풀어 썼었습니다. 행선지별 이동거리는 도로전도에 표시된 지역별 거리를 합산하여 표기하였습니다. 네이버, 다음지도 서비스가 시작된 뒤엔 한결 편해졌지요. 행서지에 대한 사전 지식을 정리하는데도 네이버, 다음박사가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여행 안내서적도 참고를 많이 하였는데 나중에는 아동용 도서를 더 많이 참고했습니다. 간결하게 핵심 포인트만 쉽게 안내해주니 파악하기가 한결 수월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지난 세월이 15년입니다. 계획을 잡느라 해당 지역의 자료를 찾다보면 그리 넓지 않은 한반도임에도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모르는 곳이 참으로 많구나 싶습니다. 그래서 해외여행보다는 국내여행에 집중하고 있고, 은퇴한 직후, 11년 전 퇴직할 때 구상하였던 1달여의 한반도 해안 따라 여행하기를 실행하는 것을 제 버킷 리스트 상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보는 만큼 알게 된다는 말에도 동의합니다.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마음이 있어야 보이고 들린다는 말에는 더더욱 공감합니다. 젊은 시절에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회사에서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만 그땐 자연도, 고적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감동을 크게 주지도 않았습니다. 도심에서 장소만 옮겼다 뿐이지 함께 하는 이들과 공유하는 시간, 나누는 대화, 주고받는 술잔이 의식의 대부분을 잡고 있었음을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환경연수원에서 자연, 환경 관련 교육을 받고 나서부터 말입니다. 구미문화원에서 향토문화해설사과정 교육을 듣고 난 후부터 말입니다. 어쩌면 나이 들면서, 시간 여유가 좀 생기면서 자연과 문화재에 관심이 생긴 후라 교육 수강을 하였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라 느낍니다. 그러니 결국 마음이 있어야 보이고 들린다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 거라 생각합니다. 언제나 거기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철철이 얼굴을 바꾸어 다양한 모습으로 언제나 반기고 자신의 내밀한 속살을 보여주는 자연이 주는 푸근함, 아름다움을 이제야 느끼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선현의 숨길, 손길을 느끼게 해주고 현실을 돌아보게 해주는 문화재의 존재가 이제야 제 가슴에 크게 자리 잡았습니다. 아직도 모르는 게 많지만 관심을 기울이니 더 많은 자료, 책을 보게 되고 관심이 더욱 깊어집니다. 그래서 은퇴 후 하게 될 버킷 리스트에 두 가지를 추가합니다. 경북 문화관광해설사 과정 수료 후 해설사로 활동하기, 숲해설사 과정을 수료 후 숲지킴이, 숲해설사로 활동하기가 바로 그것들입니다. 나이 더 들어 하고 싶은 일이 늘어나니 그만으로도 행복한 일입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가족여행은 많은 곳을 돌아보기보다는 휴식에 더 큰 방점을 찍고 자연을, 역사의 현장을 여유로이 돌아볼 것입니다. 빽빽하게 채운 일정, 행선지 중 상당수는 과감히 생략할 것입니다.
집 가까이에 언제나 찾을 수 있는 자연이, 풀과 나무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축복입니다. 금오산 올레길
http://blog.naver.com/bornfreelee/221066175076
어머니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수목원이 있다는 것은 더욱 큰 축복입니다. 대구수목원은 언제 가도 멋진 곳입니다.
http://blog.naver.com/bornfreelee/221063978265
어느 날 하루는 여행을(모셔온 글)====================
어느 날 하루는 여행을 떠나
발길 닿는 대로 가야겠습니다
그날은 누구를 꼭 만나거나 무슨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의 짐을 지지 않아서 좋을 것입니다
하늘도 땅도 달라 보이고
날아갈 듯한 마음에 가슴 벅찬 노래를 부르며
살아 있는 표정을 만나고 싶습니다
시골 아낙네의 모습에서
농부의 모습에서
어부의 모습에서
개구쟁이들의 모습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알고 싶습니다
정류장에서 만난 사람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고
산길에서 웃음으로 길을 묻고
옆자리의 시선도 만나
오며 가며 잃었던 나를 만나야겠습니다
아침이면 숲길에서 나무들의 이야기를 묻고
구름이 떠가는 이유를 알고
파도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저녁이 오면 인생의 모든 이야기를
하룻밤에 만들고 싶습니다
돌아올 때는 비밀스런 이야기로
행복한 웃음을 띄우겠습니다.
-----용혜원
첫댓글 벌써 입추네요. 예년보다 더 찌는 무더위에 잘 지내고 계시죠?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에,
언젠가 이장균 문화관광해설사님의 가이드로 경북지역 문화재순례 기회가 기다려집니다. ^^
예... 그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리고... 제게는 올 더위가 예년보다는 훨 덜한 것 같은데요.
차 에어컨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출장 여행 많이 다니느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