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니아 피나타(Boronia pinnata.)
'보로니아 별'이라 한답니다. 꽃이 별 모양이란 거지요.
오스트레일리아 원산이며
상록 저목 또는 소저목으로 분류되구요.
물을 꽤 좋아하고 또 봄을 참 좋아하여
핑크빛 꽃망울을 봄날 내내 머금어요.
곁님과 함께 화원을 둘러보면서 나는 늘 따라만 다닙니다.
세심히 딱 하나만 고르겠다는 일념으로...
나는 철저히 야생의 뜰밖 체질이라서
분화盆花는 둔하고 원예는 멍하며 절화는 맹해요.
곁님은 여자에요.
아기자기하고 아리잠직하고 아리땁고 아까운 것을 탐하는 한편
늘리고 불리고 덧대는 생산성을 더 좋아해요.
어제가 곁님 생일이었는데 벌써 선전포고하여
딸 건식족욕기 아들 자전거운동기구로 이미 택배 받았죠.
나는 모른 척하고 아침부터 도담마을 울타리를 물샐틈없이 단속하고
점심에서야 끄덕끄덕 들어왔답니다.
울타리는 왜냐구요?
ㅋ 언덕 너머 뒷마을 수캐 한 개 때문입죠.
시베리아허스키를 땅콩껍질만큼 타긴 갠데
낮이고 밤이고 우리 나루 뒤켠 펜스를 살다 가요.
요새 젠더갈등이다 뭐다 허는디
그제까지만 해도 난 페미니스트였고
어제까지만 해도 난 페밀리스트 전향자가 확실한데
오늘 기꺼이 두 갤 통합하기로 했답니다.
그렇다고 갈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닙죠.
해 나면 나막신 안 팔리고 비 오면 미투리 안 팔린다고
하늘의 아들이 짠했다 땅의 딸이 가엾어지고...
암캐와 수캐가 좋아서 저리 난리부르스건만
대문 아래, 울타리 밑을 꽁꽁 닫고 핀을 촘촘 꽂아요!!
요샌 개가 촌에서도 식은밥입디다.
사람들 시선도 달라졌고, 풀어놓으면 안 되며,
다라이 째 장에 내다 파는 모습도 본지 오래 됐어요.
몰라도 어느 날 빈집이 된 혼밥혼술 개가 오로지 수캐짓 만의 목적이 아니라
새 주인과, 도담한 언덕 위와, 흰 집과, 남아도는 개밥그릇과, 기가 막힌 개화단에 오!
저리도 우람하고 예쁜 여자친구까지 살고 있다니! 애달아서 한 시도 맴 내려놓지 몬하고
저러시는 것이라 이 남자 이 늙은이 몇 날 며칠 곰곰해지는 것이랍니다.
택배 아자씨가
"근데 요새 대문을 꼭꼭 닫아놓으시네요?"
"잉, 수캐가 와싸서..."
"큭, 요새 워디나 수컷들이 문제네요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