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면 이름을 짓는다. 그리고 출생신고를 하게 되고 그 이름으로 평생 살다가 죽어서도 비석에 남게 된다. 이름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요즘은 아이가 잉태하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으나 부모는 이름을 짓는 것을 태명(胎名)이라고 한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 갖는 이름을 초명 또는 아명(兒名)이라고 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집에서 부르는 이름과 학교 등 밖에서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잘 아는 지인 중에 어릴 때 아명이 ‘은희’였는데, 호적에는 ‘옥순’이어서 60평생을 옥순이로 살았다. 그런데 최근에 연로한 어머니가 어릴 때 이름을 갖게 해주는 것이 죽기 전 소원이라 해서 원래 아명인 ‘은희’로 개명을 했다. 노모가 너무 좋아 하셔서 어머니 소원을 풀어 준 것 같아서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한다. 요즘 개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금융기관 등등 행정적인 서류를 모두 신고하고 바꾸어야 하는 것이 어렵고 귀찮다.
과거에는 성년이 되면 이름 대신에 자(字)를 지어서 부르는데 당당한 성인이 되었음을 나타내는 이름이다. 자는 실제 이름 대신 부르는 호칭이라 할 수 있다. 옛날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웬만큼 글자를 아는 사람은 성명 외에 자와 호를 가졌다. 이름 대신 쓰는 자(字)의 경우는 그런 제약에서 벗어나 친구 사이거나 아는 사람끼리 터놓고 부를 수 있는 호칭이었다.
요즘 ‘아호’라는 말을 많이 쓴다. 대부분 사람들은 어릴 때 지은 호라고 생각해서 ‘아이 兒’자가 들어간 아호(兒號)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아이하고 전혀 상관없다. ‘아호(雅號)’라고 하는데 ‘맑을,우아할 雅’자에 ‘부를 號’자이다.
성인이 되고 학문을 갈고 닦아 관직에 나아가면 그 위치에 어울리는 이름을 다시 지어 관명(冠名)이라 한다. 벼슬도 높아지고 중년이나 노년이 되면 호(號)라 하여 또 다른 이름을 사용한다. 사용시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호(號)는 자호(自號)라고 하며, 다른 사람의 호나 특히 존경하는 윗사람의 호는 호라고 하면 실례가 되고 아호(雅號)라고 한다. 자기 자신의 호를 아호(雅號)라고 하는 것도 실례가 되는 것이다.
요즘 아호(雅號)는 문인, 학자, 예술가 등이 본 이름 외에 따로 지어 부르는 이름을 칭하는 데 글자그대로 ‘맑고 우아하게 부른다’는 뜻이다. 아호는 과거는 스승이 제자에게 지어줬으나, 요즘은 본인이 짓기도 하고 자주 어울리는 지인들이 지어주기도 한다. 요즘 호는 제2의 이름으로 가능하면 자신이 짓는 것이 좋다.
요즘 젊은이들은 닉네임(별명) 같은 것을 쓰고 있다. 불교에서는 법명, 기독교 천주교에서는 세례명, 컴퓨터 PC통신에서도 I.D가 있고, 서양에서도 애칭(영문 이니셜 등)을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어른의 이름을 존함이라 하여 함부로 부르지 않았다. 아호는 옛날에는 주로 양반 계층에서 썼고, 조선 말기부터는 평민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아호를 짓는 방법은? 가능하면 두 글자의 문자로 인생관 좌우명이 들어가고, 겸손한 문자로 하되 자연의 글자가 들어가면 좋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르기 쉽고 듣기 좋아야 한다. 그리고 호는 여러 개 지어서 적절히 사용해도 좋다. 호를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은 김정희 선생이다. 추사(秋史)라는 호외에도 호가 100개도 넘어 백호당이라는 호가 생겼고, 평생 동안 사용한 호는 503개 이었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호를 보면, 당호(堂號)는 거하는 처소의 명칭을 인명대신 부르는 호칭으로 신사임당의 사임당, 정약용의 여유당 등이 있다. 그리고 시호(諡號)는 어느 인물이 사후에 세운 덕을 칭송하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내리는 호칭으로 충무공, 충장공 등이 있다. 묘호(廟號)는 왕이 사후에 그의 공덕을 칭송하여 종묘에 신위를 올릴 때 쓰는 칭호로 세종, 선조 등이다.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다른 호는 성행되지 않고 성명(姓名)과 아호(雅號)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호라는 말 대신에 필명(筆名, pen-name)이라 일컫기도 한다. 하는 일이 잘 안 풀리고 답답할 때에 멋지고 꿈과 희망이 솟아나는 좋은 아호(雅號)를 지어서, 임인년 새해는 새로운 각오와 희망찬 새 삶이 각자 일취월장하길 기대해 본다.
첫댓글 글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얘기도 넣어주셔서 감사하구요~^^
호를 아호(兒號)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은희님의 개명을 계기를 보고 쓰게 되었지요...ㅎㅎ
다음번엔 각자의 호를 자랑하는 자리를 마련해볼까요? ㅎㅎ
아직 호가 없으신 분은 이 기회에 한번 만들어도 보시고^^
다음 월요편지는 서각반 호를 소재로 해 볼까요?
잘 읽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상옥샘...
지난번 졸업때보니 보니 완정 연출가 시더군요,...ㅎㅎ
부끄부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