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임진왜란의 징조, 사량진왜란

[고사리]

수필가 고병균

수필 임진왜란

1-04 임진왜란의 징조, 사량진왜란

청심 고병균

사량진왜변(蛇梁鎭倭變)은 1544년(중종 39) 사량진에서 일어난 왜인(倭人)들의 약탈 사건이다. 당시의 사량진은 오늘날 통영시 원량면 진리(욕지도진리)로서 오늘날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량면사량도의 사량진과는 다르다.

삼포왜란 이후 임신조약을 맺고 왜인의 행동을 제약했으나 왜인들과의 충돌은 그 후에도 여전히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사랑진 왜변이 발생한 것이다. 임진왜란 48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다. 임진왜란을 알리는 징조였다.

조선 정부에서는 임신약조를 파기하고 왜인 내왕을 금했다.

일본은 대마도주를 통해 국교를 요청해 왔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존재이다.

조선은 왜인들을 행하여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국왕사(國王使)의 통교만은 허용했다. 이로써 영봉선 무역(迎逢船貿易)도 자동으로 허용되었다. 영봉선이란 인물재수선(人物載輸船) 또는 인선(人船)이라고도 하며, 우리나라에 온 국왕 사신이 돌아갈 때 이를 마중하러 오는 선박이다.

일본 국왕사가 다녀가면 우리나라에서 쌀이나 생활용품 등 물화를 구입해 영봉선으로 수송한다. 그 양이 점차 증가하여 영봉선의 수효가 많아지고 결국 삼포왜란 이전이나 다름없이 되었다.

또 백제의 후예라는 대내전(大內殿)과 왜구 금지에 공이 많은 소이전(小二殿)의 요구를 조선에서는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다른 무역도 부분적으로 허용되었다.

1547년(명종 2), 정미약조를 맺고 국교를 허용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세견선(歲遣船) 25척은 대선 9척, 중선·소선 각 8척으로 하고 각 선의 인원수를 초과하면 유포량(留浦糧)을 반감한다. 수도서인(受圖書人)과 수직인(受職人)의 선척도 이에 준한다. 여기서 수도서인(受圖書人)은 외국인으로 국내 출입 증서를 받은 자이고, 수직인(受職人)은 외국인으로서 관직 사령증을 받은 자이다.

② 선상집물(船上什物)은 일절 지급하지 않는다.

③ 가덕도 서쪽에 도착하는 자는 적왜(賊倭)로 규정한다.

④ 50년 이전의 수도서인과 수직인은 접대하지 않는다.

⑤ 밤에 여염(閭閻 : 백성들의 살림집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횡행하거나 삼소선(三所船)을 타고 여러 섬을 몰래 다니는 자, 칡을 캔다고 산에 올라 돌아다니는 자도 영구히 접대하지 않는다.

⑥ 모든 약속은 진장(鎭將)의 명령에 따를 것이며, 위반 사실이 크면 3년, 가벼우면 2년간 접대하지 않는다.

정미약조는 세견선의 선형(船型)과 벌칙까지 규정한 몹시 까다로운 약조였다.

일본인들이 이 규정을 제대로 지킬까? 인심 좋은 조선의 관리들이 그 규정을 지키는지 제대로 감시할 수 있을까? 규정을 위반한 일본인에 대하여 적절하게 제재를 가할 수 있을까? 조선의 왕과 대신들이 규정을 어긴 저들에게 제재(制裁)를 가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조선을 일본이 깔본다. 언제라도 침략할 틈을 노린다. 그리하여 1555년(명종 10년)에 전라도 달량포 해안으로 침략해 왔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는 이웃 나라이다. 그러나 침략 근성이 강한 나라이다. 이런 나라에 대하여 어떻게 해야 할까? 침략하지 말라고 타일러야 할까? 어림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힘을 길러야 한다. 군사의 힘, 외교의 힘, 경제의 힘 등 힘을 기르는 일이 나라를 지키는 지름길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들의 침략 근성을 없앨 수는 없다. 그것을 우리나라에 이롭개 이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지혜를 모아야 한다.

조선 개국 이래 일본과 맺은 조약이 몇 차례 있었다. 어떤 조약일까? 참고로 정리한다.

첫째 계해조약이다.

1443년(세종 25년)에 대마도와 체결한 협정이다.

대마도 정벌은 3차례 있었다. 제1차 정벌은 1389년(고려 창왕2) 박위가 이끌었고, 제2차 정벌은 1396년(조선 태조5년)에 있었으며 제3차 정벌은 1419년(세종1년)에 이종무가 이끌었다. 이 정벌을 기해동정(己亥東征)이라고도 한다.

둘째 임신약조이다

삼포왜란 이후 1512년에 대마도주와 체결한 약조이다.

셋째 정미약조이다.

사량진왜란 이후 1544년에 대마도주와 체결한 약조이다. 남해안에 출몰한 왜구를 토벌한 후 단절된 국교를 재개하려는 조약이었다.

넷째 기유약조이다.

임진왜란 이후 1609년에 명나라와 일본 사이에 맺은 조약으로 조선은 배제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일본의 에도막부와 맺은 국교 정상화 조약이다.

다섯째 조일수호조규이다.

1876년 2월 27일에 체결된 조약이다. 학창 시절에는 강화도수호조약이라고 배웠는데, 요즘에는 강화도조약 강화도늑약이라고 한다. 일본이 조선을 빼앗으려는 의도로 맺은 강제 조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