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내가 처음 만난 날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요?” 1942년 6월12일자 ‘안네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했다. 이 날은 안네의 열 세번째 생일. 그러나 안네는 12일자 내용을 이틀 뒤에 썼으므로 정확히 말하면 14일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한 셈이다.
극심한 불안과 갈등, 또래 소년에 대한 사랑과 꿈을 담아내던 어린 소녀의 일기는 2년이 조금 지난 1944년 8월1일자에서 갑자기 끝을 맺는다. 사흘 뒤 독일 비밀경찰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은신처에 들이닥쳐 안네와 가족을 아우슈비츠로 끌고갔기 때문이다. 아버지 오토는 다행히 병이 깊어 그곳에서 해방군을 만나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안네와 언니는 독일의 베르겐 벨젠 강제수용소로 보내져 1945년 3월 발진티푸스로 죽음을 맞아야 했다.
전쟁이 끝나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에게 한때 그의 무역회사에서 일했던 한 부인이 노트 한 권을 전해준다. 안네 가족이 체포된 다음날 그 방에서 발견한 일기장이었다. 아버지는 1947년에 일기를 출간하며 딸의 죽음을 아파했지만, 그가 전쟁 바로 전까지 독일군에 물품을 납품했던 사업가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