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인파속에 놀면서 제일가는 사람과 벗을 삼지 못하면 선비가 아니다. 자신이 제일가는 사람이 된 다음에 제일가는 사람이 찾아오는 법이므로 제일가는 사람과 벗을 삼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이 제일가는 사람이 되게 해야 한다.
제일이라고 하는 것도 한 가지가 아니다. 문장의 분야에서 제일가는 것도 제일이고, 기술의 분야에서 제일가는 것도 제일이고, 풍채 중에서 제일가는 것도 제일이며, 말을 제일 잘 하는 것도 제일이다. 제일인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모두 내가 말하는 제일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제일은 오직 덕이 제일가는 것과 학문이 제일가는 것이다.
<상촌선생집>잡저 <택교편擇交篇>에 실린 글이다.
냉장고가 제 역할을 못하기 시작한 것이 한 두 달 전 얘기가 아니다.
벌써 4.5개월 전부터 문제가 생겨서 미적지근했는데도
그걸 고치지도 못하고 말 그대로 방치 한 채 그냥 버티었다고 할까?
지인들의 도움말을 듣고서야 서비스 센터에 연락을 해서 부속을 갈아 끼우고
부서진 선반들은 중고 가전제품 대리점에서 사다가 갈아 끼우니
금세 새것이나 진배없다.
시원한 음료수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렇게 저렇게 썩어나가던 반찬들이
그 맛과 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한 없이 편하다.
그러고 보면 내가 잘하는 것이 도대체 뭔가 하는 의문부터 든다.
뭐가 부서지거나 고장이 나면 고칠 생각은 못하고
암담한 생각에 머리부터 아프고,
그 냥 놔두고 사는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고 몇 달이 가는 것은 보통이니
내가 생각해도 내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내가 잘 하는 것이 도대체 무얼까? 운전도 못하고 수영도 못하며 집수리도 못하는 내가
잘하는 것은 길을 잘 걷는 것이고 신발을 잘 떨어뜨리는 일 외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별 것도 아닌 걷는 것을 잘하는 일중의 하나라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하는
내가 오늘은 문경새재를 또 걸어 넘어야 하는구나.
첫댓글 깊이 사고하길 잘 하시며 그래서 다른 사람의 속내에 글로 돌을 던지기도 하시는데... 글쓰기도 아무나 하능기 아닌디...퍼온 글이라 직접 말씀 해 드리지 못해 아쉽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