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날에
우린 깊은골에 있었다
햇빛 따사롭던 가을의 끝자락
서리를 맞고도 끄떡없는 근대와 열무
이뿐놈만 쏙쏙뽑아 젓국 찔끔부어 겉절이를 해야 될까보다.
질긴목숨 근대.
큰댁에서 뽑아다 놓은 무우와
좌악 쏟아지는 지하수에 몸을씻는 열무
젓국대신 갯벌소금을 솔솔뿌려
오늘점심엔 고추장넣고 비비버버 ~
욕쟁이네가 살다 쓸어진집 뒤엔
씨알이 잘아 따먹을 수도 없는
이런 감나무가 두개 서있다.
이런거라도 우리꺼 하나쯤 있음 좋으련만 ~
3시가 넘으니~
동쪽산에만 햇볕이 환하다
깊은골은 3시만 넘으면 저녁이 된다
가랑잎 딩구는 가을
새로지은 개집.
아유 아주버님~!
개집좀 이뿐걸로 씌우시지 그러셨어요.
있는거 가지구 만들려니 할 수 없어유.
우리 오던날 아침일찍 보은장에 개사러 가셨다.
애기개가 이 집을 보고 좋아할까 모르것다.
이때도 아부진 몸살기운에 비실비실
형제가 뽑고 다듬은 배추 한마차 부려놓고
훈제오리를 구웠다.
몸 아픈걸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
하지말래도 그여 같이 하더니 몸져 누운천사 ~
여섯집 김장을 해야되는
아직도 더 뽑아와야 되는 배추
큰댁엔
여길봐도 저길봐도 심란한 가을이다.
가랑잎은 떨어져 바람따라 온집안을 몰려다니고
배추는 누가 절이고 ~
현관앞에 쪼개놓은 다라이에 그들먹한 마늘은 누가 깔것이며
맛있게 할려면 마른고추를 갈아야 되는데 ~
그 김장을 어떻게하나~
눈에 보이는것마다 심란한것 뿐이다.
첫댓글 개집은 지어 놓고 사람이 들어가서
바람이 새는가
비가 들이치나
바닥은 푹신한가
찐득이가 무는지를 생각하면서
하룻밤을 주무시고 개를 사든 고양이를 사든 하셔야지 도리인듯~
만들어놓고 들어가 봤것지~
큰엄마 나와 앉으셨네.
현식아빠가 용녀야 넌 단풍든거 보면 막 좋냐? 한다.
난 사실 그냥 좀 괜찮네 그정도. 현식아빤 나보다 한레벨 아래인거 같다.
둘다 무뎌서 다행이지 싶다. 감수성 풍부한 사람들은 세상살기 힘들거 같아서.
수술하고 이튿날부터 화장실 다니고 걸어다니고 열흘만에 퇴원하셨다.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아 앉아서 오래있거나 힘든일은 못하셔서 정상적인 생활은 할 수
없지만 살림살이는 대충 다 하신다.
그날도 두분이 개사러 보은장에 가셨다. 의술이 그만치 발달했으니 그만해도 좋은세상 사시는거지
그리고 가을을 못느끼고 사는사람들을 우린 이해못해 ㅎㅎㅎ~
딸램아~!
단풍든걸 보면 막 좋고 그런게 아니고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이 맞을꺼야
예쁘기도하고 슬프기도하구 내가 왜사나 인생이 뭔가 ... 염세주의자가 되기도 하고 ~
인생과 비교해서 가을은 지는계절 아니냐.
가을은 한마디로 쓸쓸한걸 즐기는 슬픈계절이지 ~ 황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