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바람부는 쪽으로 귀기울여봐 [제2편]
모든 것은 이미 배달되었다.
그것이 늙은 우편배달부들의 결론,
당신이 입을 벌려 말하기 전에 내가
모든 말을 들었던 것과 같이
같은 계절이 된 식물들
외로운 지폐를 세는 은행원들
먼 고백에 중독된 연인들
그 순간
누가 구름의 초인종을 눌렀다.
뜨거운 손과 발을 배달하고 있다.
우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바로 그 계절로
단 하나의 답장이 도착할 것이다.
조금 더 잔인한 방식으로
-이장욱, 「우편」 전문
합리론적 이성을 믿고 따르는 사람은 굳이 시를 찾아 읽지 않을 테다. 시는 우연에서만 가능한 결합과 해체의 찰나들, 꿈속의 목소리, 비약과 상징의 문장들로 된 초논리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시인들은 종잡을 수 없이 모호하고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언어적 형상을 부여한다. 이장욱의 「우편」은 모호하다. 이 모호한 시에서 확실한 의미로 도드라진 것은 ‘배달’이라는 단어다. 화물도, 계절도 배달되는 것에 속한다. 배달은 이곳에서 저곳으로의 흐름, 위치의 조정, 누군가에게서 누군가에게로의 전달이다. 시인은 첫 구절에서 대뜸 “모든 것이 이미 배달되었다.”라고 쓴다. 이미 견고해진 습관의 세계는 ‘늙은 배달부’들의 세계다. “습관은 개를 항상 자기가 토한 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무게 중심이다.” 늙은 배달부는 늙음으로 인해 신경과 이성이 확고해질 뿐만 아니라 세상을 다 안다는 확신으로 이끈다. 배달할 것이 없으니 세계는 더 이상 변화도 없다. 식물은 식물들대로, 은행원은 은행원들대로, 연인은 연인들대로 제일에 여념이 없다. 그들은 더 이상 세계를 바꾸려고 하지 않고 관습의 나태와 이완에 기댄다. 남은 것은 “단 하나의 답장”이다. 답장은 곧 도착할 것이다. “조금 더 잔인한 방식으로”. 하지만 시인은 그 “단 하나의 답장”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장석주 「은유의 힘」
2024. 3. 26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