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가 나는 밀밭*
-고흐의 노래-
최정신
출렁이는 지평이 마지막 축제로
난분분합니다
어둠을 예견한 밀밭의 흐느낌
낱알을 익힌 죄가 당신의 무덤입니다
바람의 혼을 빌어 밀밭에 몸 섞을 때가
왔습니다
까마귀 날개로 치는 화폭은 폭풍의 난장
나의 절규는 까마귀 울음을 닮은 짐승의 노래입니다
폐부의 골짜기를 흐르는
절규로
나는 나의 영혼에게 수 없이 많은 자해를 가했습니다
테오*에게 보낼 편지를 쓸 때 그랬듯
불안한 심연의 고백을 하듯 나는
내게 미안합니다
고갱이 떠난 삶은 潰滅(궤멸)과 절망의 耳鳴(이명)으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귀를 잘라내면 저 소리로부터
멀어질까요
한 점 불꽃이 재가 된 서른 일곱 해 종착지에서
비천의 만찬은 먼지 쌓인 가죽부대가 그린 허상입니다
오, 아를로의
붉은 태양이여
구원 받지 못한 인생에게 자비를...
내 우스꽝스런 자화상을 해바라기처럼 경외합니다
내가 내게 뿌리는 슬픔의
향유, 나를 향한 총부리,
뜨거운 피를 찍어
유서를 그릴 수만 있다면 모두를 용서하렵니다
지평을 건너 로노강 별에게 갈까마귀
우체부를 보냅니다
스타리 스타리 나잇* from 빈센트, 반 고흐,
*고흐의 마지막 작품 제목(유서를 그린 상징적
표현이라 함)
*고흐의 생활을 도와준 동생, 650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다
*돈 맥크린의 <빈센트>가사에서
차용
(고흐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서 돈 맥크린이 차용했을지도)
노트=
난, 그림의 문외한, 시가 글로
쓰는 그림이라면 그림과 시는 근친,
그래서인지 내 필생의 동경, 그러다 만난 고흐, 천재는 현실과
타협을 못 한다는 정설이 맞는
걸까 자꾸 마음이 쓰이는 나보다
오래전을 잠깐 왔다간 사람, 억지를 써서 나와 통하는 곳을 찾는
다면 자연을 사랑한다는 동질의 삶,
누구도 눈여겨 주지 않았던
천재화가의 삶이 측은해 가끔 꿈에 보이는 슬픈 자화상, 짧은 생,
동생에게 구걸하다시피 살다 버려지는
두려움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고흐가 잠깐 나였다가 무슨, 얼토당토 않은 상상을 하다
헐한 글을
써보았다.
경기도 파주 출생
<문학세계> 詩부문으로 등단
<시마을> 동인
<詩集> [구상나무에게 듣다]
시마을 작품選集 [내 마음의 외딴 방], [가을이 있는
풍경]
同人詩集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等
<감상>
빈센트 반 고흐, 돈
맥크린, 그리고 최정신은 내게 너무나 익숙한 테그다.
익숙하면 친근해지고 친근해지면 젊어진다. 남녀노소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시인의
심상이 오월의 엘레지(élégie)와 비스무레하다. 콜록대는 알레르기는
영원히 그녀를 비껴갈 것 같은 예감이다.[오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