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通靑 인문학 아카데미 1 Tongchung Humanities Academy | 547회 | 주 제 | 강 사 | |||
어떻게 말할까? | 이 경 희 (대구가톨릭대 연구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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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말할까?
이경희(대구가톨릭대학교)
⋅ 혀를 잘 다루는 것이야말로 원만한 인간관계의 핵심이다.
-발타자르 그라시안-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가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했다. 이는 어려운 일이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말만 잘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만 잘하면. 한편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그런데 실은 사공이 많으면 배가 더 빠르게 더 순조롭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어야 한다. 사공들 간에 커뮤니케이션만 제대로 된다면. 그런데 카뮈(Aibert Camus)는 “인간의 모든 불행은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데서 온다”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어떻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우리 문화는 표현하는 방법 그러니까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기술을 가르쳐주지도 않고 침묵만을 강요한 듯하다. 예부터 “말 많은 집 장맛도 쓰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면서 표현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미덕으로 간주했다.
예전에는 시집가는 딸에게 아버지가; “시집가면 벙어리 3년 귀머리거리 3년, 봐도 못본척 들어도 못들은척” 하라고 당부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며느리 입장에서는 화병이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상하관계를 중요시하는 우리 유교 문화에서 연장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말하면 어른을 무시하는 버릇없는 놈으로 낙인이 찍혔다. 아직도 “새파란 것이 어른에게 대든다”고 욕먹기 십상이다.
인간은 자기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기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이를 형성해나갈 수 있다. 표현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보여 주는(show) 것”이며 “드러내 주는(appear)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어둠 속에서 세계 밖으로 끌어내어 자신을 “자유롭게 해 주는 것(make-free )”이다. 이렇게 하면서 우리는 삶의 主人이 되어간다.
게오르그(Stefan George)가 지목했듯, “말(word)이 깨어지는 곳에서는 사물도 존재하지 않는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이 표현될 때 “사물로 하여금 사물로 드러나게 하고 사물이 임재”(US,168)하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표현을 통해 사람은 “자기 자신이 될 존재 가능성”(SZ,143) 앞에 세워짐으로써,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자신”이 되어간다. 존재하는 것의 존재는 표현되는 말 속에 거처한다. 그리하여 “언어는 존재의 집”(US,166)이라는 명제가 성립된다. 니체(F. Nietzsche)는 말하길; 표현하는 것이 일시적 어려움을 초래하더라도 “오직 그것에 관해서만 이야기하자. 더 나쁜 건 침묵이다. 억압된 모든 진리는 모두에게 독이 된다.”(Za,Ⅱ,12)
중세 철학자 사아디(Sa‘dī)는 말했다: “말이 있기에 인간은 짐승보다 낫다. 그러나 바르게 말하지 않으면, 짐승이 당신보다 나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르게 말한다는 것은 어떻게 말하는 것일까?
―표현의 형식적 측면에서―
첫째, 시간과 장소: 같은 말이라도 그것을 언제(when) 그리고 어디서(where) 하는가에 따라 그 느낌은 완전히 상이하고 결과도 달라진다. 우리가 어떤 고백을 하려면, 장소와 타이밍을 고려하듯 대화도 고백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화자는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상대(聽者)의 상황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고려해야 한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분위기에서 듣는가에 따라 그 느낌은 매우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논리적으로 차분히 생각해야 할 이야기는 오전이 효과적이고, 감정에 호소하는 말은 저녁 식후 여유 있는 시간에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해 동의나 승락을 받아야 한다면, 퇴근하기 1시간 전후에 좋다고 한다.
예를 들면, 2007년 버락 오바마(2004년 일리노이 연방상원의원)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곳은 일리노이 주의사당이다. 이곳은 (일리노이주 하원의원을 지낸) 에이브러햄 링컨(1861-1865)이 1858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미국을 “분열된 집”에 비유하며 연설한 곳이기도 하다. 오바마는 남북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노예를 해방시킨 민주주의의 아버지인 링컨의 이미지 구축하고자 같은 장소에서 대통령 출마 선언을 했다.
둘째, 표정과 태도(body language): 제대로 메시지를 전하려면, 화자의 눈과 무릎은 정확히 청자를 향해야 한다. 입보다는 몸이 더 크게 말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화자의 표정에 특히 눈에 말의 내용이 담겨있기에 눈빛만으로도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그리고 화자의 예의 바른 자세는 청자의 마음을 풀어놓는다. 물론 웃는 얼굴이 더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셋째, 목소리(voice): 고저장단(高低長短)이 있는 리드미컬 목소리가 잘 들린다. 그래서 노래 가사는 쉽게 기억된다. 일반적인 목소리 톤이 “미⋅파”라면, 저음인 “도⋅레”는 믿음이 가고, 한 톤 높은 “솔”은 경쾌함을 느낄 수 있다. 같은 톤의 목소리는 자장가처럼 들린다.
※ Albert Mehrabian(캘리포니아大, 심리학과)에 따르면, 메시지는 말(내용)-목소리-표정(7%-38%-55%) 3가지 요소에 따라 다르게 전해진다. -Rule of Mehrabian- 그래서 얼굴 보지 않고 전화로 통화할 때, 그리고 다른 지방 사람들 즉 억양이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 어떻게 말할까? 표현 방법-
가, 최상의 호칭으로 부른다. 호칭은 상대와 내 인격을 동시에 드러내기 때문에, 상대를 극진히 높여서 부르면 원-원win-win 관계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인간이 기도하기 전에 신을 한껏 추켜세운 후에 소원을 말하지 않는가.
예시1) 아버지가 딸을 “공주님”이라고 부른다면 그는 “왕”이 된다.
예시2) 가장 영광스러운 준족의 고귀한 아들 아킬레우스여!
내 마음의 기쁨 파트로클로스여!/ 피부가 빛나는 눈처럼 하얀 아테나여!
제우스가 양육하신 프리아모스의 아들, 헥토르여!
은혜롭고 자비로우신 하느님이시여!/ 한국인의 지휘자이자 보호자여!
의(義)를 숭상하는 전의(全義) 이씨의 자손, 세현아
“만인의 벗/내 영원한 친구, 길동아”-
“생불(生佛)이신/마음까지 아름다운 경옥 누이여”
나, 가능한 긍정적으로 표현한다. 부정적인 표현은 마음의 문을 닫게 하지만 긍정적 말은 부정적 의미라도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한다. 그래서 유능한 협상가들은 NO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N0, because〰 가 아니라 Yes, but〰 를 즐겨 활용한다. 화자가 No라고 말하는 순간, 청자는 그 뒷말을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예시1) “ⓐ는 안 된다”, “ⓐ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가 아니라 “ⓐ는 이런 문제가 있어 수리 중입니다/ⓒ를 사용하면 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소통의 비결이다.
예시2) 왼팔이 부러진 사람을 보며 말한다: “오른팔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예시3) 약속을 정하려고 할 때, “이번 금욜은 안 된다”가 아니라 “이번 금욜은 아들이 집에 오기로 했다”라고 말하는 것이 긍정적이고 구체적 표현이다.
다,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구체적 표현은 좋은 말은 더 기분 좋게 하고 나쁜 말은 덜 기분 상하게 한다. 또한 추상적인 표현은 무슨 뜻일까 하며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단순히 “고맙습니다” 또는 “미안합니다”라고 말하기보다 구체적인 사유를 덧붙이면 더 생생하게 들린다.
예시1) “나 요즘 너무 바쁘다”가 아니라 “어린이날부터 한 달간 본격적으로 작품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거절에 대한 구체적 사유를 말하면 상대의 입장을 한결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
예시2) “참 예뻐요” 보다 “꽃무늬 원피스가 너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이런 구체적 칭찬이 더 큰 칭찬이 된다. 반면 “길동이는 순희보다 공부를 못한다”고 말하기보다 “길동이는 순희보다 수리 영역이 약하다”고 하면 덜 상처를 받는다.
예시3) “고맙다” 대신에 “지난번에 사 준 남방 나한테 잘 어울린다고 해서 요즘 그것만 입고 다녀. 고마워”, “이것은 읽고 싶었던 책인데,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지.” 등으로.
반면 “미안하다” 보다 “어젠 너에게 너무 심한 말을 했지. 진짜 미안해.”,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정신이 빠져나간 듯해, 내 말에 상처 많이 받았지. 아무리 힘들어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 등으로.
라, 중간에 훈수 두지 말고 끝까지 경청한다. 경청할 때 가장 어려운 일이 “나도 한마디 말하고 싶다”는 유혹을 이겨내는 것이다. 이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상대가 이야기를 끝내지도 전에 그에 대해 평가를 하든가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런데 나이를 불문하고서라도 사람은 자신이 하고자 했던 말을 끝내지 못하면, 더욱이 자신의 언행에 대해 뜻하지 않게 다른 사람의 심판을 받고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그러면 이야기하려고 했던 자신이 우스워지고 뭔가 무시당한 듯하여 불쾌해질 수밖에 없다. 많은 경우 단지 잘 듣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상담자가 된다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속 시원히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화자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고 한다. 따라서 “남의 말을 가로채지 않는다.” 이는 소통을 위해 지켜야 할 가장 기본 규칙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조언할 만큼 현명한 사람은 쓸데없이 충고는 하지 않을 만큼 현명하다고 한다.
마, 선택권 또는 결정권을 상대에게 맡긴다. 이후 내 상황을 말한다. 사람은 자기가 결정한 일에 더 강한 책임과 열정을 갖고 수행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능란한 화자는 자신이 많은 부분을 결정했더라도 상대에게 결정권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
예시1) “그럼 우리 언제 만날까?” 그러면서, “난 金요일은 초등학교 친구 모임이 있고, 일욜은 결혼기념일이야.”
예시2) 노모에게 말한다: “자건거 타기는 최소한 20분 이상은 해야 효과가 있데요.” 이를 수시로 강조한 후 묻는다. “엄마는 오늘 자건거 타기 몇 분할 거예요?”
유사한 맥락에서, 능숙한 화자는 여지를 남기고 단언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승낙이나 거절할 때는 단칼에 잘라 말하지 말고 약간의 여지를 남겨, 결정을 보류할 필요가 있다. 절친이 어떤 부탁을 할 때, 그 정도의 일이라면 내가 쉽게 해 줄 수 있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얼마든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이렇게 말한다면 신뢰를 크게 잃지 않을 것이다.
예시1) “그 일은 될 것 같아. 하지만 너도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봐. 혹시라도 변수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야.”
예시2) 유능한 책사가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갈양은 ⓐ와 같이 결정해 대승을 거두었고, 조조는 ⓑ와 같이 처신해 대패했습니다. 이 일을 ⓐ처럼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인 듯하지만, 워낙 변수가 많으니 주군은 어떻게 결정하겠습니까? ”
예나 지금이나 지혜로운 보좌관은 주군에게 결정권을 남겨 놓음으로써 주군의 위신을 세워주고 동시에 화를 피해 갈 수 있다.
참고자료
매직 프레이즈를 활용하기
매직 프레이즈(Magic Phrase)란 글자 그대로 “마법과 같은 어구”란 뜻이다. 대화에서 상대방을 존중하여 그의 마음을 풀어내고 저항이나 반발을 약화시키는 어구를 매직 프레이즈라고 한다. 가령 “선생님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 “당신 같은 전문가 입장에서는… ”과 같은 간단한 말을 삽입하면, 대화를 한결 부드럽고 즐겁게 만든다.
흔히 활용되는 매직 프레이즈
⁃ 이 분야에 내로라하는 전문가 앞에서 이런 말씀 드리기가 쑥스럽지만…‥
⁃ 존경하는 선생님 앞에서 말씀드리는 것이 주제넘은 듯하지만…‥
⁃ 지금까지 저희 업체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그 은덕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경우는…‥
⁃ 지난번 선생님이 조언해 주셨듯이…‥
⁃ 기술혁신 부장님의 견해에 따르면…‥
⁃ 우리 업계 선두 주자인 부강산업 대표의 말처럼…‥
이처럼 매직 프레이즈에는 상대방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칭찬이 깔려있어, 상대방에게 거절이나 불이익을 주는 말일지라도 반감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그리하여 매직 프레이즈를 활용하면, 대화의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말하기 힘든 내용을 보다 수월하게 밝힐 수 있다.
〈이어지는 강의 예고〉
▪ 548회(2023.5.30.) : 장자 해설(8), 이태호(통청원장/『노자가 묻는다』 저자) ▪ 549회(2023.6.13.) :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17회), 이태호(통청원장/철학박사) ▪ 550회(2023.6.20.) :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18회), 이태호(통청원장/철학박사) ▪ 551회(2023.6.27.) : 551회(2023.6.27.) : 나를 채우는 명회(名畫), 서희주, 인문예술공동체 아르케대표/철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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