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희망을 찾아서(동마완주기)...

[문베드로]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3월은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며 새로운 무엇인가를 시작하게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지난 겨우 내 착실히 준비하여 온 마라토너에게는 앞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억제 할 수 없게 한다.

  여명이 밝아오는 3월의 셋째 일요일 아침은 지난 몇 년간의 날씨와는 완연히 다른 봄의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한 날씨로 마라톤을 하기에는 제격이다. 아침 7시 광화문에 도착하니 벌써 전국에서 올라온 수많은 마라토너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올해로 세 번째 참가하는 서울국제 동아마라톤 대회 마음은 준비가 되어 있지만 몸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그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오늘 한번 즐겨보리라 다짐하며 광화문을 바라보며 크게 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져본다.

  광화문 상공을 선회하며 비행하는 헬리콥터의 소리 그리고 사회자의 출발신호와 함께 엘리트 선수들이 8시 정각 출발하고 다음으로 명예의 전당 선수들과 A그룹 선수들이 출발신호와 함께 순서대로 출발을 한다. 나는 C그룹이라 8시 10분경 차례가 되어 수많은 환영인파와 취조악대의 멋진 연주 소리를 들으며 모세가 수많은 어린양을 이끌고 가나안 희망의 땅을 찾아 떠나갔던 것처럼 나도 평안한 안식과 아내와 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세상을 찾아 머나먼 105리가 넘는 길을 떠나간다.

혹자들은 마라톤 하는 사람들을 여러 가지로 말하고 있지만 그것에는 개의치 않는다. 나는 마라톤을 시작한지 이제 4년 정도가 되어간다 그 속에서 때로는 좌절과 절망이 있을 때를 건너기도 했고 또한 거기에서 삶에 희망과 용기를 갖기도 했기에 지금도 가끔 돌아보면 나에게 마라톤이 없었다면 지금쯤 어찌 되었을까 하고 가끔 생각해 볼 때도 있기도 하다.

  수많은 연도의 환호성 소리에 옆을 보니 광교근처를 지나며 건너편을 보니 우리의 국민마라토너 이봉주선수가 끼어 있는 선두권이 지나가고 있고 모든 사람들이 일제이 이봉주 파이팅!.....

나도 힘을 내어 이봉주 파이팅을 외치며 열심히 달리고 있다.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구름같이 달림이들이 달려가고 있다. 저들은 어떠한 계기가 되어 이렇게 힘든 것을 할까 참으로 신기한 사람들도 많다며 내심 픽 웃어보기도 한다. 갖가지 모양을 한사람 낙지 모양을 뒤집어쓰고 뛰는 사람 또 저마다 자기의 고장, 회사 그리고 단체의 로고로 치장하고 열심히 달린다. 나는 제일먼저 큰아들 생각이 많이 난다. 작년 입시의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고 또 올해는 나의 판단 착오까지 겹쳐 또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큰 아들 J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 싶다. 그리고 아내와 작은 아들, 부모님들 생각등등..... 생각하면 할수록 가장으로, 아들로, 부모로써 여러 가지로 부족하기만 한 나를 모두들 믿고 따라주는 것을 생각하면 희망과 용기에 앞서 눈물이 날 때도 있다. 그런 여러 가지의 일을 생각하며 달려가는 오늘의 이 길이 어려움은 날려버리고 희망을 안고 목적지에 도착했으면 하고 생각하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초반의 힘들고 어려움을 멀리 바라보이는 흥인지문과 19Km표지를 지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그리고 연도에 늘어서서 열심히 응원을 해주는 시민들을 바라보며, 또 반대편 차선에서 밀려있는 차속에서 간간히 창문을 내리고 외쳐주는 파이팅 소리, 자원봉사자들의 수고를 보며 한결 다리에 힘이 솟는다. 신설동을 지나고 마장동에 이르니 하프 반환점에 이른다, 물을 한 모금하고 영양제를 하나 입에 짜 넣고 시계를 보니 10시 정각(1시간 50분소요)이다. 작년보다는 약간 느린 기록이지만 후반에 고생했던 경험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자제해 본다, 24Km표지를 지나는데 자원봉사자, 시민, 교통안내 경찰관들이 함성을 지른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물어볼 새도 없이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봉주가 지금 방금 1위로 꼴인 했다며 힘내라는 격려의 말에 달림이들도 비록 듣지도 보지는 못하면서도 함성을 지른다. 한결 힘이 나서 25키로 지점인 군자교 다리에서 스트레칭을 가볍게 하고 몸 상태를 점검하고 음료수를 한 모금하고 다시 서서히 출발을 한다. 작년에 고생했던 27키로 지점을 무사히 통과하니 오늘 한번 내심 개인 신기록을 기대해 본다. 어린이 대공원을 막 돌아 화양리로 접어드는데 여기는 <광진구입니다> 광진구에 오신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하는 응원을 받고 조금 더 뛰어 가니 카톨릭 동호회에서 영양제와 음료를 건네주며 격려해주는 소리를 들으니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 지고 당당한 모습으로 아내와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생각으로 힘든 줄도 잊어진다. 내가 자식을 생각하면 이럴진대 나의 부모님들도 다 이렇겠지 하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혀진다.

  30키로 지점을 지나는데 비상차량의 싸이렌 소리가 들린다, 제발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 하고 기도를 해 본다. 34키로 지점을 3시간에 통과하니 내심 내 개인기록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작년에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건넜던 잠실대교가 보이고 이 고통도 이제는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한강물과 시민공원의 평화로운 시민들 그리고 한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올림픽대로, 강북강변도로의 수많은 질서 정연한 자동차의 행렬을 바라보며 누군가가 말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무색해 보인다. 지금은 비록 어렵지만 수천년을 이어온 우리 한민족의 저력을 나는 기대하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동방의 아름다운 등불>로 거듭 태어나리라는 것을, 롯데월드를 지나고 석촌호수를 돌아서니 38키로 지점을 통과하니 이제는 정말 다 왔구나하며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되뇌이며 물을 잔뜩 먹은 스폰치가 된 같은 발걸음을 떼어 놓는다. 그러나 역시 마라톤 벽은 어김없이 서서히 나에게 다가오고 다리에 찌르르 하는 느낌이 전해진다, 야-- 큰일이다 이제 다와 가는데 그리고 내 개인 신기록 수립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40km 지점을 지나 마지막으로 목을 한번 축이고 한 10m정도 걸으면서 다리를 돌려보니 달릴 만해서 참으로 다행이다 생각하며 속으로 천천히 가자가자 완행열차-야를 부르며 41키로 지점을 통과하니 멀리 잠실야구장과 메인스타디움이 보인다.

  모자를 뒤로 돌려쓰고 힘을 내서 야구장을 지나 수많은 함성을 들으며 트랙에 들어서니 전광판의 시계가 11시 58분을 가리키고 있다 죽어라 팔을 휘저으며 때로는 높이 들어 보이며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 것만 같은 아내와 아들에게 신호를 보내보며 마치 우승하는 이봉주 선수처럼 두 팔을 번쩍 들고 결승점을 통과하며 오늘의 힘들고 괴로웠고 또한 희망을 안고 찾아온 가나안 땅바닥에 한번 떨썪 주저앉아 기쁨과 회한의 눈물을 떨 구며 동아마라톤 3회를 포함 풀코스 5회 완주를 마무리 한다.

                  -2007년 서울국제 동아마라톤 완주기-

<참고로 이번기록은 작년보다 6분여를 단축하며 3시간 49분 33초(전체 순위 6499등)로 제 개인 신기록을 수립하였습니다.>

[토마]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마폭 모두가 완주기를 쓰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며 여름동안 좀더 잘 준비하여 마폭 모두가 춘마에서 만나기를 바랍니다. 혼자 뛰니 정말 심심하더군. 자매님들도 좀더 연습에 박차를 가했으면. 그렇게 스스로 한계를 긋지 말고. 하면 될것 같은데.....

[빨간장갑]

완주를 축하하며 다섯번의 완주가 앞으로 오십번 아니 오백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유리구두]

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