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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이상한 동물들이 미술관 앞마당에 출몰한다!
니들도 당해봐 (모기)
이원주 작
바로, 벌써 5년째를 맞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야외 설치미술전 "미술관 봄 나들이." 올해의 주제는 [걸리버, 미술관에 가다]라고 한다.
걸리버는 소인국에서는 거인 취급, 거인국에서는 소인 취급을 받으면서, 철저한 이방인으로서 소인국과 거인국을 관찰하며 그들의 어리석음과 지혜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덕분에 자기가 살던 세상에도 그들 세상과 닮은꼴인 어리석음 또는 그들의 지혜와 대비되는 어리석음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걸리버처럼 세상을 낯설게 보면서 재발견하자는 것이 올해 전시의 테마.
bi-uniform
이부록, 안지미 작
수퍼히어로들의 유니폼을 따라가다보면 파리채를 휘두르는 그 "니들도 당해봐" 모기와 눈이 딱 마주친다. 마치 "야 일루 와봐"라고 외치는 듯...흥, 너도 피를 빨려보라구, 그럼.
뭐가 걸렸나
이원주 작
쥐덫에 인간이 걸린 것을 바라보며 쥐는 통쾌한 듯 폭소하고 개집의 "상원이"는 억누른 음흉한 미소를 날린다. 그런데 상원이의 주인이 저 쥐인가? 그럼 저 웃고 있는 녀석은 생쥐로서 개를 기른다는 그 유명한 쥐...미키마우스?
몽상가
윤지영 작
몽상은 달팽이껍질처럼 아름답지만 인간을 잠식한다. 현실의 파고가 닥칠 때마다 몽상 속에 몸을 움츠리고 피신하는 인간은 결국 몽상의 무게에 눌려 현실에서의 활동이 점점 더 굼떠지고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이 작품은 이토 준지의 [소용돌이] 속 달팽이인간을 생각나게 해서 솔직히 괴로웠다...
갈증이 나다-상어탈을 쓴 사람
갈증이 나다-가면을 쓴 사슴
변대용 작
상어탈을 쓴 사람은 도도한 자태로 서있는 사슴을 동경하고 있는 것일까?
The Sweet Fatty
변경수 작
구석기 시대의 지모신(地母神)상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합쳐진 것 같은 작품!
뒤에 있는 나무의 신비로운 모습과 어우러져서 왠~지 태고적에 나무 밑에 앉아서 뭔가 지혜로운 말을 해주던 샤먼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그냥 너무 먹어서 부른 배를 안고 숨을 몰아쉬는 걸로 보이기도 했다.)
The Afro Thinker
변경수 작
이번 전시에서 가장 사랑스러웠던 건 바로 이 아프로 머리의 생각하는 사람!
rising or falling
이병호 작
저 노란 배불뚝이 인간들은 한 줄기 폭포수처럼 추락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비상하고 있는 것일까?
마침 함께 열리고 있는 부르델전 때문에 [활 쏘는 헤라클레스] 상이 옆에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묘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소인들에게 활을 날리는 헤라클레스라니...
The Chicken George Man
변경수 작
위쪽에 투신할 것 같은 자세로 서있는 새머리 인물도 놓쳐서는 안 된다. AI 때문에 시름에 잠겨있는 것 같기도...
그러나 하늘을 날 수 있었다
윤지영 작
그가 뚱하게 바라보는 것은?
아, 저 가로등 위에 있는 사람?
비즈니스맨
정국택 작
이 강철 비즈니스맨은 2006년 미술관 봄나들이에 나타났다가 그냥 이곳에 눌러앉은 사람이다...
공화국 수비대
신현중 작
2006년 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공화국 수비대]였다!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다. 그때 사진을 찍지 않아서 대신 서울대 캠퍼스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본다.
이 작품을 처음 본 것이 서울대 사회과학대 뒷편에서였는데, 이걸 보고 감격해서는 와 미대생이 정말 멋진 도마뱀을 만들었어요 라는 무식한 소리를 블로그에 써놨었다. ^^; 이건 학생이 아니라 신현중 교수의 작품이었고 도마뱀이 아니라 도롱뇽이었다. 환경파괴와 함께 사라져가는 도롱뇽이 당당한 자연의 수호신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작품이다.
이렇게 미술관 봄나들이 전시에는 유난히 동물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아서 난 이 전시를 그냥 이상한 동물들 전시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고 보니 2007년 미술관 봄나들이의 주제는 아예 [Art Safari]였다. 그때 전시된 작품들은...
Lost in Reality
박발륜 작
기린인 척 하는 아들과 기린인 척 하는 아빠
최혜광 작
삼자대면
박용식 작
온고지신 2007 - 말
강용면 작
Close Vitality
류신정 작
이들은 흘러흘러 어디로 가나...
이 하얗고 큰 덩어리에게로... 땅에서부터 지탱하고 있는 철사가 보이는데도 저 올챙이 같은 것들이 중력에 구애받지 않고 둥둥 흘러가는 것 같던... 그리고 속도와 율동감이 느껴지던 인상적인 작품!
이렇게 미술관 봄나들이는 관람자들 앞에 오만하게 버티고 있는 대신, 관람자들에게 장난스럽게 말을 거는 설치미술품으로 가득한... 정말 사랑스러운 전시회다. 그 첫회는 2004년이었는데, 그때 찍었던 사진들도 남아있다. 불행히도 작가가 누구인지 기록해놓지 않아서 알 수가 없지만.
아마 시조새?
[아낌없이 주는 나무 The Giving Tree]로 유명한 셸 실버스타인 Shel Silverstein (1930-1999) 의 시가 생각나는...
DOUBLE-TAIL DOG 꼬리 둘 달린 개
양쪽에 꼬리 달린 개를 사지 않을래?
동네에서 제일 이상한 개야.
갈 곳은 잘 분간하지 못하지만,
앉는 건 아주아주 잘 할 수 있다구.
(이하 생략...)
장미 머리의 표범
퀸Queen의 [The Show Must Go On] 중에서...
"나의 영혼은 나비의 날개처럼 채색되었습니다. My soul is painted like the wings of butterflies"라는 구절이 생각나던...2004년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고 그 뒤에도 다른 전시회에서 본 것 같은데, 작가를 여전히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