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연휴를 보낸 다음날 맞은 어린이날.
봄기운에 나른해진 햇살은 이미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오랜만에 만개한 철쭉꽃밭 한가운데 서게 된다니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설렌다.
전남 장흥과 보성의 경계를 이룬 일림산 삼비산 사자산 능선은 멋진 조망과 드넓은 바다를 낀 아름다운 풍광과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벌써 봄의 화신인 철쭉이 만개해 천상의 화원을 이루고 있다.
천상과 지상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우리가 들어간 들머리는 한치.
한치에서 오르는 능선길은 호남정맥꾼들이 애용하는 길이다.
일림산(日林山)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둔덕처럼 완만하다.
건각들은 사자산을 거쳐 제암산까지도 종주하지만 우리는 다다음 주에 계획이 돼있어 골치에서 용추계곡으로 내려서기로 한다.
장흥과 보성의 경계를 이룬 舊 삼비산(三妃山·667.5m)은 상제봉, 회룡봉, 골치산 등 주변 봉우리들이 호위하는 듯한 산세가 특징이다.
또한 이 산은 황비가 내려왔다 하여 천비산(天妃山), 일년 내내 마르지 않는 샘물에서 황비가 놀았다 하여 샘비산 혹은 천비산(泉妃山),
안개가 늘 자욱하다 하여 현무산(玄霧山)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나 보성군과 장흥군 사이에서 논란을 벌였던 산 이름 논쟁은 3년 만에 일림산으로 결정됐다.
그러니까 보성군이 주장한 삼비산은 장흥군이 주장한 일림산으로 명칭이 통일되었다는 뜻.
보성군 웅치면과 장흥군 안양면 경계에 위치한 해발 667.5m의 산 이름에 대한 지명심의위원회를 열고 전남도가 내린 결정이다.
이에따라 지루하게 끌어 온 지명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으며,이제 중앙지명위원회 심의와 고시를 거쳐 국토지리원 지도에 표기하게 된다.
일림산에서 골치산을 넘어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골치에 닿는다.
계속되는 능선은 가파른 바위 지대를 거쳐 사자산(獅子山·666m)으로 연결된다.
우리는 여기에서 질주본능의 탄력을 줄여야 한다.





네비엔 "일림산 한치주차장"을 입력시켜 보성 IC로 내려선다.
버스안에서 고개마루 한 켠에 우두커니 선 한치(해발 279m) 표석을 카메라에 담는다. 제2주차장을 우측으로 흘리고...

우리차는 일림산 '한치재 제1주차장'에 멈춘다.

산행채비를 대강 갖추고...

들머리가 있는 주차장 위쪽을 바라본다.

들머리엔...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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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조금만 오르면 작은 능선(한치재 입구)에 올라서고...

왼쪽으로 득량만이 펼쳐진다.
득량만은 보성군과 고흥군의 사이에 있는 바다.
이곳의 이름이 식량을 얻었다는 뜻의 득량만(得粮灣)으로 부르게 된 것은 이충무공 때부터였다고 한다.
이곳은 조선시대 장흥부에 속한 목장이 있었으며 임진왜란 때 이충무공이 이곳에서 식량을 얻었기 때문이다

지형도 상의 호남정맥 갈림길(아미봉)이다. 호남정맥은 우측으로 삼수마을~활성산~봇재~그럭재~봉화산으로 이어진다.

'난중일기'에 의하면 1592년 2월 13일 도양 둔전(屯田)에서 벼 3백 석을 실어내 군량미로 사용하였고,같은 해 11월 13일에도 도양에서 벼 820석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어 득량도는 당시에 장흥부의 목장과 함께 도양 둔전의 일부로 추측하고 있다.
당시에는 목장별로 벼, 잡곡 등을 납부토록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등로 옆으로 예쁜 철쭉이 반긴다.

'회령삼거리'이다.
좌측으로 내려가면 '제2다원(회령다원)'으로 가는 길.

회령 삼거리의 이정표

다시 보이는 득량만에 외로이 떠있는 섬,득량도다.
득량도는 인구 260명(1994). 해안선 길이 6.5 km로 보성만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교통상의 요지이며 구릉성 산지가 많으나 해안지대로 경지가 잘 개발되어 있다.
부근 해역에서는 새우 ·멸치 ·고등어 ·전갱이 ·갈치 등이 어획되며, 보성만에서는 굴 ·김 ·미역 ·백합 ·바지락의 양식이 활발하다.
식량은 섬이름대로 자급자족이 되며,북서부와 남서부에 선착장 시설이 있어 매일 정기연락선이 운항된다.

등로에 선 안내판

쉼터에서 잠깐 숨을 고르고...

이정표 앞에서 흔적을 남긴다. 오늘은 휴일이라 옥분씨 가족들(신랑과 시동생)이 함께 했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보성의 조양창(보성군 조성면 조성리 유천리 고내마을)에서 많은 군량을 확보해 울돌목(명량) 앞바다에서 왜적에 대승을 거두었다.
정유재란 때도 보성에서 군량과 군기, 수군, 배 등을 갖추고 전쟁에 나가 승리했다.
또한 보성은 장군의 처가가 있는 고장으로 인간 이순신의 고뇌와 열정, 회한이 배인 고장이기도 하다.

계속 이어지는 오름길 좌측으론 시도때도 없이 득량만이 내려다 보이고,바다 건너 고흥이 가까이 보인다.

득량도 뒤로 고흥의 소록도와 거문도가 짐작된다.

화사하게 핀 철쭉을 따라...

뒤돌아 본 우리가 올라온 길.

완만한 능선의 데크전망대가 있는 이 지점이 보성에서 주장하는 일림산(627m)

명칭이 정리된 일림산(舊 삼비산 668m)은 조금 더 가야한다.

데크 전망데에서 바라보는 득량만과 득량도,그리고 바다 건너 고흥.

이 지점에선 용추폭포로 탈출로가 있다.

국제신문 근교산 가이드는 용추폭포에서 원점회귀 코스를 잡았다.

꽃길을 따라...

마치 둔덕 같기도 하고,왕릉 같기도 한 일림산의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맞은 편 능선에 제암산이 보인다.

살짝 당겨본 제암산의 위용.

헬기장에선 여러 갈래길이 나있고,우린 이 쯤에서 점심자리를 폈다.
원님 덕에 나발분다더니 오늘 내가 딱 그렇다. 귀한 산머루와인에다 드릅을 위시한 산채나물 등으로 산 중 호강을 누렸으니....

포만감으로 화원을 지나면 일림산이 더 가까워진다.

아이스케키를 파는 갈림길.

용추계곡 발원지로 탈출하는 갈림길과 회천면 봉수동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일림산 직전의 봉수대삼거리 이정표. 봉수대(봉화대) 방향은 주봉산 상제봉으로 해서 수문횟집촌으로 가는 길.

천상의 화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일림산(구 삼비산 668m)으로 오르는 길은 철쭉터널 속 완만한 오름길이다.

다시 정상삼거리의 이정표.

안내판

정상은 마치 붐비는 시골장터같은 느낌이다.

정상석 앞으로 인증샷을 하기 위하여 길게 줄을 섰고...

추억의 아이스케키 장수도 있다.

퍼뜩 정상 표석을 담고선...

우리는 이쪽 '일림산정상'이정표에서 인증을 한다.

나도...

그리곤 골치산 골치로 내려서다...

다시 올라와서...

회룡봉쪽으로 카메라를 돌린다.

아직도 길게선 줄은 줄어들지 않고, 그 앞으로 김해김씨와 나주오씨 부부가 왁자한 시끄러움에 애서 귀를 막고 잠을 잔다.

나아갈 능선과 제암산이 건너다 보인다.

그제사 다시 발걸음을 돌려...

2 정상삼거리를 지나...

꽃길을 헤집고...

골치산 큰봉우리에 올라선다.

안내도

작은봉엔 작은 쉼터가 마련되어 있고...

역시나 이곳도 어김없이 아이스케키 장수가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옥분씨가 산 켄맥 한 모금씩을 나눠 마셨다.

안내판이 있는 이곳이 골치다.

골치재사거리 이정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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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B안내도가 있다.

다시 만나는 'Y'로

골치재입구 'Y'로 이정표.

임도를 벗어나면서...

이정표

철쭉꽃이 많이 핀 산은 나무가 없는 게 당연. 그러한 철쭉산인 일림산(日林山)에 수풀 림(林)자가 들어 있으니 바로 이 편백나무 숲이 아닐까?

편백숲과 이정표

다른 각도.

용추폭포를 찾아간다.
섬진강(蟾津江) 발원지(發源地)인 용추폭포(龍湫瀑布)는 꾸불꾸불 와폭의 형상으로...

폭포아래의 바위 두개가 스토리텔링 되어 있다.

두꺼비 형상을 한 바위 두 개가 있는데,하나는 몸집이 큰 암두꺼비,다른 하나는 몸집이 작은 숫두꺼비로 짝짓기를 하는 형상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두꺼비 섬(蟾)자가 들어간 섬진강의 발원지로 전해오고 있다고 하니 스토리텔링은 산여행의 재미를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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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폭포의 장관.

섬진강의 유래.

용추폭포 아래의 팔각정자는 용암정(龍岩亭)이라 이름 지어졌는데,용암정에 대한 기록인 용암정기(龍岩亭記)는 미사여구(美辭麗句)가 폭포만큼이나
우렁차고,진홍색 철쭉 만큼이나 화려하다.
이곳에 등림(登臨)하니 마치 선인(仙人)의 구관(舊館)을 얻음과 같도다
좌로 돌아보고 우로 흘겨보니 흉금(胸襟)이 개창(開暢)하여 시청(視聽)의 즐거움을 만족(滿足)케 하며
또한 방량(放悢)하여 형해(形骸)의 밖에서 노님같아 나의 생애(生涯)에 영욕(榮辱)을 느낌같도다
삼봉(三峰)은 적취(積翠)하여 하늘의 중간에 나온 것 같고 제암(帝岩)은 우뚝 솟아 천문(天門)를 열고 구불구불한 심학(深壑)이
또한 기구(崎嶇)하며 층암절벽(層巖絶壁)이 기괴절묘(奇怪絶妙)하여 마치 용반호거(龍盤虎踞)의 형(形)이로다
십리반석(十里盤石)에 비폭(飛瀑)이 전청(轉淸)하는 소리가 우레와 같고 만산송백(滿山松柏)은 울울창창(鬱鬱蒼蒼)하여
사시일색(四時一色)이며 넓은 천지(天地)에 만개(滿開)한 철쭉은 요요작작(妖妖灼灼)하니 편시춘광(片時春光)이로다

지금은 메워졌지만 용이 승천했다는 용소(龍沼)엔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끝이 닿지 않았다 하고,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선녀탕 명경지수(明鏡止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도취케 한단다.

지금의 용암정엔 지친 여행객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탁족을 하며 올려다 보는 용추교.

용추교 입구의 이정표는...

여러 갈래를 가리키고 있다.

소형주차장인 시설지구에 내려선다.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마침 어린이날 휴일이라 탐방객들의 자동차가 빽빽하다.

대형버스가 여기까지 올라오고..

오후에 접어들자 주차장의 차들도 하나 둘 빠져 나갔다.

일림산다목적회관 옆의 느티나무 아래에...

우리는 자리를 잡았다. 이 느티나무는 높이 19m,둘레 4.6m, 나이 320살을 먹은 보호수.

지지고 뽂고 삶은 음식과 담그고 얼리고 녹인 주류음료는 꽃잔치 뒤끝의 뒷풀이에 딱이다.
-꽃다발-
네가 준 꽃다발을
외로운 지구 위에 걸어놓았다
나는 날마다 너를 만나러
꽃다발이 걸린 지구 위를
걸어서 간다
<정호승>
※ 역시 싸늘하게 식은 산행기를 올려 죄송하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