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님의 글을 읽고 저도 OLIVIA를 열심히 찾아보았습니다.
교보문고에 있었다는데
제가 가니까 이미 다 팔리고 없더군요.
그런데 교보문고에 해외서적을 주문할 수 있는 곳이 생겼어요.
검색해 보니까 출판사가 여러군데이던데...
느티나무 님이 가지고 계식 OLIVIA 책의 출판사라든지
자세히 알려주시겠어요?
꼭 보고 싶어서요.
--------------------- [원본 메세지] ---------------------
어느 집 아이가 첫 돌을 맞았다거나 동생을 보았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선물할 책이라도 한 권 사려면 30~40분씩 차를 타고 분당까지 나가야 하는 우리 동네에 '어린이전문'이라는 간판을 단 서점이 생겼단 소식을 듣고, 도서관 문을 닫자마자 두 아이를 재촉해 저녁 산책을 나섰습니다.
새로 짠 가구 냄새도 채 가시지 않은 말끔한 서점을 구석구석 돌아보다 얼른 눈에 들어오는 그림책이 한 권 있었지요. "어! 이건.."
< 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 Ian Falconer글,그림 / 중앙출판사 >
지난 겨울쯤인가, <OLIVIA> 라고 제목을 단 원서를 사서 그 매력덩이 아가씨 올리비아에게 마음을 쏙 빼앗겼던 책입니다.
네 살배기 작은 아이가 한 동안 그 책을 끼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어쩜 저랑 꼭 빼닮은 책도 들고 다니네..'하며 혼자 웃음을 짓곤 했지요.
말 그대로 '기(energy) 덩어리'인 올리비아는 정말 아이다운 호기심과 활짝 열린 눈으로 마치 세상을 다 받아들이고 무엇이든 해보고야 말 것처럼 자유롭게 세상을 만나고 당차게 꿈을 그려갑니다.
오늘 카페를 둘러보니 마침, [좋은 어린이책 읽기 모둠]의 이소영님께서 아주 다감하고 자상한 목소리로 이 책을 소개해놓으셨더군요.
서너 살 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든 저절로 그렇게 마음이 따뜻해질, 아주 단순하고 유머가 있으면서도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도 해주는 책입니다.
그런데, 번역본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내내 기다리던 책을 처음 대한 느낌은.. 솔직히 아쉬움이 컸습니다.
<OLIVIA>를 보았을 때 그 강한 첫인상은 단순하면서도 발랄하고 재미있는 글의 전개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가느다란 선과 명암으로만 그려진 흑백의 그림에 올리비아의 옷이나 가방, 리본 같은 소품들만 선명한 빨간색으로 그려놓은 독특한 그림이 책의 표지부터 마지막 장까지 넘치는 생동감을 불어넣었다고 느꼈었지요.
그런데, 번역본은 "표지"부터 그 강렬한 느낌을 잃고 있다는 인상이었어요.
2001년 칼데콧 아너 상 수상,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 도서.. 로 이어지는 장황한 수상 경력으로 빽빽하게 채워진 표지..
<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해>라고, 마치 '이 책에 담긴 주제이니 놓쳐버리면 안 된다'고 염려라도 하듯 긴 문장으로(그것도 빨간 색으로) 달아놓은 제목은, 오히려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아이가 엄마의 품으로 파고들며 푸근함과 감동을 느낄 기회를 빼앗고 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OLIVIA >라는 제목만 커다란 회색 대문자로 씌어 있고, 그 빨간 원피스를 입은 올리비아의 앙증맞고 당찬 모습의 강렬한 느낌을 방해할 아무런 장애물도 없었던 영어 원서와는 참 많이 비교가 되는 편집이었습니다.
표지 안쪽 페이지만 해도, 올리비아가 빨빨거리고 집안을 휘젓고 다니며 벗어 던진 옷가지를 띄엄띄엄 늘어놓은 그림이, 앞으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잔뜩 기대를 갖게 만들었었지요. 그런데 번역본은 그 첫 장에까지 "벨 이마주"라는 특별한 시리즈 명에 대한 소개 문구를 다느라 눈길을 흩어버리고 말았더군요.
본문의 활자도 글쎄.. 조금 더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원작보다 굵고 큰 활자체로 인쇄된(게다가 번역하면서 길이도 늘어난) 글이 왜 그런지 그림과 하나가 되지 못하고 붕 떠있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석연치 않고 아쉬운 마음에, 서가를 뒤져 원서 <OLIVIA>를 찾아들고는 아이들에게 번역본과 나란히 보여주었습니다.
어느 책이 더 좋냐는 어리석은 엄마의 질문에 큰 아이, 영어 원서를 가리키며
"이거 ! 이건 깨~~끗한데.. 이쪽건.. ?! ".
그러면서, 둘 다 똑같은 표지그림을 놓고 영어 원서의 올리비아가 더 잘 그렸다고 우깁니다.
전문적인 편집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그저 막연한 아쉬움만 느꼈었는데,
어떤 차이가 아이의 눈에도 이렇게 다르게 보이도록 만드는 걸까, 내심 놀랐습니다.
수상작이나 추천도서에 매달리는 우리네 독서 풍토를 생각하면 출판인들만 탓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런 흐름만 쫓은 결과로, <연기 자욱한 밤 / 이브 번팅/보림> 처럼 우리에게 민감한 사건을 다룬 책도 아무런 배경 설명이나 번역자의 의견도 달지 않은 채 그저 수상경력만 간판으로 내놓고 출판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앞다투어 아동 번역물들을 펴내고 있는 현실에서,
좋은 우리 그림책이 많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 못지 않게,
번역물을 고르고 편집하는 데에도 좀 더 신중하고 세심하게 공을 들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 어만사 가족들 중 직접 편집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참, 한 가지 더 궁금한 점!
Ian Falconer 라는 작가 이름이 '이언 포크너'라고 씌어 있어 처음 번역본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다른 작품인가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외국 작가명은 현지의 발음 그대로 독음하여 표기하는 게 원칙이지요?
원서를 보고는 '팔코너','팰코너'의 중간쯤으로 부르고 다녔었는데, '포크너'라는 표기를 보고는.. 멈칫!
누구 좀 정확하게 설명해 주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