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지부장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격”다음 재판, 30일 오후 1시30분 평택지원 23호법정서 열려,,검찰 “상하이차 핵심기술 유출은 사실”...국내 연구원 7명 불구속 기소, 중국 측은 처벌 안해
쌍용자동차 사태로 구속된 노동자들에 대한 본격 재판에 앞서 공판준비기일 절차가 16일 오전 10시30분 수원지법 평택지원 23호 법정에서 제1형사부(재판장 오준근) 심리로 진행됐다.
검찰·변호인측과 재판 진행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심리에는 77일 동안 공장점거파업을 벌였다는 이유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한상균 전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을 비롯해 노동자 22명도 출석했다.
재판부는 10여분 동안 구속자들에 대한 인정신문을 진행한 뒤 변호인·검찰 측과 함께 제출된 증거목록과 추가 자료 제출 여부, 증인 채택 등 앞으로 재판 진행 절차에 대해 정리했다.
변호인단은 노조가 공장 점거파업 이전에 벌인 부분파업에 대해 “정당한 쟁의행위로 위법성이 없고, 폭력행위 등의 혐의에 대해 범죄의 공모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공소사실 일부를 부인하거나 반박했다.
변호인들은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중 공범 책임이 있다는 것은 대부분 인정하지만 각 개인의 행위에 있어서 부인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히고 “증거목록 중 보강증거가 누락된 부분이 상당수 있다”고 말해 재판 과정에서 검찰 측과의 공방을 예고했다.
변호인 측은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등 증인 4명을 신청할 것이라고 했고, 검찰 측도 10여 명의 증인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은 재판을 마치기 전 발언을 신청해 “재판이 이번 사건의 본질인 상하이 자동차의 쌍용차 기술과 가치를 빼간 책임에 대한 논의 없이 단순 폭력행위에 대해서만 다투고 있다”고 지적하고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며 너무 가혹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지부장은 또 “회사를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어느 정부 부처도, 국회의원도 그늘이 돼 주지 못했고 노동자를 단지 해고의 대상으로만 여겼다”면서 “이 자리에 있는 동지들은 전체 5,200여 조합원의 분노와 울분을 수발한 죄밖에 없다”며 법원의 선처를 호소했다.
담당재판부는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2~3회 증거조사를 한 뒤 양형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오준근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사회적 파장과 관심을 볼 때 이번 사건이 쌍용차 관련 재판 중 가장 중요한 재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법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결할 따름”이라고 전제한 뒤 “법정에서 피고인들이 충분한 변론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피고인들과 방청객들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30일 오후 1시30분 평택지원 23호 법정에서 열린다. 30일 재판에서는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여부를 다투는 사실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재판에 앞서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술만 빼돌리고 쌍용차를 망친 상하이차는 도망가고, 부실매각에 관리감독조차 하지 않은 정부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은 채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에게 모두 떠넘기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파업 농성을 극단적으로 내몬 책임자들은 처벌받지 않고, 회사를 살리자던 노동자들만 단죄 대상이 돼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힘 있는 자들의 불법은 용인하고 힘없는 자들의 불법은 엄하게 다스리는 한 사회는 결코 발전할 수 없을 것”며 노동자들 석방을 촉구했다.
이날 재판정에는 100여 명 넘는 쌍용차 조합원들과 가족들이 참석, 구속자들이 법정에 들어서자 “힘내세요!”라는 말과 함께 박수로 격려했다.
부당불법한 정리해고에 맞선 쌍용차 노동자들이 집단 구속된 가운데 5년 전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던 중국 상하이차가 하이브리드차 핵심 기술을 빼간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3년여 수사 끝에 쌍용차 상무급 종합기술연구소장 이모 씨 등 국내 연구원 7명을 불구속 기소했지만, 기술 유출을 지시한 중국인 임원은 처벌받지 않았다.
쌍용차 측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한찬식 부장검사)는 11일 쌍용차 연구원들이 상하이차 요청에 따라 하이브리드 관련 기술 등을 불법적으로 넘겨줬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국고 지원으로 개발된 것이라는 점에서 국부 유출인 셈.
앞서 쌍용차지부와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2006년 8월 상하이차가 쌍용차 기술을 유출했다며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3년 만에 노조와 투감센터 주장이 옳았음을 수사를 통해 밝혀낸 것이다.
검찰의 이같은 수사 결과에 대해 쌍용차는 “의도적으로나 고의로 국익에 반하는 탈법적 기술유출 행위를 조장 또는 시도한 사실이 없다”며 정면 부인하고 있다.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