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사람들은 모두 천재의 삶을 꿈꾸고 그들의 부모를 부러워하고 그 삶에 관해 궁금하다. 하지만 정작 천재들은 보통 사람의 삶을 꿈꾸고 자신의 재능이 사람들 앞에 가쉽거리가 되는 것이 두렵다.
영화 <비투스>는 천재이지만 천재이고 싶지 않았던 한 소년의 성장 드라마다. 음악 영화이지만 음악 신동이 아니고 싶었던 천재의 삶을 다루고 싶어한다. 프레디 M. 뮤러 감독은 이 간극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시도하고, 음악 영화 이상의 감동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피아노 연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소년 비투스(테오 게오르규)는 자신을 향한 부모와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이 불편하다. 오히려 보통 사람들의 꿈과 삶에 관해 이야기 하는 친구같은 할아버지(브루노 긴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다. 할아버지의 꿈은 진짜로 비행기를 조정하여 하늘을 나는 것. 비투스는 할아버지와 함께 하늘을 날고 싶다.
하지만, 자신을 얽어매는 것은 오히려 자신이 가진 천재적인 재능들이다. 또래 아이들보다 성숙하여 사랑에 일찍 눈을 뜨지만, 오히려 사랑할 수 없는 삶. 그냥 평범한 또래 아이이고 싶지만 천재적인 재능을 거부하는 것에 한탄하는 엄마. 그의 삶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수없이 존재하는 천재이고 싶은 어린 학생들의 삶과 꼭 닮았다. 결국 그는 죽은 할아버지를 대신해 자신의 삶을 얽어매고 있던 대지를 박차고 자유를 향해 하늘로 날아오른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비투스는 모두가 그토록 원했던 피아니스트의 모습으로 자신을 아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이 곡을 연주한다. 비투스를 연기한 배우 테오 게오르규는 실제 천재 피아니스트로 영화에는 그가 취리히 캄머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2004년 실황 연주를 사용하고 있다.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은 원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으로 작곡되었다가 다시 협주곡으로 만들어졌다.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아내 클라라를 위해 작곡되었고, 그녀의 손에 의해 초연되었다. 이 협주곡은 슈만의 전성기 대표곡이자 후대에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주 대중적인 피아노 협주곡이다.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이 곡을 연주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한 연주는 바로 마르타 아르헤리치다. 쇼팽 콩쿨 심사위원으로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심사위원석을 박차고 나가버린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여류 피아니스트지만 그녀의 폭발적인 피아노 연주는 어지간한 남성들은 흉내조차 내지 못한다. 얼마가 강력하게 건반을 두드렸으면, 실제 연주회 도중 피아노의 현을 끊어졌을까?
아르헤리치는 몇 차례에 걸쳐 이 곡을 녹음했는데 그 가운데서도 리카르도 샤이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협연반을 추천한다. 실제 공연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이 곡의 초연자 클라라가 백발이 되어 재래한 듯 하다. 열정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슈만의 악상이 그녀의 강인한 타건을 통해 자유롭게 펼쳐져 흐른다.
쳇바퀴 돌아가듯 벗어날 수 없는 일상의 굴레 속이지만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며 눈을 감으면, 그토록 꿈꿔왔던 자유와 환상을 향해 우리는 이미 날아오르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