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을 깊이 읽는다는 것은 춘향의 사랑이 지닌 의미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춘향전>의 핵심이 사랑이고, 사랑이야말로 대중들이 <춘향전>에 매력을 느끼는 중요한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춘향의 사랑을 찬찬히 따라가 봅시다.
먼저 첫 만남, 광한루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첫 대면은 그 자체로서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춘향은 이도령의 부름을 받고 이끌려 나온 것이지 자발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었지요. 이도령이 남원 사또의 아들이라는 사실, 그를 잘만 후리면 평생 호강할 수 있다는 방자의 유혹, 그리고 만약 부름에 응하지 않을 경우 춘향은 물론 그 모친에게까지 화가 미치리라는 방자의 위협에 못 이겨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당시 양반과 기생의 불평등한 관계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즉 기생이랑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다 놀 수 있는 '미천한 것들'이라는 조선 후기 양반들의 의식, 그들의 신분 의식이 깔려 있었던 것이지요. 따라서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상층 양반과 하층 기생의 만남, 그 이상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춘향전>이 특별한 것은, 이 일상적인 만남을 통해 촉발된 기생의 딸 춘향과 부사의 아들 이몽룡의 풋사랑이 이별과 시련이라는 장애를 만나면서 더욱 단단해지고, 마침내는 사랑의 힘을 통하여 시련을 만들어 낸 중세적 신분 질서를 뛰어넘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할 것은 사랑의 성취를 위해 적극적으로 싸워 나가는 춘향의 형상입니다. 이몽룡과 꿈 같은 시절을 보내고 난 후 춘향에게 닥친 것은 변학도라는 악몽 같은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춘향은 또 다른 양반 남성인 변사또를 만나면서, 변사또의 모진 형벌을 겪으면서 자신을 둘러싼 현실에 눈을 뜹니다. 현실을 자각한 춘향은 나라법을 들먹이며 자신의 수절을 웃어넘기려는 변사또에게 수절에 상하가 어디 있느냐고 대듭니다. 유부녀를 겁탈하려 한다고 악을 쓰기도 하지요. 국법을 무시하고 상하의 신분질서를 부정하는 듯한 춘향의 이런 발언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춘향의 이런 태도 속에서 이몽룡에 대한 사랑과 함께 그 사랑을 가로막는 지배 권력에 대한 저항의 의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춘향전>에서 이런 지배 질서에 대한 저항은 춘향만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춘향이 보여 준 불굴의 의지는 남원 백성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내지요. 춘향이 곤장을 맞는 형장을 둘러싼 남원 민중들은 모두 춘향을 걱정하며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냅니다. 곤장을 치는 집장 사령은 일부러 잘 부러지는 곤장을 골라 춘향을 때리고, 상층의 일원인 한량들마저 변학도를 욕하면서 곤장질을 하는 집장 사령을 죽이겠다고 벼릅니다. 말하자면 춘향의 의지와 저항이 씨앗이 되어 부당한 지배 권력을 제외한 남원 고을 백성들이 한바탕 저항의 연대를 이뤄 내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저항의 확산이야말로 <춘향전>의 주제 의식을 담고 있는 소중한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이몽룡의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찌 보면 이몽룡이 춘향을 만나서 사랑 놀음을 벌인 것은 조선 사회의 현실로 보면 양반 자식의 불장난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춘향만큼 이몽룡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한양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먼저 떠나라는 부친의 분부를 거역하지 못하고 떠났던 것이지요. 그러나 이별을 당한 춘향의 절박한 모습을 만나면서 이몽룡은 조금씩 달라지는 듯합니다. 소설 속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과거 공부를 하는 이몽룡의 귀에 풍문으로라도 춘향의 소식이 들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암행어사가 된 후 춘향이 자기 때문에 옥에 갇혀 온갖 고생을 겪고 있다는 소문도 들었겠지요. 이런 과정이 이몽룡의 춘향에 대한 사랑이나 태도에 어떤 변화를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라도 어사가 된 이몽룡이 남원으로 직행하는 것도 그런 변화를 넌지시 알려줍니다. 암행어사 이몽룡은 더 이상 기생의 미모에 빠져 호들갑을 떨던 옛날 그 글방 도령이 아니었고, 기생을 노리개로 여기던 방탕한 양반 아들도 아니었습니다. 억울한 죄수를 풀어 주고 악행을 일삼은 관리를 처벌하는 공명정대한 어사의 모습, 바로 그것이지요.
출처- 사랑사랑 내사랑아/ 나라말/p.216~220
첫댓글 '<춘향전>에서 이런 지배 질서에 대한 저항은 춘향만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춘향이 보여 준 불굴의 의지는 남원 백성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내지요.' 문예사조상 페미니즘으로 분류를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할 것은 사랑의 성취를 위해 적극적으로 싸워 나가는 춘향의 형상입니다.
우리는 춘향의 이런 태도 속에서 이몽룡에 대한 사랑과 함께 그 사랑을 가로막는 지배 권력에 대한 저항의 의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무조건 순종적인 여성상보다 적극적으로 진취하려고 노력하는 여성상이 좋아요. 저 또한 그런 여성상이 되고싶고요ㅎㅎ
'춘향의 의지와 저항이 씨앗이 되어 부당한 지배 권력을 제외한 남원 고을 백성들이 한바탕 저항의 연대를 이뤄 내고 있는 것이지요.' 좋은 자료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여성해방 자유혁명
마지막 문단이 인상깊군요
서로의 사랑양상에 대해 잘 알수있었습니다.